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유치원’ 교재 분석
7살반 교재, 초등 3~4학년 어휘수의 4.7배
하루 평균 5시간 강의· 월 평균 교습비 89만원
“유아기 인지 발달수준과 맞지 않아 학습부담…
“과도한 학습노동서 영유아 보호해야”
유아 대상 영어 사교육업체의 7살 대상 교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유치원’ 일부가 고난이 교재로 중학교 학습수준의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전국 40여곳 지점을 둔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교재를 분석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5살 때 이 학원에 입학한 유아가 7살이 됐을 때 배우는 교재 37권(4258쪽 분량) 중 읽기 교재 여섯권에 나오는 지문의 어휘수, 내용, 난이도 등을 공교육의 영어 교과서와 비교했다.
결과를 보면, 교재에 실린 총 어휘수는 1134개로 초등 3~4학년 대상 ‘2011 영어 교육과정’의 어휘수인 240개의 약 4.7배로 나타났다. 또 지문의 난이도도 중1 영어 교과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에서 개발된 읽기 난이도 지수 ‘렉사일 지수’를 적용해보면, 이 교재의 난이도는 420L로 중1 영어 교과서의 평균인 295~381L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지문 내용으로는 정치, 경제, 역사 등 일반 교양 단원이 많아 영유아가 학습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다고 사교육걱정은 지적했다. 영유아가 이해하기 어려운 ‘선박 만드는 과정’이나 ‘미국의 근로기준법’을 소개한 내용의 지문도 교재에 포함됐다.
미취학 아동을 둔 부모들 사이에 이른바 ‘영유(영어유치원)’라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또래들과 공동생활을 하며 장시간 머무는 방식으로 ‘비영어교과’도 함께 가르치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처럼 운영하지만, ‘유아교육기관’이 아닌 학원법의 적용을 받는 ‘어학원’에 속한다. 유아 대상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도 속하지 않는다. 사교육걱정의 발표를 보면, 2015년 서울 지역에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224곳으로 이들의 하루 평균 교습시간은 4시간57분(초등학교 7교시 이상), 월 평균 교습비는 89만원이었다. 사교육걱정은 유아를 과도한 ‘학습노동’으로부터 보호하는 ‘영유아인권법’ 제정을 올해 대선 공약으로 정치권에 제안한 바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