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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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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학원, 숙제…, 잠 좀 푹 잘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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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2).jpg» 잠을 자는 시간은 스트레스를 잊고 우울한 감정을 회복시키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 중에는 밤늦게까지 학원을 다니고 학원 숙제를 하느라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홍권 한겨레 사진마을 열린사진가
 
요즘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습니다. 오는 5월26일 토요일 저녁에 첫 방송이 나갈 문화방송(MBC) 주말특별기획 <이별이 떠났다>입니다. 드라마를 만드는 건 즐거운 작업이지만, 나름의 고충이 있어요. 바로 수면 부족입니다.  

드라마는 야간 촬영이 많은데요,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밤 신(장면)을 찍을 수 있는 게 저녁 8시 이후입니다. 야간 촬영에는 조명이 필수라 장비 설치하고 정리하고 이동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요. 두세 장면만 찍어도 금세 새벽 2시가 넘습니다. 그렇게 찍고도 촬영 버스는 아침 7시에 다시 출발하고요. 드라마를 만드는 동안 수면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예전에 미니시리즈 <내조의 여왕>을 연출할 때는 하루 평균 2~3시간을 자며 일하는 바람에 드라마가 끝나자 대상포진으로 한동안 고생을 심하게 했습니다. 면역력 저하로 잔병치레를 하며 사는 게 드라마 피디의 일상이지요. 

나이 50이 넘어가니 이제 밤을 새우며 일하는 게 버겁습니다. 촬영이 없는 날은 밤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지요. 그래야 숙면을 취할 수 있어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둘째 민서가 그래요. “아빠, 어제 자다가 놀라지 않았어?” “왜?” “아빠 침대 옆에 내 휴대폰을 올려뒀는데, 아침에 보니까, 어젯밤에 친구가 준비물 때문에 문자를 보냈더라고. 아빠가 자다가 휴대폰 소리에 깼을까봐.” 워낙 피곤해서 아무 소리도 못 듣고 잘 잤는데 말이지요. 

문득 궁금해졌어요. “문자는 몇 시에 왔는데?” “밤 10시45분.”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엥? 그럼 그 친구는 그 시간에 깨어 있었단 말이야?” 이번엔 민서가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당연하지. 아빠, 우리 반 친구들은 다 밤 12시 넘어서 자. 나처럼 일찍 자는 애도 없어. 오죽하면 어떤 아이가 ‘수면 부족’이라는 시를 다 썼겠어.”  민서가 들려준 반 친구의 시입니다. 

수면부족 

어린이들 평균 수면 시간 아홉 시간
나의 평균 수면 시간 여섯 시간
영어학원 갔다가 끝나면 밤 10시
집에 와서 학원 숙제하면 밤 12시
나는 항상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원래 어린이들 학원 시간은 밤 9시까지잖아? 그런데 그 학원은 밤 10시까지 한대. 그리고 숙제도 되게 많이 내준대. 너무하지 않아?” 민서의 말에 기가 막혔어요. 나이 50에 밤샘 촬영을 하느라 잠을 못 자는 게 괴롭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과 함께 만드니까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자기 주도 업무나 학습은 힘들어도 버틸 만합니다. 그런데 어린이의 영어 공부도 그럴까요? 10살 아이가 영어의 필요성을 깨닫고 스스로 밤잠 줄여가며 학원을 다니고 숙제를 하는 걸까요?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아이들 이야기에 마음이 울적해집니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적어도 어린이들에게 잠은 푹 재웠으면 좋겠어요. 

좋은 육아의 시작은, 아이들의 수면 시간 보장이 아닐까요? 

※ ‘김 피디의 통째로 육아’ 칼럼을 종료합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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