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를 가나 장수하는 사람들의 식단을 조사해보면 공통적으로 채식위주의 식단과 발효식품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효란 미생물이 분비하는 효소의 작용으로 음식물을 삭혀서 소화되기 쉬운 형태로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보다 전문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효모나 세균 따위의 미생물이 유기화합물을 분해하여 알코올류, 유기산류, 이산화탄소 따위를 생기게 하는 작용이다. 우리 조상들의 식단을 들여다보면 장수식단의 교과서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곡류를 주식으로 하고 반찬으로는 제철 자연으로부터 나오는 풀뿌리를 나물로 데쳐먹거나 생으로 먹고, 김치와 장아찌를 발효시켜 먹고, 사철 콩을 발효시킨 된장, 간장, 고추장을 양념으로 사용했다. 거기에 과일과 곡류로 식초와 술을 담궈 먹었으니 그야말로 장수식품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규칙한 식습관과 음주, 과로,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불량, 복부팽만,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소화기능이 떨어진 현대인들은 우유를 발효시킨 요구르트제품이나 소화제, 변비약에 의존하려든다. 소화기점막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질병은 체내에 효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효소는 인체 내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한다. 특히 소화를 돕는 효소는 음식을 분해하여 영양분을 장 외벽을 통해 혈액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즉,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돕는 것이다. 인체 내에서 효소의 저장량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음식을 생으로 먹어야 한다. 효소는 일반적으로 섭씨 48-65도 사이의 온도에서 거의 파괴되고, 48도에서 장시간 가열하거나 65도에서 조금만 가열해도 효소가 파괴된다. 따라서 가장 안전하게 효소를 섭취하려면 적어도 45도 미만의 온도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봄이 되니 자연으로부터 나온 싱그러운 먹을거리들이 선물처럼 가득하다. 이럴때 여러가지 채소들과 과일, 산야초들로 발효효소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그러기전에 우선 냉장고에 들어있는 채소나 과일이 남아도는 게 있다면 실험삼아 효소를 담궈보자. 지난달 인도여행을 떠나기 전, 채소들의 재고량을 점검해보니 토마토가 반 박스나 남아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기농설탕을 넣어 토마토청을 만들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기린의 채식레시피]
남는 재료로 간단히 만드는 발효효소, 토마토청
재료 : 완숙토마토, 유기농설탕, 유리저장용기나 옹기
1. 완숙토마토를 잘 씻어 체에 받쳐 물기를 건조시킨다
2. 저장용기를 잘 소독한다.(유리용기는 끓는 물에, 옹기는 거꾸로 가스불에 얹어 5분정도 소독한다)
3. 토마토와 설탕을 1:1.1 로 저장용기에 담는다
4. 밀봉하여 한 달 정도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5. 일주일 후부터 발효가 시작되므로 이 때 건더기는 베에 걸러 건져내고, 액체만 다시 용기에 담아 그늘지고 서늘한 곳에서 수개월 발효시킨다
* 과일의 경우에는 수분이 많아 설탕을 조금 더 넣기도 한다.
* 뚜껑을 열었을 때, 뻥 소리가 나면 발효가 되지 않은 것이므로 조금 더 두어야 한다.
* 재료를 담은 후 맨 위에 죽염을 조금 뿌려주면 좋다
청은 다른 말로 효소, 효소청, 효소액, 발효효소 등으로 불린다. 원래 꿀을 이용하여 만들었던 유자청, 모과청, 매실청에서 시작하여 요즘은 설탕을 이용하여 손쉽게 만들게 되었다. 설탕은 사탕수수 상태에서는 과당형태로 효소가 살아있지만, 열을 가해 추출되는 과정에서 자당으로 변하여 효소가 죽은 상태가 된다. 자당형태의 설탕을 많이 먹으면 우리 몸에서 미네랄과 비타민이 많이 소모되지만, 이렇게 발효시키면 다시 효소가 살아있는 천연당인 과당으로 바뀌게 된다. 과일청은 음료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샐러드 소스나 천연조미료 역할도 한다. 철마다 미리 만들어두면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토마토청을 넣은 샐러드 드레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