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건물 법원 문양.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2개월의 육아 휴직 급여 신청 기간을 넘겨 급여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해당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고용노동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강효인 판사는 금융감독원 직원 손아무개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상대로 “미지급된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손씨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감독원에서 일하던 손씨는 2014년 9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육아휴직을 낸 뒤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고용노동청)에 육아휴직 급여를 신청했지만 2014년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의 기간에 대한 육아휴직 급여만 받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7년 10월 손씨는 고용노동청에 “당시 미지급된 기간에 대한 육아휴직 급여를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고용노동청은 “고용보험법에 따라 육아휴직 종료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육아휴직 급여를 달라고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용보험법(제70조2항)에 따르면, 육아휴직 급여를 받으려면 육아휴직이 끝난 뒤 12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법원은 “고용보험법의 해당 규정이 반드시 12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는 의미의 ‘강행규정’이 아닌, 가급적 조속히 육아휴직 급여를 신청하도록 독려하는 ‘훈시규정’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2011년 7월 국회에서 고용보험법이 개정될 때, 육아휴직 급여 지급 요건을 정한 조항 안에 두었던 해당 규정을 별도의 조항에 따로 떼어놓은 사실을 언급했다. 법원은 “법령의 해석은 원칙적으로 법령에 사용된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되, 당시 법령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타당성 있게 법을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육아휴직이 끝난 뒤 12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는 해당 조항의 형식적인 문구에 얽매이지 않고 국회가 당시 법률 개정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입법 정신을 헤아려 봐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어 “국회는 법률 개정 당시 육아 휴직하는 이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할 필요성이 큰 점,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권리는 고용보헙법(제107조제1항)이 정한 3년의 소멸시효 제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법률 체계를 변경함으로써) 12개월의 신청 기간을 준수하는 것을 육아휴직 급여 지급 요건으로 삼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