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다이어트의 시기가 오고 있다. 미리 서둘러서 여름휴가를 예약하다가 겨우내 불어난 체중과 예전과 다르게 눈에 띄는 살이 고민거리로 다가온다. 계절에 맞는 얇아진 옷의 맵시를 내기 위해서, 또는 휴가철 수영복에 맞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다. 이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들도 이 시기가 되면 고민하는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다.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다이어트 비법, 운동법, 치료법들이 다양한 매체의 형태로 반 강제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이런 다이어트에 대한 조급한 마음은 더 심하게 조장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잘못된 분위기도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 다이어트, 사진 픽사베이.
하지만, 다이어트의 욕구는 단순히 사회적인 문제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슬쩍 넘어가자. 이번에 말하고 싶은 주제는 다이어트를 준비하는 여성에게 꼭 설득하고 싶은 내용이다. 바로 여성의 다이어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목표 설정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몸이 예전과 다르게 바뀌었다고 느낄 수 있는 중년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체중을 감량하고 유지하는 건강한 다이어트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면, 여성은 생리적으로 월경 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도 문제가 될 것이고, 상대적으로 근육량이 적기 때문에 기초대사량이 적은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바로 자신의 몸,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 바꾸기이다.
다시 강조하면, 여성의 체중감량, 다이어트를 계획하고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진료실에서 산후비만, 중년 여성의 갱년기와 함께 오는 비만 때문에 상담할 때 매우 중요하게 강조하는 포인트이다. 다이어트는 잘못된 목표를 설정하는 순간 100% 실패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자신과의 싸움일 뿐이고, 실패하는 원인이 자신의 의지 부족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여성의 몸은 남성에 비해서 변화가 많고, 나이 또는 어떤 시기에 따라서 엄청난 변화의 시기를 겪게 된다.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여성들은 일생일대 최고로 체중계의 눈금이 올라가는 끔찍한 현실을 경험하게도 되고, 폐경이 되면서 한 50여 년간 잘 지켜왔던 몸매가 주체할 수 없다는 표현이 적절한 수준으로 급격하게 체중이 늘게 되는 경험도 하게 된다. 짧게는 생리 때만 되면 급격히 체중이 변화가 오거나 음식의 기호가 바뀌어서 머리와 다르게 입으로는 단 음식을 넣고 있는 경우도 있다. 여성의 이런 다양한 시기의 특성을 무시하고, 일반적인 다이어트 체중 감량의 목표 체중과 적절한 감량 속도를 주장하면 아마도 거의 실패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체중을 빠르게 많이 빼는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첫 번째 생각 바꾸기의 요점이다. 산후에는 모두 빠졌다고 해서 건강하게 산후조리를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체력이 더 저하되고, 임신 중 늘어난 인대와 근육이 회복되지 못해서 장기적으로 산후에 오는 피로감, 통증, 산후풍 등이 심해질 수도 있다.
출산 후에는 회복되는 시기에 맞춰서 체중감량되는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3개월까지는 자연스럽게 몸의 회복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너무 급하게 식사량을 줄이거나 운동량을 늘리지 말고, 산후 6개월까지 임신전보다 1~2kg 정도 체중이 늘어 있는 정도의 목표로 체중감량 목표를 잡아야 한다. 중년 여성이 늘어난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서 식사량을 줄이다가 체력이 저하되어서 더 힘든 갱년기 증상을 겪게 될 수도 있다. 폐경기 여성에게는 체중계의 눈금을 줄이는 것보다 다이어트를 통해서 신체 사이즈가 줄어들거나, 활동량이 늘어나거나 체력을 증진시키는 것에 대 중요한 목표를 삼는 것도 좋다.
그럼 다이어트의 목표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 이 문제는 사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여성 개인들이 느끼는 체중에 대한 욕구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비만도라고 하는 BMI (Body Mass Index) 기준에서 보면 분명히 23 kg/㎡이하면 과체중이 아니다. 하지만, BMI가 19 kg/㎡ 인데도 자기가 뚱뚱하다고 느끼는 여성도 있었다. BMI가 19 kg/㎡ 라는 수치는 키가 165cm 라고 하면 체중이 51kg 정도가 되는 것이다. 이 정도로 너무 날씬한 키와 체중을 가진 여성에게 ‘당신은 적정 체중이니 더 살을 찌워도 된다’고 진료실에서 설득하는 것은 거의 백전백패의 승률이었던 것 같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두 번째 생각 바꾸기는 자신의 나이와 건강 상태에 맞는 다이어트 목표(적정 체중과 감량 속도)를 세우고, 그 목표 설정할 때는 꼭 전문 의료인과 상의를 해보라는 것이다. 50대의 여배우가 너무나 날씬한 몸매로 아주 멋진 화보를 찍었다고 해서 그것이 그 여성의 건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사 속에 나오는 하루 한 숟가락 밥만 먹어서 몇 킬로그램의 체중을 감량했다는 다이어트 성공기를 쓴 여성의 일상에서는 어쩌면 그 줄어든 체중의 몇 배 정도로 그녀의 행복함, 건강함, 체력이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단순한 미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건강과 행복을 위해 필요한 의견을 잘 듣고 내 생활의 변화를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이어트에 관한 이론들이나 유행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다른 포장을 하고 반복되는 것 같다. 거기에 기존 이론과 정 반대되는 주장들이 나와서 일단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받으려는 위험한 유행도 만들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고지방식으로 다이어트를 성공한다는 스페셜 방송이 있었다. 이 방송에서 물론 나름의 논리가 있었지만, 그 이면에 흐르는 위험한 결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료계에서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이런 유행을 주도하는 반짝 이론들은 쉽고 빠르게 다이어트를 성공하고 싶은 생각의 빈틈을 노리는 것으로 꼭 주의해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럼, 이런 정보들과 다르게 여성들이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세 번째 생각 바꾸기 내용이 있다. “비만의 역설”이다. 그 내용은 중등도 비만한 사람들이 오히려 마른 저체중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율이 낮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고려대 김신곤 (안암병원 내분비내과)교수의 연구에서 나왔다. 2002~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포함된 30세 이상 100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매우 높은 신뢰도를 가질 수 있다. 물론, 20대 여성에게 사망 위험율을 언급하면서 살을 더 찌워도 된다고 설득하려고 하면 그것도 참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으로 몰릴 것이다. 결국은 중년 이후 여성에게 있어서는 너무 마른 저체중을 강조하는 다이어트 풍조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중년 이후에는 마른 체형보다는 적당히 체중이 있으면서 체력이 있는 것이 훨씬 중요한 다이어트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년 여성들도 50대 모 여배우처럼 마른 체형에 멋진 옷 맵시를 뽐 낼 수 있으면 하고 바랄 수 있다. 오히려 체중 자체보다 근력이 있어서 대사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방지하고, 신체활동을 잘 할 수 있는 건강한 상태가 중요하다는 점을 꼭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중년 여성이 훨씬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