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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 독식’ 전교 일등들의 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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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기류 요시히데가 100m 단거리 경주에서 9초98의 기록을 세우며 순수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마의 10초’ 벽을 깼습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가장 놀라운 순간은 육상 400m 남자 계주에서 일본이 은메달을 땄을 때입니다. 육상은 신체 조건상 흑인이 유리하고 경기 특성상 가난한 나라가 잘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별다른 장비나 기술 없이 그냥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요. 아시아의 부자 나라, 일본이 육상에서 이렇게 놀라운 성과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기류 요시히데는 육상 동호회 출신인데, 원래는 초등학교 시절 축구 골키퍼로 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공보다 더 빨리 뛰는 모습을 보고 육상을 권해서 세계적인 육상 선수가 된 것이죠.

한국은 반대이지요. 달리기에 소질을 보이는 육상 꿈나무를 축구 선수로 키웁니다. 투포환 선수를 지나가던 야구 감독이 눈여겨보고 투수로 스카우트해서 키우기도 하고요. 다들 인기 종목으로 몰리는 까닭에 기초 체육이 약하다고 하는데, 학문도 비슷하지 않나요? 과학고를 나와 화학이나 생물학을 전공한 영재들이 의학이나 약학대학원에 몰리는 바람에 기초 과학이 약해진다고 합니다. 운동이든 학문이든 고른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어디든 승자 독식 구조가 판을 칩니다.
512.jpg» 승자 독식 사회인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다. 아이들도 이과에서 공부를 잘하면 의대를 가고, 문과 전교 1등은 법대를 가야 하는 줄로 안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진로박람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외과의사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중·고등학교 진로 특강을 가보면, 전교 1등의 꿈이 다 비슷해요. 이과에서 공부를 잘하면 의대를 가고, 문과 전교 1등은 법대를 가야 하는 줄 알아요. 직업 선택에 있어 성적보다 더 중요한 건 적성인데 말입니다. 인기 드라마의 장르도 대부분 메디컬이나 법정물, 아니면 사극입니다. 드라마 주인공도 의사, 판검사, 아니면 왕인데요. 드라마 주인공조차 진로 선택에 있어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점에서 입맛이 씁쓸합니다.

돈이 되는 분야는 경쟁이 치열하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승자와 패자 간 격차가 벌어집니다. 이런 경우, 행복하기 쉽지 않아요. 패자는 열패감에 괴롭고, 승자는 불안감에 괴롭거든요. 달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그냥 달리기만 잘하면 되지 굳이 공까지 잘 찰 필요가 있을까요? 프로 스포츠에서 성공의 기준은 타인과의 경쟁입니다. 반면 육상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돈을 잘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성장입니다. 개인의 성장은 일에서 재미와 보람을 찾을 때 가능합니다.

인공지능의 시대, 직업의 세계도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인기 직종일수록 인건비가 비싸고, 그런 분야일수록 자동화와 기계화가 빠르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해지려면 진로 선택에 있어서도 다양성을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 자신의 직업관이 먼저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세상 사람들의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저부터 존중해야, 아이의 선택도 존중할 수 있을 테니까요.

김민식 문화방송 피디 seinfeld6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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