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취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계는 엔터테인먼트다. 변덕에 가까운 대중의 마음도 즉각 반영해야 수익으로 연결되는 분야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움직임은 디지털시대의 콘텐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엔터테인먼트의 최고상인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 올해부터 회당 상영시간이 15분인 ‘짧은 영상’ 부문에 여섯개의 상이 신설되었다고 한다. 대중의 선호 동영상 형태가 1~2시간 이상에서 10분 안팎의 길이로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영화계에서 흥행을 주도하는 영화들이 언젠가부터 10, 20대가 아닌 30대 이상 중장년층의 것이 되었다. 그나마 10, 20대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가 아니라 강렬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긴박감 있는 전개의 영화다.
시각적·청각적 풍부함을 갖춘 영화도 10, 20대들에게 어필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화를 재해석한 1~5분짜리 짧은 유튜브 동영상을 본 후, ‘필’이 꽂히면 영화를 찾아 본다. 게임 소개 동영상이나 음식을 먹는 동영상, 랩을 들려주는 동영상 역시 비슷하다. 이런 동영상을 제작하고 진행하는 사람들은 기성세대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10, 20대들이 따른다. 호흡이 짧고 센스 있는 동영상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긴 호흡의 영화는 물론이고, 어지간한 글을 읽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집집마다 호소하는 배경이다.
이러한 콘텐츠 방식의 변화는 하나의 흐름이다. 바꾸기는 어렵다. 따라서 취향이 잘못됐다고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마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 결국 독서도 마음 공부의 목적이 있으니 말이다. 책 <19세기 인민의 탄생>(김정인 외)을 읽으며 책 공부보다 마음 공부가 우선이라는 양명학이나 동학에 관한 내용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관리할 수 있다면 디지털시대 콘텐츠의 새로운 방식에 두려울 것이 없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