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잘 모른다. 비밀의 정원을 거닐 때면 “어디서 이런 향기가 나요?” 묻곤 하는데 바람결에 실려온 향기의 정체는 바로 금목서다. 도서관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마당의 회랑 너머 왼편엔 소나무, 오른편엔 금목서가 아름답게 자라고 있다. ‘기적은 시작된다’는 표지석이 있는 소나무는 개관기념 식수, 개관10주년 기념으로 심은 금목서 아래엔 ‘나무를 적시는 이슬처럼’이라는 돌이 놓여있다. 가끔씩 이 뜻깊은 나무 그늘에 기대어 도서관을 만들고 가꾸어온 옛 사람들을 생각한다.
![크기변환_20161113_101013-1.jpg 크기변환_20161113_101013-1.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34/491/%ED%81%AC%EA%B8%B0%EB%B3%80%ED%99%98_20161113_101013-1.jpg)
며칠 전 도서관이 열세 살 생일을 맞았다. 아이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셈이고, 내년이면 중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었으니 지나온 시간들이 더없이 감격스럽다. “어린이와 도서관을 사랑하는 당신이 소중합니다.”는 이름으로 초대장을 만들고, 함께 모여 생일을 축하했다. 아이들은 입구에 세워둔 안내판에 또박또박 쓴 쪽지를 남겼다. 작은 선물을 붙여둔 아이도 있었다. 도서관의 꽃인 ‘어린이사서’들은 어른들에게 시를 들려주고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크기변환_1479030640057-1.jpg 크기변환_1479030640057-1.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34/491/%ED%81%AC%EA%B8%B0%EB%B3%80%ED%99%98_1479030640057-1.jpg)
“책이 재미있어서 좋아요. 도서관 생일 축하해요” “기적의도서관아 사랑해. 저번에 놀러 왔었지? 자주 올게♡ “내가 커서도 없어지지 않고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있어줘. 내 딸 아들도 여기 기적의도서관에 같이 와 볼 수 있게. 사랑해.” “우리 기적의도서관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00번째 생일까지 기다릴게요. 사랑합니당~”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힘을 얻는다.
![크기변환_1479031859823.jpeg 크기변환_1479031859823.jpe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34/491/%ED%81%AC%EA%B8%B0%EB%B3%80%ED%99%98_1479031859823.jpeg)
도서관 생일 기념으로 나는 작은 꽃다발을 수놓았다. 해마다 한 송이씩 꽃을 늘려간다. 함께 한 시간들이 꽃으로 피어나는 것만 같다.
![크기변환_1479031837993.jpeg 크기변환_1479031837993.jpe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34/491/%ED%81%AC%EA%B8%B0%EB%B3%80%ED%99%98_1479031837993.jpeg)
나, 꽃으로 태어났어요.
따스한 햇살을 받고 따스한 기운을 나누며 살아가요.
알록달록 꽃들과 어우러지면 더욱 아름답게 빛나지요.
난 사람들을 가깝게 이어주고 사랑을 전해주기도 해요.
아이들의 머리를 예쁘게 꾸며주고 어른들의 마음을 흥겹게 해주지요.
세상과 나누는 마지막 인사에도 함께하고요.
난 가녀리고 연약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이겨 냅니다.
팝업 그림책 <나, 꽃으로 태어났어>를 펼쳤을 때 마음이 얼마나 환해졌는지, 그 순간의 떨림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발견하다니! 좋은 날 꽃다발을 가슴에 안은 것처럼 행복했다. 소중한 이에게 꽃 한 송이 대신 이 책을 안겨주어도 좋으리라. 글의 여운, 감각적인 색감, 절제된 드로잉, 섬세한 종이 공예, 책을 세워서 펼치면 ‘병풍 책’이 되는 매력까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아주 작은 무당벌레는 어디에 숨었을까 찾아보는 재미도 놓치면 아깝다.
![5_8949119072_01.jpg 5_8949119072_01.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34/491/5_8949119072_01.jpg)
여린 꽃 한 송이가 세상에 피어나 기쁨과 감사로 삶을 노래하고, 지나온 생의 모든 순간 인내와 헌신으로 사람들을 돕는 것처럼, 일상의 평화가 넘치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자라고 꽃 같은 아이들과 더불어 도서관은 나이테를 늘려간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어린이도서관다운 꿈 잃지 않고 천천히 나아갈 것이다. 순정한 마음으로 작은 일에도 정성을 들일 것이다. 아이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응원하면서 어떻게 도울까를 고민할 것이다. 여기 오는 누구라도 반갑게 맞아주고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5_8949119072_02.jpg 5_8949119072_02.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34/491/5_8949119072_02.jpg)
“사랑이 뭐냐고 네가 물었지/책 속에서/사랑이라는 말 보고/사랑이 뭐냐고 네가 물었지//아가 사랑이란/이렇게 함께 걸어가는 거란다/멀리 떠나가면/보고 싶은 것/그것이 사랑이란다/아프면/어디 아파?/어디 아파?/걱정하는 것/그것이 사랑이란다/아이 사랑 참 좋아//네가 말했지/사랑 좋아 참 좋아” (고은 동시집 <차령이 뽀뽀> 가운데 ‘사랑’ 전문)
어린이사서들이 들려준 시를 가만가만 읊조려본다. 사랑이 아니라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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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꽃으로 태어났어> 엠마 줄리아니 글 ‧ 그림 / 비룡소
![크기변환_20161110_163034.jpg 크기변환_20161110_163034.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34/491/%ED%81%AC%EA%B8%B0%EB%B3%80%ED%99%98_20161110_163034.jpg)
![크기변환_20161110_162055.jpg 크기변환_20161110_162055.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34/491/%ED%81%AC%EA%B8%B0%EB%B3%80%ED%99%98_20161110_162055.jpg)
![크기변환_20161110_161504.jpg 크기변환_20161110_161504.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634/491/%ED%81%AC%EA%B8%B0%EB%B3%80%ED%99%98_20161110_16150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