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 입은 아이가 골몰하는
웅덩이 건너는 멋진 방법들
진흙투성이가 되어도 괜찮아!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
수산나 이세른 글, 마리아 히론 그림, 성초림 옮김/트리앤북·1만3000원
새 옷을 입고 놀러 나왔는데… 이런 웅덩이잖아! 웅덩이를 밟지 않고 건널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아, 생각났다! 아홉 가지나 되네.
오늘은 내가 웅덩이에 빠지지 않고도 건널 수 있는 방법 아홉 가지를 알려줄게. ‘정답’이 뭐냐고 묻지 마. 시시하다고 실망하지도 말고. 나는 지금 내 앞에 놓인 문제를 푸는 게 정말 재밌거든.
우선 제일 간단한 방법이야. 눈과 귀를 가리고 웅덩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피해가는 거야. 물론 이 방법은 재미가 없어. 이것만 듣고도 어른들은 ‘유치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참을성을 갖고 들어봐. 내게는 ‘컴퍼스 전략’이 있어. “1. 웅덩이 지름이 얼마나 되는지 어림짐작해본다. 2. 한쪽 발을 웅덩이 가장자리에 딛고, 다른 발을 반대편 가장자리까지 쭉 뻗는다.” ‘인간 컴퍼스’가 되는 거야! 역시 수학은 정확해. 응? 여자아이는 수학을 못한다고? 무슨 소리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수능 표준점수를 봐도 수학에서 남자아이에게 안 밀리거든!
트리앤북 제공
다음은 슈퍼맨처럼 펄쩍 뛰어오르기. 발 옆에 폭죽이 터지기 직전이라고 상상해봐. 웅덩이 너비가 너무 넓으면 널빤지를 외나무다리로 사용하면 돼. 웅덩이에 송곳니를 캐스터네츠처럼 딱딱거리는 악어들이 득실댄다고 생각하면 절대 한눈팔 수 없을걸? 아! 냄비를 꺼내서 징검다리를 만들어도 되겠다.
친구 자전거 뒤에 타는 방법도 있는데 그건 너무 심심하고…. 골목에서 매일 마주치는 덩치 큰 멍멍이의 등에 올라타면 어떨까? 물론 평소에 그 아이랑 친하게 지내야 가능할 텐데…. 오늘부터 간식거리라도 챙겨줘야겠어. 멍멍이가 싫다고 하면 공중에 외줄을 매달고 살금살금 타볼까?
그래도 웅덩이에 빠져 민트색 치마도, 하얀 양말도, 빨간색 구두도 진흙투성이가 될지 몰라. 그럴 땐 툭툭 털고 일어나서… 첨벙첨벙, 팔짝팔짝 웅덩이에서 뛰는 거지 뭐. 생각만 해도 신난다!
트리앤북 제공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집에 돌아가면, 엄마 아빠는 한숨을 푹푹 내쉬겠지? 하지만 나는 오늘 웅덩이를 건너는 방법을 아홉 가지나 찾았어. 엄마 아빠한테 설명하고 다음에 같이 해보자고 할 거야. 엄마 아빠가 ‘정답’을 말하는 대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웅덩이를 건너는 방법이 더 생각날지도 몰라. 엄마 아빠도 키가 나만했을 땐 웅덩이를 어떻게 건널지 고민했을 거야.
새로운 방법은 내일 해볼래. 오늘 이미 신나게 놀았으니까. 내 이야기는 그림책 <웅덩이를 건너는 가장 멋진 방법>(초등 1~2학년)에 나와. 너라면 웅덩이를 밟지 않고 어떻게 건널래? 웅덩이를 건너는 방법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더 재밌어질 거야. 내 키도, 머릿속도 한뼘 더 자랄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