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나이 많아 출산 서두르는 추세
결혼뒤 첫 아이 낳기까지 ‘출산 간격’
2000년 1.95년→2013년 1.09년으로
78년생부터 출산이 경단녀 주원인
기대 자녀수 20년째 2명 밑돌아
여성이 결혼 뒤 첫아이를 낳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혼으로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부부만의 신혼생활을 누리는 기간을 줄이고 출산을 서두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여성의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1978년생부터 결혼보다는 임신·출산이 경력단절의 주된 원인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20일 통계청이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생애주기별 주요 특성 분석’ 보고서를 보면, 결혼 뒤 첫아이를 출산하기까지의 기간을 나타내는 출산간격이 2010년 결혼한 세대의 경우 1.51년으로 10년 전인 2000년 결혼 세대보다 반년 가까이 줄었다. 출산간격은 1995년 1.58년에서 점점 길어져 2000년에는 1.95년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다시 짧아져 2010년 1.51년까지 단축됐다. 이어 2012년과 2013년에도 1.29년과 1.09년으로 줄었다. 가장 최근 조사인 2015년에 결혼한 이들은 0.35년까지 떨어지는데, 이는 2015년 10월에 조사가 이뤄진 시점에서 자녀를 출산한 사람만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통계적 정확성은 떨어진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이 1990대 초반(1990~1994년) 평균 24.7살에서 2010~2015년 29.4살까지 높아지면서 출산을 서두르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여성이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을 겪으며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40대 이후 복귀하는 ‘M자형 경력단절’ 현상이 여전한 가운데 경력단절의 주된 원인이 결혼에서 출산과 육아로 변화된 흐름도 발견됐다. 경력단절 사유로 결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생까지만 하더라도 57.1%로 임신·출산(28.9%), 자녀양육(8.3%)보다 월등히 높았지만 1978년생부터 순위가 바뀌어서 임신·출산(43.8%)이 결혼(42.1%)을 앞질렀고, 자녀양육도 10.7%로 높아졌다.
부부가 평생 낳기로 계획한 기대 자녀 수(출생아 수+추가계획 자녀 수)가 평균 2명도 안 돼 현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도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대 자녀 수가 2명을 밑돌기 시작한 것은 1980~1984년 결혼 세대부터다. 2005~2009년 결혼한 세대의 경우 출생아 수가 1.77명, 추가계획 자녀 수가 0.14명으로, 기대 자녀 수가 역대 최저 수준인 1.91명에 그쳤다. 가장 최근인 2010~2015년의 기대 자녀 수는 2.07명으로 늘었지만 2015년 조사 당시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부부들의 추가계획 자녀 수가 다소 과다집계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