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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교육의 길? ‘엄마 말 안듣는’ 호기심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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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구본권 ‘미래교육’ 토크콘서트
구 “기계는 답변, 인간은 질문 위해 존재
호기심과 비판적 사고력 키우는 교육 돼야”
조 “호기심도 여유와 여백 있어야 가능
현재 학교교육 학습량 크게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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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7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에서 ‘서울교육, 미래를 꿈꾸다’를 주제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구본권 한겨레신문사 부설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이 학부모 120명과 함께 대화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서울교육, 미래를 꿈꾸다’ 학부모캠프

“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큰형이 고향집에 내려왔다가 저를 보고 혼쭐을 냈어요. 제가 당시 방과후학교에서 주산을 열심히 배웠는데, ‘지금 전자계산기가 나왔는데 왜 주산을 배우고 있냐’며 큰형이 막내인 저를 마구 책망한 것이죠. ‘미래 교육’ 하면 저는 그때가 계속 떠올라요.”(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에는 ‘서울교육, 미래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유·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 120명이 모였다. ‘인공지능’, ‘알파고’, ‘로봇 시대’….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무슨 직업을 갖고 어떤 사회에서 살아갈지 예측이 불가능한 이때 지금 우리 교육의 한계를 점검하고 함께 나아갈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서울학부모지원센터 누리집에서 신청한 학부모 120여명이 참석해 서로의 교육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은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될까. 내 직업은 10년 뒤 계속될까. 우리 아이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계산기 나왔는데 넌 주산 배우니?”

“우리 애들 참 말 안 듣죠?”
“네!”
“그런데 왜 사람이 사람 말을 들어야 하죠?”
“…. (좌중 웃음)”
진행자로 나선 권혜진 서울시교육청 주무관은 이런 의문이 ‘미래 교육’의 시작이라고 했다. “인간은 원래 나무에서 살았는데 인류가 진화하면서 땅으로 내려오고, 불을 사용하고…, 오늘날까지 진보한 것이죠. 그럼 나무 아래로 처음 내려온 인간은 엄마한테 안 혼났을까요?” 권 주무관의 질문에 학부모들의 웃음이 터졌다. “분명 엄마한테 혼났을 겁니다. ‘나무 아래로 내려가면 위험하다’, ‘불은 위험하다’…. 인류는 엄마 말을 안 들어야 진보합니다.” 객석에선 공감의 박수 소리가 나왔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은 ‘인공지능시대 미래교육의 과제’라는 주제로 자녀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학부모에게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다. 미래에는 호기심 많은 아이, 질문이 많은 아이가 세상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구 소장은 “성서나 그리스 신화 같은 인류 최초의 이야기를 보면, 인간은 궁금함을 참지 못해 신의 명령을 어기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는 존재’로 그려진다”며 “호기심이 인류를 현재까지 오게 한 것이며 교육은 호기심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는 왕세자 가르치는 ‘왕사’

‘그건 원래 그래’, ‘쓸데없는 데 관심 갖지 말고 공부나 해’, ‘네이버 치면 다 나와’….

“자녀가 질문했을 때 이렇게 반응하는 게 가장 나쁩니다.” 구 소장은 자녀의 질문을 ‘방기’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인간은 ‘질문하는 능력’, 기계는 ‘답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이 질문을 잘하려면 부모와 교사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소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부모나 교육자가 조선시대의 왕사(왕의 스승)와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왕세자가 받아야 되는 교육은 세상의 가장 고급 교육이며, 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능력을 가르친다. 중요한 것을 찾아내는 능력, 얻은 정보를 가늠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주를 이룬다”며 “일방적으로 지식만 가르쳐서는 안 되며 질문을 방기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 한명 한명이 소중해진 지금, 모두 본인이 왕의 스승이라 생각하고 아이를 대해야 한다고 했다. 구 소장은 “디지털 인공지능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호기심과 정보 판별 능력, 비판적 사고 능력이다. 아이들 호기심 막겠다는 부모는 없지만 유·초등 시절까지 자녀의 엉뚱한 질문에도 설명해주던 부모들이 중학교부터는 설명 안 해주려 한다”며 “질문을 많이 하면 학교에서 애들이 눈치를 준다. 선생님이나 학부모, 나아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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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7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에서 ‘서울교육, 미래를 꿈꾸다’를 주제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이 학부모 120명과 함께 대화했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 ‘교과서 진도 빼기’ 사라져야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세상이 오면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은 서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이어갔다. 조 교육감은 “기계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있을 것 같다. 인간과 인공지능을 대결 구도로 보지 않고, 인공지능을 도구로 활용해 짜증을 안 내는 로봇 협력교사를 만들어 아이들 질문을 다양하게 받아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와 서울시교육청이 로봇 협력교사 개발을 시작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 조 교육감은 “엉뚱한 질문을 하는 교육, 호기심을 자극하는 교육으로 가려면 ‘여유’, ‘여백’이 필요하다. 학교는 지금 교과서 진도 빼기에 바쁘다. 배우는 지식의 양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직장 못 가면 먹고살기 어려워 유치원부터 경쟁하는 험악한 사회구조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 ‘현실 대 미래’ 학부모 딜레마

학부모들의 질문도 나왔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남매를 기르는 학부모 김아무개(44)씨는 “임금이란 근본적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엄마들이 자녀에게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라고 하는 것은 직장별로 임금 차이가 커서 원하는 직장에 못 들어가면 갖게 되는 일자리의 임금, 복지가 열악하다”며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니까 엄마들은 질문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재촉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가 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사회 계획도 바꿔어야 한다”며 “뭔가 사회 시스템이 크게 변해야지 창의적 교육과 미래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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