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싶은 난민촌 출신 소년
오빠의 ‘횡포’에 맞서 권투 배우는 소녀
테리 페리쉬 글·켄 델리 그림·김주열 옮김/스콜라·1만1000원
레미 쿠르종 글·권지현 옮김/씨드북·1만1000원
아이를 잘 지켜본 사람이라면 안다. 아이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존재라는 것을. 태어난 직후 누워 있던 아이는 생후 5~6개월만 되어도 죽을 힘을 다해 몸을 뒤집고 배밀이를 시작한다. 배밀이에 성공한 아이는 앉고, 서고, 걷는 일에 도전한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하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아이의 도전을 주제로 한 그림책 두 권이 나왔다. <처음 자전거를 탄 날>과 <말라깽이 챔피언>이다. 두 권 모두 이민자 자녀의 삶을 다루지만, 그저 멀리서 동정에 가득 찬 시선으로 그들을 지켜보지 않는다. 작가는 그들 삶에 깊숙이 들어가 자신의 삶에서 어떤 도전을 하고 어떤 성취를 이뤄내는지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두 그림책의 실린 이국적 취향의 그림은 색다른 느낌을 준다.
<처음 자전거 탄 날>의 주인공 조셉은 아프리카 난민촌에 살았다. 조셉은 동네 형이 자전거 타는 것을 보면서 자기도 자전거를 꼭 타보고 싶어 한다. 그러다 엄마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미국에서도 조셉은 온통 자전거 생각뿐이다. 그러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곱슬머리 여자아이가 빨간 자전거를 타고 ‘휘리릭’ 지나가는 것을 본다. 어떻게든 그 빨간 자전거를 한번 타봐야겠다는 생각에 조셉은 ‘휘리릭’과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자전거를 고칠 줄은 알아도 자전거를 탈 줄 몰랐던 소년은 몇 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도전에 성공한 소년의 표정이 사랑스럽다.
<말라깽이 챔피언>은 러시아에서 프랑스로 이민 온 여자아이 파블리나의 이야기다. 오빠들만 있는 집안에서 파블리나는 항상 집안일 당번이다. 오빠들은 팔씨름이나 레슬링 같은 힘쓰는 내기를 통해서만 당번을 정하기 때문이다. 오빠들의 횡포에 시달리던 파블리나는 권투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는다. 왼쪽 주먹이 강했던 파블리나는 강한 훈련을 통해 오빠들을 이길 정도로 힘이 세졌고, 집안일의 부담도 덜어낸다. 챔피언이 될 정도로 힘이 세졌지만, 손가락이 퉁퉁 부어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피아노는 칠 수 없다. 결국 파블리나는 권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 “주먹을 활짝 펴서 손가락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게 좋아서.”
이민자 중에서도 여자 아이의 도전을 다룬다는 점, 권투와 피아노를 대비시켜 이야기를 확장시킨다는 점이 레미 쿠르종이라는 작가답다. 장애인, 노인, 한부모 자녀 등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그는 생텍쥐페리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은 작가다. 그는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말라깽이 챔피언은 전 세계 모든 여성에게 바치는 찬양”이라며 “남성이 만들고 지배하는 세상에서 용기 있게 싸우는 여성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두 권 모두 6살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