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첫번째 젖니는 아래 앞니입니다. 이 치아는 보통 생후 4~10개월 사이에 제일 처음 맹출하는 치아이고, 만 5~7세 사이에 제일 처음 뽑게 되는 젖니입니다. 이렇게 범주가 다양하다는 건 몇달 혹은 1~2년 정도 오차가 나도 비정상은 아니란 뜻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젖니를 집에서 뽑거나, 늦게 뽑으면 영구치가 맹출하는데 장애가 되어서 덧니가 된다고 믿기 때문에 예전에 집에서 실로 묶어 뽑던 시절과는 달리, 요즘은 대부분 아이들 젖니를 뽑기 위해 치과에 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의 처음 치과방문은 젖니 뽑기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진 1> 젖니와 젖니 뒤쪽으로 나고 있는 영구치.
위 사진에서 파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아래 치아가 젖니이고, 노란색 화살표는 후속 영구치입니다.
우연히 아이의 입을 보았더니 이런 모습으로 영구치가 젖니 뒤에 나오는 것을 목격하였다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덧니가 되는건 아닌가하여 부랴부랴 치과에 젖니를 뽑기위해 아이와 함께 치과에 달려오곤 합니다.
특히 뒤쪽으로 뻔히 영구치가 고개를 내밀며 나오려고 하는데도 앞쪽의 젖니는 전혀 흔들리지도 않고 미동도 안하고 있다면, 부모는 더욱 조바심나게 됩니다. 그러나 전혀 흔들리지도 않는 아이의 첫 젖니, 과연 치과 국소마취를 해서라도 반드시 뽑아야 하는 걸까요?
<사진 2> 젖니와 영구치.
위 앞니의 사진처럼 젖니 뒤쪽에서 영구치가 맹출하는 경우가 전체의 70% 이상으로 흔한 경우입니다. 이렇게 젖니 뒤쪽으로 영구치가 나온다 하더라도 맹출된 영구치의 95% 이상은 혀가 앞으로 밀어내는 힘과 함께 아이가 성장하면서 턱뼈도 성장하여 영구치가 제 위치에 돌아갈 충분한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영구치는 거의 대부분이 제 위치를 찾아가게 됩니다.
따라서 영구치가 뻔히 보일 정도로 젖니 뒤에 나와 있다 하더라도 앞쪽의 젖니는 흔들릴 때까지 기다린 후에 뽑는다고해서 나오는 영구치가 덧니가 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젖니를 늦게 뽑으면 덧니로 자랄까봐 걱정하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치과에 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늦게 뽑아서 덧니되면 책임질꺼냐며 치과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듯한 부모님의 강요와 어렵사리 아이를 치과에 데리고 왔으니 온김에 마취를 해서라도 젖니를 뽑고 싶은 부모님의 욕심으로 어쩔 수 없이 충분히 흔들리지도 않는 젖니를 뽑기 위해 치과 국소마취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과 국소마취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보여지는 마취 주사 바늘은 아이에게 있어 치과의 첫 경험과 첫 인상이 무서운 곳으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사진 3> 치과 국소마취 후 억지로 뽑은 젖니의 모습.
치과 국소마취를 하고 충분히 흔들리지 않는 젖니를 뽑은 경우입니다. 아직 뿌리가 채 녹지 않았습니다.
<사진 4> 빠진 이를 보이며 웃고 있는 딸아이.
제 딸아이 입니다. 아래 앞니, 첫 젖니가 거의 스스로 빠지고 난 후 치과 의사인 아빠에게 활짝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습니다. 제 딸아이도 치과가 무섭다며 울며불며 떼를 써서 결국 딸아이 젖니 뽑아주는데 두손두발 다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치과가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강제로 젖니를 뽑지 않았습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면 아이의 첫 젖니, 젖니 뒤에 영구치가 보일 정도로 나와있다 하더라도, 앞쪽의 젖니는 충분히 흔들린 후에 뽑는다고해서 뒤에 나오는 영구치가 덧니가 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젖니 뒤에 영구치가 나고 있더라도 젖니가 충분히 흔들린 뒤에 자연스럽게 이를 빼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