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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끼오~붉은 닭의 해가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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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20170212_175517-1.jpg» ‘꼬끼오~붉은 닭의 해가 밝았습니다!’ 사진 정봉남.‘꼬끼오~붉은 닭의 해가 밝았습니다!’라는 이름을 붙이고, 닭이 등장하는 책들을 찾아보자 했더니 서른 권 이상의 책들이 골라졌다. 표지가 단연 돋보이는 건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재미마주)이다. 붉은 벼슬, 야무진 부리, 해처럼 빛나는 눈동자, 황녹청의 멋진 깃털들, 단단한 발톱, 날개를 활짝 편 모습이 더없이 멋지다. 새해를 맞는 아이들에게도 이 장쾌하고 우렁찬 수탉의 기운이 전해지면 좋겠다.
크기변환_20170212_175456.jpg»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왼쪽), <꾸다, 드디어 알을 낳다>(오른쪽). 사진 정봉남.한편 화려한 색감의 그림책 <꾸다, 드디어 알을 낳다>(줄리 파슈키스 글·그림/북극곰)의 표지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알을 낳는 일보다 꿈꾸는 일에 관심이 많은 꾸다, 남들과 똑같진 않지만 자신만이 간직한 아름다움으로 마침내 특별한 알을 낳는 사랑스러운 암탉이다. 두 권의 책을 나란히 세워두고 감상을 해보았다. 늠름한 수탉과 꿈꾸는 암탉, 우리 그림책과 외국 그림책을 마주 보게 하는 배치도 나름 재미있었다.

“왜 붉은 닭의 해예요?” 
궁금해하는 아이들에게 
“정(丁)은 붉은색, 유(酉)는 닭을 뜻해서 정유년을 붉은 닭의 해라고 한단다.” 
말해주고, 우리 조상님들이 닭의 해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찾아보았다. 
붉은다.jpg» 닭. 사진 정봉남.'붉다'는 것은 '밝다'는 뜻이기도 해서 '밝은 닭'의 해라고도 한다. 밝다는 것은 사람에게서는 ‘총명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총(聰)은 귀가 밝다는 뜻이고, 명(明)은 눈이 밝다는 뜻이다. 귀와 눈이 밝아지면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밝게 하는 기운을 뿜어낸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닭울음 소리를 새로운 시작을 세상에 알리고 온갖 잡귀를 쫓는 소리로 여겼다. 십이지 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날짐승인 닭은 땅에서 살지만 늘 하늘을 바라보면서 외친다. 하늘을 나는 상상의 동물인 용과 가장 친한 동물도 바로 닭이다. 

그래서일까? 그림 속에서 닭들은 땅을 내려다봤다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해처럼 빛나는 눈을 45도로 들어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땅을 굳건하게 붙들고 있는 발톱은 땅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새로운 세계인 내일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 앞에 어떤 잡귀도 얼씬거리지 못할 기백이 느껴진다.
크기변환_20170203_212549.jpg 얼마 전 ‘도서관에서 하룻밤자기’ 행사 때 가족들이 싸온 간식을 함께 나눠 먹는 시간이 있었다. 고구마, 옥수수, 과일 사이에 따끈하게 쪄온 달걀이 눈에 띄었다. “이렇게 귀한걸….”하면서 어른 아이 모두 반겼다. 요새는 달걀 구하기가 힘드니 대접이 달랐다. 평소에는 한두 입 베어먹고 버리거나 흰자만 조금 먹고 노른자는 그대로 두던 아이들도 소금을 살살 뿌려가며 아껴 먹는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 마치 <달걀 한 개>(박선미 글, 조혜란 그림/보리)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박선미 선생님이 쓴 동화 <달걀 한 개>는 읽어도 읽어도 재미있다. 닭을 키워 삼촌 오면 고아 주고, 오빠 오면 잡고, 고모가 친정 오면 해 먹이고……. 배가 아프다고 투정을 하면 할머니하고 아버지 밥상에만 가끔 오르던 부드러운 달걀찜을 먹을 수 있었던 시절의 야야네 집 이야기는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지만 지금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호기심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박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최고인 것 같다. 

“그렇게 귀하게 닭을 키우고, 작은 것이라도 나눌 줄 알았던 동무들, 이웃들이 그리워. 이제라도 우리 어린 동무들과 함께 달걀 한 개로도 마음을 나누고,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 어때, 너희들도 좋지?” (달걀 한 개, 작가의 말)

그런데 이렇게 밝고 총명한 닭의 해에 닭들이 수난이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해 떼죽음을 당하고, 멀쩡한 닭과 오리도 살처분의 대상이 되었다. 또다시 구제역 바이러스까지 생겨 소와 돼지도 고통받고 있다. 우리가 날마다 먹는 음식들이 원래는 하나하나 빛나는 생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크기변환_20170213_112127.jpg» <돼지 이야기>(왼쪽)와 <생명을 먹어요>. 사진 정봉남.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진실, 산다는 것과 먹는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위해 <돼지 이야기>(유리 글,그림/이야기꽃)와 <생명을 먹어요>(우치다 미치코 글, 모로에 가즈미 그림/계림북스)도 함께 읽기로 했다. 2010년 겨울 구제역이 농가를 휩쓴 뒤 한꺼번에 목숨을 잃어야 했던 돼지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사람들의 먹이가 되기 위해 먹고 자는 일을 반복하다 332만8천 마리의 돼지들이 죽음을 맞았다. 

목숨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가축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사람은 다른 생명을 어떻게 대해야 옳은지 생각할 수 있는 힘 또한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태양의 새인 닭의 밝은 기운과 어둠을 걷어내는 새벽닭의 장쾌한 울음소리,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걷는 수탉의 위용과 생명의 씨눈을 품고 있는 달걀처럼 건강하고 밝은 새해를 소망한다. “꼬끼오, 붉은 닭의 해가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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