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기린한약국으로 9명의 중학생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대안교육 산학교(중등과정)를 다니는 친구들.
11월에 인도에서 열리는 대안교육 포럼에 참여하기 위해 경비를 마련하려고 매주 식당을 열려고 하는데, 메뉴를 채식으로 하겠다는 것.
학교 선생님 중 한 분이 채식이 지구를 위해 좋은 환경운동이라고 권유를 하셨던 모양.
두시간 남짓, 쏟아지는 질문들은 아주 다양했다.
나는 채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공장식축산의 문제점, 식량부족과 토지부족, 숲의 파괴 등 지구가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하여 비교적 쉽게 이야기를 해주었고
이야기를 마친 후, 친구들은 건강상 영양이 부족하지 않은 채식메뉴를 선택하여 10월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점심과 저녁을 판매해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후 얼마 지나지않아, 이 친구들에게서 메일이 날라왔다. 직접 만들었다는 포스터에는
옷과 앞치마를 맞춰입고 찍은 사진과, 왜 채식이 환경에 좋은지 설명이 되어 있었다.
드디어, 5월25일 점심부터 식당을 연다는 당찬 선전포고 같았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 이쁜 친구들을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내가 진행해 온 한국고기없는월요일( Meat Free Monday Korea)의 즐거운채식파티와 오감테라피학교의 [채식과 힐링] 디너파티를 아이들과 같이 열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흔히 완전채식(비건)을 한다고 하면, 영양이 부족하지 않을까, 맛이 없지 않을까, 너무 편벽된 선택이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산학교의 학생들도 그 점에 대하여 가장 의구심이 들어했었다.
나는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변을 한 끼의 식사를 같이 요리하면서 해결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된 메뉴들은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양질의 탄수화물, 미네랄과 비타민, 파이토케미컬 성분이 한 접시에 고루 담겨져 있는 두부스크램블드 야채카레밥,
비트로 물들인 참외미역초무침, 아보카도드레싱을 곁들인 오색가지롤, 어린잎귀리그래놀라샐러드, 속배추전이다.
채식이 육식의 반대말이 아니라, 건강한 입맛을 되찾고, 치우친 영양의 불균형을 잡아주는 건강한 식단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당근인형을 쓰고, 과일머리띠를 두른 산학교 team ZEST 친구들
매주 하나의 메뉴만을 여러명이서 같이 준비하던 친구들은, 한번에 여러가지 요리를 준비하는 것이 어려운 듯 보였지만 수다를 떨며 야무지게 잘 따라주었다.
가지롤 요리를 같이 준비하며, 평소 맛이 없어 잘 먹지 않았던 가지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친구,
아보카도가 영양이 많다고해서 먹어보려 했지만 맛이 이상해서 안먹었는데. 아보카도 드레싱은 너무 맛있어서 계속 먹고 싶을것 같다는 친구,
요리가 어렵지 않고 재밌다는 것을 배웠다는 친구,
또한 환경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으면서 생명도 살리는 채식이 친근해졌다는 친구.. 등등
아이들이 충분히 요리를 즐기고, 많은 것을 체험한 모양이었다.
두 아이와 함께 참여했던 부부는, 평소 아이들이 채소편식이 심해서 입에 잘 대지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날의 메뉴로 제공된 배추전은 맛있게 먹었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너무 어른들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채소를 먹으라고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오히려 더 채소와 교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데, 어른들이 늘 맛없게 먹어왔던 요리를 아이들에게 그대로 먹어보라고 하는건 아닌지.
아이들과 몸을 부대끼고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며 요리하는 동안, 마음은 저절로 행복해졌다.
맛있는 힐링디너, 한끼의 메뉴를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보자.
1. 스크램블드 두부가 들어간 야채카레밥
야채카레볶음밥을 만드는 도중, 한 친구가 말했다. "와,, 냄새랑 색이랑.. 거의 죽음이에요~ ! "
<재료>
두부, 호박, 당근, 양파, 표고, 현미밥, 강황가루, 카레가루,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조금
<만드는법>
1) 부침용두부는 물기를 빼고 으깨어 오일을 조금 두른 팬에서 약간 바삭 거릴 정도로 저어가며 수분을 날려준다.
2) 어느정도 수분이 날라가면, 강황(울금)가루를 넣어 노랗게 색을 낸다
3) 준비된 채소들은 잘게 썰어두었다가, 2)가 완성되면 함께 볶아준다.
4) 3)에 현미밥을 넣어 섞은 후, 카레가루를 넣어 볶아준다.
5) 마지막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 일반적인 카레처럼 걸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카레향이 가볍게 나는 볶음밥이다. 오일은 많이 넣지 않는다.
2. 비트로 물들인 미역참외초무침
<재료>
비트즙, 오이, 참외, 미역, 집간장, 사과식초, 메이플시럽 또는 꿀 조금 (안넣어도 됨), 파프리카 조금(고명용)
<만드는법>
1) 미역은 미리 불려둔다
2) 오이는 세로로 길쭉하게 썰고, 참외는 씨를 파내고 얇게 썬다.
3) 집간장, 비트즙(없으면 비트를 섞어도 된다), 사과식초, 메이플시럽이나 꿀을 넣고 버무린다.
4) 마지막에 파프리카(또는 고추)를 잘게 다져 고명으로 색을 낸다.
* 적양파를 섞어도 맛있다.
3. 아보카도드레싱을 곁들인 오색가지롤
<재료>
가지, 파프리카 노란색과 붉은색, 오이
아보카도드레싱 : 아보카도, 사과식초, 메이플시럽이나 꿀 조금, 소금
* 양파와 고수를 섞어도 맛있다.
<만드는법>
1) 가지는 세로로 길고 가늘게 자른 후,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다.
2) 중불로 달군 팬에 기름없이 가지를 굽는다. 부드러워지면 뒤집어서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3) 파프리카는 결대로 썰고, 오이는 돌려깎기하여 같은 크기로 썰어둔다
4) 재료를 가지에 넣어 돌돌 말아, 아보카도 드레싱을 곁들인다.
아보카도드레싱은 아무 채소에도 잘 어울린다. 샐러드를 맛있게 만들 수 있다.
4. 어린잎귀리그래놀라샐러드
<재료>
어린잎, 찐단호박, 귀리를 조청에 졸여 면든 그래놀라 또는 일반적인 후레이크
<드레싱>
올리브오일, 사과식초, 소금 (올리브오일 대신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넣어도 된다)
만드는법 : 미리 버무리지말고, 접시위에 각 재료들을 올린 후, 드레싱을 가볍게 끼얹는다.
5. 속배추전
<재료>
속배추, 검은깨 또는 치아씨드
전반죽 : 통밀가루, 현미가루, 전분가루 등분, 소금, 후추
<만드는법>
1) 속배추를 낱장씩 떼어내며 물에 씻는다
2) 전반죽을 요플레 정도의 묽기로 한다
3) 반죽옷을 입힌 후, 중불로 달궈진 팬에서 배추전을 부친다
4) 검은깨나 치아씨드로 장식한다
요리하는 사람의 마음이 요리에 담긴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요리를 좋아하고 맛있어하는 사람이 하는 요리를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요즘 친구들은 운동부족과 고영양식단으로 소아비만과 소아당뇨 등의 대사증후군이 예전보다 흔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은 매 끼니마다 고기를 먹이고 싶어한다.
아이들은 채소와 점점 멀어지고 말이다. 그런 친구들이 성장하면 평생을 채소를 싫어하는 비만한 어른이 되기 쉽다
그래서 어린시절에 채소와 친해지고, 채소의 식감을 좋아하게 하는 것은 평생 건강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채식을 하면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나요? 체력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아니다. 녹색단백질들은 포화지방과 짝을 이루지도 않아 살이 찌게 하지 않으면서도 영양밀도가 뛰어나다.
대표적으로는 콩, 아몬드, 시금치, 새싹채소, 버섯, 케일, 현미와 같은 통곡류, 그리고 해조류 등에 풍부한 단백질이 들어있다.
채소에 대한 다양한 조리법을 어려서부터 즐길 수 있는 먹거리 교육이 필요하다.
산학교 친구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채식메뉴를 선정하여 식당을 운영함과 동시에 채식과 관련된 서적을 읽고 토론을 하며,
먹을거리가 얼마나 우리의 삶에 중요한지, 우리 지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어떻게 먹는 것이 과연 잘 먹는 것인지에 대하여 공부하고 있다.
입시위주의 교육이 아닌, 실생활과 자신의 몸에 대한 공부, 또한 우리가 사는 지구와 매일 먹는 끼니에 대한 공부를 통해 성장해나가고 있는 이 친구들이
나는 너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