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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급여 받는 중 아이와 떨어져 살아도 부정수급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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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요건 미비라고 무조건 ‘부정수급’ 아니다”
“구체적 사정과 양육방식의 다양성 고려해야”
육아휴직 중 멕시코행, 친정에 맡긴 아이에 물품 전달
고용노동청, "부정수급"이라며 급여 두 배 징수 통지
1심 “양육 맞다”, 2심 “동거 아니어서 부정수급” 갈려
육아휴직 급여를 받는 동안 아이와 떨어져 해외에 살았더라도 휴직급여 부정수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정수급자로 몰려 받은 돈의 두 배를 물어내야 했던 ‘직장맘’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정아무개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을 상대로 낸 휴직급여 반환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정씨가 아이와 떨어져 멕시코에 있던 8개월 동안은 아이를 양육했다고 보기 어려워 육아휴직 급여 수급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를 부정수급이라고 보려면 단순히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급여를 받은 것만이 아니라, 허위·기만·은폐 등 사회통념상 부정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낸 육아휴직 신청서에는 ‘자녀와의 동거 여부’나 ‘직접양육 여부’ 확인란도 없고 이를 신고할 의무도 없다”며 “(정씨처럼) 서식에 사실대로 기재하고 제출서류도 다 냈다면 실질적인 육아휴직 급여 수급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섣불리 부정수급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육아휴직에서 양육의 방식에 관해 일률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사안마다 구체적인 사정을 따져 부정수급을 판단해야 한다”며 “정씨가 아이와 함께 출국하려고 비행기 표까지 예매한 점에 비춰 보면 양육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이와 떨어져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당사자가 처한 상황이나 양육방식의 타당성 등을 따지지도 않고 곧바로 부정수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따라서 멕시코 체류 기간 잘못 지급된 육아휴직 급여를 반환받는 것은 가능할 수 있어도, 정씨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 급여를 수령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혀, 노동청이 정씨에게서 휴직급여만큼의 돈을 추징한 처분이 잘못임을 지적했다.

2011년 1월 출산 뒤 4월부터 1년 동안 육아휴직에 들어간 정씨는 장애를 입고 직업을 구하지 못한 남편과 함께 멕시코에서 사업 가능성을 찾아보기로 했다. 정씨 부부는 출국 직전 아이가 갑자기 아파 아이를 8개월간 친정에 맡기고 따로 살아야 했다. 멕시코에서 정씨는 친정 부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양육에 필요한 물품을 인터넷에서 사 친정에 전달했다. 육아휴직 기간이 끝난 뒤 노동청이 해외 체류 기간에 받은 육아휴직 급여 807만원과 부당수급에 따른 추징금 807만원을 반납하라고 통지하자, 정씨가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정씨가 친정 부모를 통해 아이를 양육했다고 판단해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김명수)는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는 경우는 육아휴직 종료사유에 해당한다”며 “그런데도 휴직급여를 받은 것은 부정수급”이라고 판단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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