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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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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피디 집에 TV가 없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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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jpg» 서점에서 좋아하는 책에 푹 빠져 있는 김민식 피디의 딸 김민서양. 김 피디는 잠들기 전 30분 동안 딸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민식 피디 제공. 방송사 피디로 20년을 살며 다양한 직업인을 만났는데요. 가장 부러운 직업이 작가입니다. 대중에게 얼굴을 알려야 하는 연예인에 비해 사생활이 보장되고요. 직업 수명이 길어 나이 70살에도 드라마를 집필하기도 합니다.

저의 꿈은 퇴직 후 전업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은퇴 준비를 위해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둘째 아이도 이런 아빠의 모습을 자주 봐서인지 장래 희망이 작가라고 말합니다. 딸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영어학원 특강 대신 매일 아침 도서관에서 반나절 동안 책을 마음껏 읽었어요.

아내와 저만 몰래 보는 사진이 한 장 있어요. 아이가 팬티 바람으로 책 읽는 모습이요. 10살 난 민서가 밤늦도록 책을 붙들고 있으면 잠자리에 들라고 채근해요. 잠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아이는 책을 계속 읽어요. “민서야, 잠옷 갈아입으라니까~”라고 말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아이가 오지 않아 가보면 팬티 바람에 앉아 책에 넋이 빠져 있어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몰래 찍어 아내와 보며 키득거립니다. 저로서는 무척 뿌듯한 장면이에요.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려고 10년을 노력했거든요.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저희 부부는 밤마다 자기 전에 30분씩 책을 소리 내어 읽어줍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에게 지금도 책을 읽어주고 옛날이야기를 해요. 아이가 한글을 배웠다고 혼자 책을 읽으라고 하면 책과 친해지기 쉽지 않아요. 글자 해독 능력과 독서를 즐기는 능력은 다르거든요. 촬영이 없는 날에는 저녁 약속을 잡고 싶지만 곧장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고 잠들기 전에는 30분씩 꼭 책을 읽어주었지요. 제가 바쁘면 아내가 대신 읽어주었고요.

명색이 방송사 피디지만 저는 10년 넘게 텔레비전 없이 살았어요. 텔레비전이 차지하는 거실 벽면을 책으로 대신 채웠어요. 텔레비전 시청은 수동적 행위지만 독서는 작가와의 능동적 대화입니다. 아이에게 더 좋은 자극을 주고 학습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독서입니다. 엄마, 아빠가 텔레비전 앞에 앉아 깔깔거리면서 아이더러 “너는 방에 들어가서 책이나 읽어”라고 말하면 아이는 방에 들어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봐요. 저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모습을 흉내 내면서 자라거든요.
512 (1).jpg» 책에 푹 빠져 있는 김민식 피디의 딸 김민서양. 김민식 피디 제공.
방학 동안 아이와 동네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어린이 자료실에서 보면 집에서 가져온 학습지 숙제를 아이에게 시키는 분도 있는데요. 사방에 재미난 책이 가득한 공간에서 아이가 수학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워요. 제게 도서관은 어린 시절 가장 행복한 공간이었어요. 힘들 때마다 도서관으로 피했거든요. 아버지의 잔소리를 피하고, 친구들의 놀림을 피해 숨은 곳이 도서관이었어요. 책 속에서 저는 최고의 은신처를 찾았습니다. 도서관에 가면 아이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도록 자유롭게 놓아주세요. 먼저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좋아해야 그곳에 가득한 책을 사랑할 수 있거든요. 올가을, 아이와 함께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김민식 문화방송 피디 seinfeld6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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