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출연하게 된 방송사에서 받은 선물 중 하나가 바로 제주도 호텔숙박권이었다.
제주가 집인데 무슨 호텔숙박권이냐 싶었는데
그것 때문에 타지의 가족을 초청하기도 뭐하고 해서 우리 가족이 묵기로 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유효기간이 다가와서 날짜를 아내가 쉬는 날인 월요일로 잡았는데
하필 한라봉 배송작업이 잡힌 날이다.
정신없이 선별, 포장, 배송까지 마치고 나니 늦은 오후.
아내와 뽀뇨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저녁시간이 되었다.
저녁을 집에서 먹고 가자는 아내에게 오늘은 호텔에 숙박하는 특별한 날이니 외식을 하자고 설득, 집을 나섰다.
어떤 걸 먹을까?
이미 날은 어둑어둑 해가고 숙소까지는 또 40분,
지역의 지리에 밝은지라 호텔 근처에 식당이 없는 것을 다알고 있는 상황에서 내린 결론은
제주시내에서 먹고 이동하자는 것.
아내에게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하니 “집앞에 있는 해물찜집”을 고른다.
하필 ‘바로 집 앞’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는데
아내가 좋아하니 어쩔 수 없지 하며 해물찜을 먹었다.
<맛집? 집 앞 식당 ㅋ>
워낙에 일상이 여행이고 점심시간은 맛집순례시간인지라 특이할 바는 없었지만
‘제주도 호텔 1박’이라는 이벤트는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진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온 여행객처럼 부푼 마음을 가지고 여행에 임해야지 했는데
‘바로 집 앞 식당’에 바람이 좀 빠지고, 식당집 대여섯살은 되어 보이는 오빠의 축구공이 탐나 저녁도 안먹고
축구공을 서로 가지려 옥신각신하는 뽀뇨를 보며 바람이 더 빠졌다.
밥 먹고 나니 저녁 7시, 숙소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데
밤은 깊어 뽀뇨가 좋아하는 바다는 보이질 않고
매운 저녁을 먹고 잔뜩 신경질을 내는 ‘장트라볼타’를 억누르며 가속페달을 밟았다.
체크인하고 올라간 숙소.
침대하나, 테이블 하나, TV, 냉장고 하나가 딸린 전통적인 호텔 숙소다.
“무얼 할까?”라고 얘길 했지만 딱히 할 것이 없는 것이 도심도 아닌 시골 숲속인데다
차로 10분 거리의 읍내 나가봐야 볼거리도 없다.
아... 점점 제주여행이 호텔숙박여행으로 굳어지는 구나 싶었는데
마침 9시 뉴스에는 내일 아침부터 천둥번개에 폭우까지 내린다고 한다.
<우린 그날 밤, 대형 TV 구경만 해야했다>
멘붕상태에서 겨우 편의점 맥주 한 캔을 따고 아내와 TV시청을 했다.
내일 조식뷔페를 기약하며.
높이가 제법 높은 호텔 침대가 좋은지 연신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뽀뇨를 사이에 두고
겨우 잠자리에 들었는데 2인용 침대가 비좁은데다 엄마아빠사이에 가로 누운 뽀뇨.
‘H형 잠자리’,
엄마아빠는 침대 끝에 메달려서 뜬 눈으로 잠을 지새워야 했다.
다행히 아침 눈을 떠보니 폭우는 아니고 봄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기대하던 조식뷔페가 너무 단출해서 놀라고 1박 2일 여행이 너무 짧아서 또 놀랐다.
<굿모닝, 비양도>
하지만 뽀뇨와 함께 한 첫 대중목욕탕 나들이는 조금 특별했다.
좁은 욕조를 벗어나 아빠와 목욕탕에 나왔으니
‘남자가 아빠임을 자각하게 되는 가장 큰 계기’인 목욕탕 나들이를
하필 호텔에서 하게 된 것이다.
아직 등을 밀어주기엔 너무 작은 뽀뇨를 바라보며
다음엔 꼭 등을 한번 밀어줘야 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가족의 제주여행은 이렇게 단출하게 끝이 났다.
별 다를게 없는 호텔 1박이었지만 하루 하루가 여행이니 괜찮다, 괜찮아.
<뽀뇨와의 제주생활을 다룬 책을 쓰기로 했습니다. 기대해주셔요 ^^>
*아래 사진을 누르면 '천재 뽀뇨'를 만나보실수 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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