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가시
/박성우요건 찔레고 조건 아카시아야.잘 봐, 꽃은 예쁘지만 가시가 있지?아빠 근데, 찔레랑 아카시아는이름에도 가시가 있는 것 같아.〈우리 집 한 바퀴〉(창비 2016)
바다/박성우바다가 생각보다 얇네.그래? 키가 크면 좀 더 두꺼워 보일 거야.……봐, 아빠가 안아서 보여 주니까 바다가 엄청 두껍지?내가 그냥 볼 땐 바다가 얇아 보였는데아빠가 안아서 보여 주니까 바다가 두꺼워 보였다.〈우리 집 한 바퀴〉(창비 2016)
바다를 처음 보았을 때, 아이 입에서 나온 말이 시다. “바다가 생각보다 얇네.” 아빠는 이 말이 곧 태어날 시의 첫 말임을 알아차린다. 2연은 아빠가 쓰고(“그래? 키가 크면 좀 더 두꺼워 보일 거야.”), 3연은 아빠가 아이를 안아 올리면서 몸으로 썼다(“…….”). 4연에서는 아빠가 2연의 의미를 보강하면서 확대 심화했고, 5연은 아이가 정리하는 말로 맺었다. 아이와 아빠가 함께한 시 잇기 놀이가 뿌듯하다. 이 작품은 동시가 아이에게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면서 동시에 아이의 눈높이를 어른 키만큼 들어 올려 세상과 인생의 두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박성우 시인은 시와 산문, 동시와 청소년시, 그림책 글까지 쓰는 전업 작가다. 2010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청소년시집 〈난 빨강〉(창비)을 냈고, 최근엔 어린이 감정 사전 〈아홉 살 마음 사전〉(창비 2017)을 냈다. 첫 동시집 〈불량 꽃게〉(문학동네 2008)와 지난해에 한꺼번에 출간한 동시집 〈우리 집 한 바퀴〉, 〈동물 학교 한 바퀴〉(창비)는 초등 1학년부터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지난 2월에 나온 두 번째 청소년시집 〈사과가 필요해〉(창비)에서 한 편 소개한다. 청소년시집에 실렸지만 동시로 읽어도 좋고 시로 읽어도 좋은 작품이다. 청개구리 울음소리를 청매실로 육체화한 점이 절묘하다. 시가 경쾌한 음악이 된 경우다.
유월 소낙비
/ 박성우
청개구리가 울음주머니에서 청매실을 왁다글왁다글 쏟아낸다
청개구리 울음주머니에서 닥다글닥다글 굴러 나오는 청매실,
소낙비가 왁다글왁다글 닥다글닥다글 왁다글닥다글 자루에 담아 간다
〈사과가 필요해〉(창비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