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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건강 진료 상담은 배우자와 함께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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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ding-997605_960_720.jpg» 부부. 사진 픽사베이.

 

한방여성의학을 전공하는 의료인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고려 사항 중에 중요한 한 요인이 '배우자'이다. 여성의 몸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은 항상 너무 과해도 문제이고, 적어도 문제인 경우가 많다. 생리가 너무 자주 있어도 문제이고, 너무 오랜 기간 안 해도 문제이다. 산모의 경우 모유량이 적어도 문제이고, 너무 많아도 유선염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이다. 여성들이 스트레스받는 원인 중에 배우자가 없어도 문제이고, 있어도 문제이다. 문제라는 것이 너무 심도 있게 '악성'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서 논점을 흐리는 오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여성에 대한 배우자, 남성, 남자, 남편, 남자친구, 뭐 여러 가지로 단어를 두고 고민하다가 'spouse'라는 영어에서 오는 '배우자'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흔히 진료실에서 "남편이 웬수여~ (‘원수’가 바른 말이겠지만.. ‘웬수’라는 말이 더 현실적인 어감이 전달된다)"또는 “남편 때문에~”라는 말로 자신이 왜 아프기 시작했냐는 말을 꺼내는 여성을 많이 만난다. 그런 말의 이면에 실제로 그 배우자가 잘못해서 내 몸이 아프게 되었다는 무의식적 표현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 배우자의 잘못이 아니라 아픔을 함께 나눠야 하는 타박의 대상이 된 억울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배우자가 적대적이고 병을 유발하는 원인적인 측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배우자와의 관계와 참여를 여성 질환의 치료에 꼭 고려해야 하는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여성이 건강하게 되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참여와 협조가 꼭 필요하다!”이다.  


일반적으로 산부인과에 남자들이 진료실까지 따라 들어오는 것은 여러 가지 검사 절차 때문에 주의하고 배려해야 하는 면도 있다. 하지만, 검사실이 따로 있는 진료실이라면 여성 진료센터가 최소한 배우자인 남성들에게 금기되는 장소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배우자도 진료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그 짧은 아내의 진료시간에 대기실에서 혼자 핸드폰을 바라보는 것 대신에 아내가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내놓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자. 배우자이기 때문에 더 눈치채지 못 했을 수도 있는 그 이야기를 듣는 자체만으로 아내의 치료 예후가 좋아는 경우도 많이 있다. 여성 진료에서 배우자는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가 아니라 배우자로서 치료에 도움이 되는 귀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 


필자의 진료실에 온 여성 환자분이 배우자를 진료실 밖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하거나 병원 어딘가를 서성이게 할 때는, 꼭 “배우자분도 진료 상담에 같이 들어오세요~”라고 한다. 물론 여성으로서 아픈 것에 대해서 말할 때, 이것저것 부끄러울 수 있는 내용을 말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어색할지는 모르지만, 그런 어색함보다는 진료과정에서, 또는 그 치료 결과에서 배우자의 참여와 협조는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질환에 따라서 배우자일지라도 개인 정보 비밀을 유지해야 할 때도 있지만) 실제로 많은 경우에서, 그 여성 질환이 온 원인 파악에 있어서 결정적인 힌트를 준 배우자, 그 원인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배우자,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해주고 데리고 온 배우자, 함께 치료를 받도록 격려해주는 배우자,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갖도록 병원까지 함께 와 준 배우자, 그냥 단순히 운전만 해주었지만 그 속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배우자, 치료되고 완치가 되었을 때 함께 기뻐해 줄 배우자 등의 여러 모습이 모두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얼굴은 창백하고 마른 여성에게 맥을 본 결과에서도 비위의 맥이 약해서 식사 습관과 관련해 영양 섭취가 부족하지 않은지, 식사는 규칙적인지 물어보면, 본인은 특별히 문제 되는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옆에 있는 남편 입장에서 보면 아내가 소식을 해서 식사양이 너무 적고, 밥 먹고 나면 소화 안 되고 트림 많이 한다며 `유용한 고자질'을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진료하는 입장에서는 잘못 파악되는 주관적인 환자의 증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로 잡게 되는 배우자가 너무 고맙고 반가운 존재가 된다. 그 원인을 알게 되면 치료 방향이 처음부터 잘 잡을 수 있기 때문에다.

 

물론 이런 대화에서 대부분의 부부는 티격태격 서로 트집과 변명의 작은 소란이 생기게 되는데, 나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결혼 생활의 일면이기 때문에 속으로는 살짝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다양한 여성 질환 중에서 현재 필자가 진료하면서 꼭 배우자와 함께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최소한의 질환은 크게 세 가지이다. '임신', '갱년기 증후군', '노인성 질환'이다. 이 질환들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배우자의 중요성에 대해서 차근차근 수다를 떨어볼까 한다.


임신 관련 진료에서 배우자도 꼭 같이 오세요!' 


임신과 관련된 진료(난임, 유산, 산전, 산후조리 등)를 받는 여성들에게 설명을 하다 보면, 어떤 경우에는 ‘잠시만요’ 하고 나가면서 ‘남편이 꼭 들어야 할 말이네요~’라고 밖에서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는 배우자를 데리고 들어오는 경우도 흔히 있다. 더욱이 다음번에 남편을 꼭 데리고 올 테니 다시 한 번 남편에게 설명해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내용이 꼭 한의학적인 진료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성의 건강을 위해서 지켜야 할 생활습관들은 배우자의 이해와 참여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son-1910304_960_720.jpg» 부부. 사진 픽사베이.

 

이 주장을 이해하기 쉬운 상황으로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를 생각해보자. 임신을 준비하면서 잘 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남편이 술 마시고 늦게 들어와서 코를 많이 고는 상황이 된다. 물론 업무 차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남편 기다리다가 늦게 자게 되고, 딱 잠들 시간을 놓쳐서 한참 동안 잠이 들기 어려워지거나, 소음 때문에 잠을 깊이 못 자게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내만 노력해서 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난임 부부가 와서 상담할 때 배우자가 알아야 할 사항들을 너무 많은데, 시간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필자 혼자서 한 시간 이상도 떠들 수 있는 내용이다. 그중에 가장 핵심적인 요지는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자와 여자는 항상 50:50이다. 그 난임의 원인이 반반이라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야 하는 비율이 50:50이라는 것이다. 난임 때문에 오는 부부 중에서 원인 불명인 경우가 많다. 그 원인 불명이라는 것은 검사상으로 두 사람 모두 정상이라는 것인데, 그 누구에게 책임이 더 있다는 것인가? 일반적으로는 왠지 여성이 원인인 것처럼 치료에 더 적극적으로 보인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남편도 같이 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배우자의 그 비협조가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원인은 아니어도, 배우자가 적극적으로 진료실에 와서 같이 이야기를 듣고, 치료 계획을 이해하고, 참여할 때 임신 성공률은 확실히 올라가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지식적인 차원으로 접근해서 그런 내용을 아내가 듣고 와서 남편에게 설명해주면 되는 것 아니겠냐 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꼭 배우자가 와서 필자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길 바라는 점은, 두 부부의 화목을 위함이다. 필자도 결혼 12년 차가 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아내의 말이 아무리 합리적으로 옳다고 해도 그냥 듣기 싫고 바가지 긁는 소리로 들리는 경험을 아주 많이 해 봤기 때문이다. 결국, 치료를 해주는 전문 의료진이 건네는 진지한 설명을 직접 듣고 가게 되면, 모든 설명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조그만 행동의 변화는 생기더라는 것이다. 그 조그만 변화는 치료의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임신에 있어서 심리적인 요인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 좀 과장하자면, 이혼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임신이 잘 이루어질까?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심리적인 부담감은 한두 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런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다. 배우자가 옆에서 항상 함께 버팀목이 되어준다면, 여성은 큰 안정감을 얻고 임신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다. 아내와 같이 산책을 하면서 건네는 남편의 한두 마디의 대화에서 아내는 어떤 치료 약보다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필자가 진료실에서 난임 부부에게 꼭 하는 말이 있다. “임신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이루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라 사랑하는 남성과 여성이 만나서 그 결실을 보는 것이다.”

 

이 말에 대한 의미가 무엇일지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임신을 위한 여러 가지 세세한 팁들은 다음에 언급하기로 하고, 그런 설명을 배우자도 직접 진료에 참여해서 들어야겠다는 중요한 원칙을 많은 남성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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