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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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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위험 과보호는 되레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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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올해 4살인 막내가 “놀이터다!”라고 외치는 바람에 차에서 내려 놀이터로 들어섰다. 더위가 언제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아이들이 밖에서 딱 놀기 좋은 계절이 다가왔다. 날씨가 더워 밖에서 놀 수 없다며 아이들을 실내에 머물게 했던 어른들을 넌지시 바라볼 참이다. 이 가을에는 또 무슨 핑계로 아이들 놀이를 막아설지 말이다. 이때 어울리는 말이 있다.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아이들이 놀기에 좋지 않은 날씨는 없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계절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놀 수 있다고 응원하는 한 사회의 메시지임이 틀림없다.

놀이터로 들어서니, 흔한 놀이터이지만 아이는 내달리고 흔들고 기어오르고 탄다. 몇몇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 나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의 어린이 놀이터에서는 흔한, 좀 ‘기묘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이 곁을 떠나지 않거나 졸졸 따라다니는 부모들이다. 아이들이 다칠까봐 그러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을 당연히 보호해야 한다. 부모의 보호본능은 존중되어야 하고 그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문제는 그 시간이 한없이 길다는 점이다.

상당히 큰 아이인데도 아이 곁을 지키려는 부모들을 한국의 어린이 놀이터에서 수없이 맞닥뜨린다. 갓난아이이거나 영아의 경우는 마땅히 가까이서 보살펴야 한다. 그런데 안전검사를 모두 통과한 놀이시설이 있는 공공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챙기는 부모의 모습을 볼 때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나 안쓰럽다는 마음이 든다.
sporter-937066_960_720.jpg» 사진 pixabay.com아이들은 앞으로 부모의 손과 눈, 관심에서 벗어나 세상을 만나야 한다. 불규칙적이고 불편하고 혼돈스러운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 그런데 집, 가정, 학교는 아이들에게 규칙과 질서, 균질한 것들을 애써 가르친다.

여기에 심각한 불일치가 존재한다. 아이들한테는 평지와 다르게 울퉁불퉁하고 덜커덕거리고, 해보고 싶은 행동을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그곳이 놀이터이다. 아이들한테 오히려 이런 세계가 가장 큰 배움의 장일 수 있다.

한 부모에게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넸다. “아이가 참 잘 올라가네요. 엄마 아빠가 조금 떨어져 아이를 본다면 아이는 더욱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에 집중할 수 있을 텐데요.” 이것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하시리라. 아니 어떤 경우에는 싸우자는 이야기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뜻밖의 말을 들었다. “맞아요. 아이들은 믿고 지켜봐줄 때 더 열심이더라고요.”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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