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나무 친구들
고규홍 글, 최경식 그림/다산기획·1만2500원
자연은 사람의 발길이 쉽사리 닿지 않는 큰 숲 등 먼 곳에만 있지 않다.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도시 속에서도 나무와 풀은 스스로 자란다. 전국 각지로 나무를 찾아 답사를 다니던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작가는 어느날 문득 “그 나무들이 매일 출근하는 나의 곁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른 봄 아파트 단지 옆 학교에는 개잎갈나무가 푸른 잎으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도 봄빛이 뚜렷해져, 뿌리에서 끌어올린 물이 가득 찬 듯 중국단풍의 줄기 빛깔이 달라졌다. 희고 탐스러운 백목련 꽃도 함께 피었다. 아파트 옆 넓은 도로에도 다양한 나무들이 서 있다. 키가 큰 메타세쿼이아, ‘플라타너스’라고도 불리는 양버즘나무에도 새 잎이 피었다. 고개를 떨구면 땅바닥 보도블록 틈에 핀 민들레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의 발길에 채어도 봄이면 어김없이 새싹을 돋우고 노란 꽃을 피워 낸다. 아파트 뒤편 산책로로 가보면, 대표적인 봄나무인 벚나무들이 흰 꽃을 피워 올려 터널을 만든다.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산수유에도 이미 노란 꽃이 조롱조롱 피어났다.
도시 속 자연에도 사계가 뚜렷하다. 여름이 되어도 모감주나무는 노랗고 자잘한 꽃을 피우고, 화단에는 보랏빛 맥문동 꽃송이가 맺힌다.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 때면 우리나라 큰 나무들 가운데 잎사귀가 가장 큰 오동나무가 잎새를 떨구기 시작한다. 은행나무는 노랗게, 단풍나무는 빨갛게 옷을 갈아입는다. 소나무와 가문비나무, 히말라야시더만 여전히 초록빛을 유지한다. 겨울이 되면 나무들도 겨울잠에 들지만, 돌아오는 계절엔 다시 푸른 잎을 틔우게 될 것이다. 이처럼 자연은 언제나 묵묵히 우리 곁에 머물며 우리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초등 저학년.
최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