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안느 뒤비크 글·그림, 임나무 옮김/고래뱃속·1만3500원
작은 다람쥐 오토는 오래된 숲속 커다란 나무 위에 혼자 산다. 어느날 아침 오토는 집 앞에서 뾰족뾰족 가시가 돋친 초록색 알을 발견한다. “어, 이상하네! 어제는 이런 게 없었는데.” 신중한 다람쥐인 오토는 이상한 알을 뛰어넘어 가던 길을 갈 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 알이 갈라지고 그 속에서 조그맣고 하얗게 생긴 털북숭이가 나왔다! 게다가 털북숭이는 오토를 보고 “엄마”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 아냐, 아냐, 아냐! 난 네 엄마가 아냐!” 분명 엄마가 아이를 찾으러 올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토는 털북숭이를 일단 집으로 데려온다.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재워줄게. 그리고 내일은 네 엄마를 찾아야겠어.”
그렇게 갑작스런 ‘동거’가 시작됐다. 털북숭이는 오토가 주는 도토리를 먹고 하룻밤에 몸집이 세 배나 불어날 정도로 무럭무럭 자란다. 털북숭이는 오토가 백방으로 자신의 엄마를 찾아다니는 동안 그를 위해 맛있는 수프를 만든다. 그러나 엄마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고 털북숭이의 몸집은 갈수록 커져 집안은 엉망이 된다. “난 그동안 잘 살고 있었단 말이야!” 오토는 화를 내며 뛰쳐나오지만, 털북숭이를 아끼는 마음도 감출 수 없다. 결국 오토를 습격한 독수리를 털북숭이가 쫓아내어 준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가족’으로 함께 살게 된다. “털북숭이의 엄마를 찾지는 못했지만, 둘이서 아주 행복했다”고 한다.
<어린왕자>의 어린왕자와 여우처럼, 오토와 털북숭이가 고요한 일상을 흔드는 우연한 만남을 통해 서로에게 길들여져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