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민 지음·주성희 그림/창비·9800원
초등학교 5학년인 오초원, 김상미, 박용수는 돈이 꼭 필요하다. 어른들은 ‘쪼그만 것들이 대체 무슨 돈이 필요해?’라고 하지만, 쪼그만 것들도 돈 쓸 데가 있다. 이왕이면 많을수록 좋다. 할머니와 둘이 사는 초원은 양념통닭을 먹고 싶고, 상미는 예쁜 치마를 사려 하고, 용수는 축구부에 들어가기 위해 2만5천원짜리 축구화가 필요하다.
집안 형편이 모두 넉넉지 않아, 아이들은 직접 돈벌이에 나선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빈병 주워 팔기와 전단지 돌리기에 도전한다. 무엇하나 녹록지 않다. 마지막으로 부잣집 친구인 반장이 귀가 솔깃한 제안을 내놓는다. ‘날아라 밴드’ 무료 공연이 있는데, 거기 미리 가서 줄을 서서 표를 받아주면 5천원을 준다는 것이다. 초원이와 상미는 너무 좋아 “스무 번도 넘게 팔짝거렸다”.
아이들은 아슬아슬하게 표를 받았는데, 갑자기 고민에 빠진다. 공연 초대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돈이 없어도 누구나 줄을 서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돈이 많아도 남들처럼 줄을 서지 않으면 공연을 볼 수 없습니다.”
150쪽 정도 분량의 장편동화지만 아이들이 사는 세상의 현실이 얼핏 내비친다. 같은 반 친구는 영어 단어 하나를 외울 때마다 엄마한테서 200원씩 받지만, 아이들은 길에서 힘들게 빈병 하나를 찾아내도 40~50원을 받을 뿐이다. 할머니는 온종일 마늘을 까지만 겨우 만원 벌이다. 아이들 세상에도 현실은 냉정하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밝고 건강하다. 초원이는 키가 자라지 않아 “저 위 하늘에다 대고 따지고 싶은” 아이이고, 용수는 엄마 아빠가 이혼했음에도 구김살이 없다. 세상일을 겪으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의 입가엔 미소가 번질 듯하다.
초원이는 마지막에 말한다. “돈 버는 일은 원래부터 괴롭고 힘든 것일까? 너무 힘들지 않게, 계속 재미있게, 거짓말하지 않고도 누구나 돈을 벌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러면 오래오래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을 텐데.” 초등 3~6학년.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그림 창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