이번 8월, 2학기 첫 상담도 역시 친구 관계 문제였다. “전학 가고 싶다”, “학교 가기 싫다”, “교실에 들어가기 싫다” 등의 문제로 벌써 몇 건의 아이들 상담, 학부모 상담이 있었다. 방학을 지내면서 새 학기에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맞이하는데 아이들 처지에서는 상황이 여전하기 때문에 당황스러울 수 있다. 나름대로 ‘2학기에는 잘해봐야지’ 각오를 했지만 이미 서로를 알고 있어서 아무렇지 않게 스며들기 어려울 수도 있다.
상담했던 한 아이도 친해지고 싶었던 반 아이가 거부감을 내보이면서 반 전체가 자신을 ‘은따’(은근한 따돌림) 시킨다고 했다. 실제 상황은 아이가 느끼는 것만큼 심각하진 않았지만, 그것을 겪는 아이에겐 충분히 위협적일 만했다. 여전히 일상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반 아이들이 있는데도 자신을 거부했던 아이가 반에서 영향력이 있다 보니 위축이 되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동안 친하게 지냈던 무리 중 한 아이가 자신에 대해 뒷담화를 한 걸 알게 되면서 아이는 그 무리에서도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사춘기 시절은 자신에 대한 확인을 또래 관계에서 하는 때라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대인 관계, 자존감에 꽤 큰 상흔이 남는다. 결국 자신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게 되기도 쉽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늘 해오던 행동, 태도, 말투, 외모 등이 다 문제처럼 여겨진다.
앞에 얘기한 아이는 기본적으로 관계갈등에 예민한 성격이 아니었다. 자기가 관심 있어 하는 학교 활동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무난하고도 느슨한 관계를 맺어오다 무리 짓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신경전에 당황한 것 같았다. 상담에서는 상대 아이와 주변 아이들의 성향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여러 아이에게 사심 없이 가까이 다가가는 행동이 상대 아이들에게는 자기 단짝을 뺏기게 되고, 도리어 소외될지 모른다는 위협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줬다. 나에게 우호적인 친구가 없지 않다는 걸 확인하며 그 아이들과 할 수 있는 일들을 계획해보게 했다. 관계가 불편한 아이들과는 기본적인 인사나 일상적인 말은 건네되 경계를 넘어서 친한 척하거나 저자세 취하지 않기, 상대가 반응을 안 보이는 건 그 아이의 자유라는 것을 알기, 다소 우호적인 아이들에게는 이런 상황 때문에 내가 지금 힘들고 고민이 된다는 정도의 표현은 하되 상대 아이에 대한 험담이나 욕은 하지 않기 등의 태도도 알려줬다. 아이한테 관계 문제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
이 아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는 불안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호소한다. 관심과 지지를 받고, 대응 방법을 의논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만으로도 그 시기를 잘 거친다. 한편으론 관계 맺기에 미숙한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 염려도 된다. 관계는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가정에서 부모·형제와 마음을 주고받는 경험들이 바탕이 돼야 바깥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어쩌면 관계도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