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철거공사 중 석면 흩날려
개학 4월2일로 미뤄진 가운데
수업 공백 메우려 학부모들 앞장
지역연계프로그램으로 스스로 교육
석면 검출로 개학이 한 달 미뤄진 서울 관악구 인헌초등학교의 4학년 어린이들이 26일 인헌고등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인헌초등학교는 26일부터 30일까지 학교 수업을 대체하는 지역연계형 프로그램을 관악구 일대에서 진행한다. 학부모 제공
겨울방학 동안 진행된 석면철거 공사에서 석면이 흩날려 개학이 한 달 미뤄진 서울 관악구 인헌초등학교가 26일부터 ‘지역연계형 교육프로그램’ 운영에 들어갔다. 학교 수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학부모와 교육당국, 지역 사회가 힘을 모아 교육 공백을 메우기로 한 것이다.
인헌초는 최근 학부모들에게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새 학년 적응 체험학습’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석면 검출로 개학이 4월2일로 미뤄진 가운데, 26~30일 진행되는 지역연계형 교육프로그램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올해 입학하는 1학년은 관악영어마을에서 5일 동안 입학 적응활동을 하고, 2~6학년은 인근 서울대 규장각 등을 방문하거나 인성교육, 체육활동을 할 예정이다.
석면 때문에 개학이 미뤄진 학교는 인헌초만이 아니다. 서울·경기·광주에 있는 9개 학교가 석면 문제로 지난 2일 개학을 못 했다. 그러나 개학이 미뤄진 동안 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곳은 인헌초가 유일하다. 교육당국도 학교도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인헌초 학부모들이 팔을 걷어붙인 결과다.
학부모 정아무개씨는 “3월 한 달도 문제인데, 만약 4월2일에도 개학을 못한다면 이 때의 교육 공백은 어떻게 메울지 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학이 갑자기 미뤄지면서 학부모들은 학교 수업의 대안을 찾느라 분주했다고 한다. 부랴부랴 학원을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고, 맞벌이 등으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면 아이가 방치될 상황에 놓인 가구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학부모들은 대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지난달 28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만나 지역과 연계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제안했고 특별예산도 지원받았다.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 등이 참여한 교육 티에프(TF)에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를 수업일수로 인정하기로 했다. 지역사회는 교육장소 등을 적극 지원했다. 서울대는 26일 5학년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서울대 규장각 역사탐방’을 위해 장소를 빌려줬고, 김시덕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가 강의를 맡기로 했다. 인헌고등학교는 실내체육관을 내줬고, 관악 영어마을도 9개 교실과 강당을 빌려줬다. 학부모들은 수업 도우미로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교육 티에프 대표를 맡은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학교 수업의 대체 수단이 없는 한국 사회에서 학부모들이 앞장서 교육 공백에 대해 고민하고 지역 사회와 함께 교육의 주체로 나선 인헌초의 사례는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