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여름기온이 점점 상승하고 있다. 사람만 더운 게 아니다. 좁은 우리에 가둬기르는 동물들도 덥긴 마찬가지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육되면서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로 길러지는 동물들, 과연 고기를 먹는 게 요즘같은 시대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까? 복날이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삼계탕의 재료들은 닭만 빼고 나머지는 다 채소와 약재들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닭들은 껍질을 다 벗기고 냉동시킨 것이거나, 조리하게 좋게 손질되어 있는 것들이라 상상이 안되겠지만, 실제로 유통되는 닭들의 대부분은 찜통 같은 공장식축사에서 파닥거리며 살아간다. 면역력이 약해져서 병에도 자주 걸리고, 스트레스가 심해서 발톱도, 털도 많이 빠진다. 과연 이들이 복날 보양식이 되어 우리 몸을 튼튼하게 해줄 수 있을까?
복날 보양식, 이런 건 어떨까? 보약재로 사용되는 인삼, 황기, 맥문동, 감초, 대추, 생강을 끓여 약효를 내고, 다양한 컬러푸드와 단백질이 풍부한 두부, 버섯으로 영양을 더한 한방오색채소 샤브샤브로 눈도 즐겁게,맛도 다양하게 즐겨보자.
[인삼 채소 샤브샤브]
<보약채수 재료 (3~4인분)>
인삼, 황기, 맥문동, 감초, 구기자 각 10g, 대추5~ 6개, 생강 조금 , 양파 1개, 통마늘 3쪽 ,목이버섯
<오색채소 재료>
두부, 버섯류와 잎채소류, 어린잎, 새싹류, 열매류, 뿌리류를 오색을 갖춰 고르게 준비한다.
<소스 재료>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다진 양파, 다진 생강, 다진파, 견과가루 또는 분쇄한 것 각 1작은술, 들기름, 통깨, 취향에 따라 고수잎을 잘게 다져넣거나 와사비를 풀어 즐겨도 좋다. 경우에 따라 소스가 너무 자극적이면 물을 조금 넣어 부드럽게 한다.
<만드는 법>
1. 약재들을 담아 물을 10배 정도 부은 후 끓인다. 끓기 시작하면 물을 줄여 1시간 반 정도 더 은근하게 끓인다.
2. 채소들은 종류별로 색깔별로 준비하여 담는다. 버섯의 경우는 신선해야 하며, 더운 여름철이니 만일의 식중독을 대비하여 미리 한번 데쳐서 준비해도 좋다.
브로콜리, 연근, 고구마와 같이 질감이 다소 질기고 강한 것들도 미리 살짝 익혀두면 쉽게 즐길 수 있다.
3. 1의 보약채수에 채소와 버섯을 차례로 넣어 소스에 찍어 먹는다.
인삼은 보약 중 보약으로 오장의 기를 보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눈을 밝게한다. 대뇌피질의 흥분과정을 강화시켜 신경중추를 조정하며 뇌기능을 증진시켜 기억력을 좋게 한다. 또한 강력한 항균작용도 가지고 있다. 체력이 약해지면 심근이 약해져서 두근두근 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이럴때도 인삼을 먹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간을 보하므로 간염, 간기능이상에 쓸 수 있고, 콜레스테롤 대사를 조절하는 작용도 있다.
황기는 땀을 많이 흘려 허해진 사람들에게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반대로 땀을 전혀 안흘리는 사람들에게도 효과가 있다. 땀구멍 조절효과가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이 흘리는 경우에도 적게 흘리는 경우에도 조절을 해준다는 뜻이다. 황기를 생으로 사용하면, 피부의 고름이나 종기를 다스리고, 식은땀 나는 증상에도 도움이 된다. 황기를 구워 사용하면 허손증과 몹시 야윈데 좋다.
[동의보감]에 맥문동은 허로로 열이 나고 입이 마르며 갈증이 나는 증상을 다스린다고 설명하고 있다.진액이 부족한 증상에 사용되며, 기침과 가래를 멈추게 하며 혈압을 떨어뜨리며, 두통, 어지럼증, 조초, 불면 증상에도 도움이 된다.
구기자는 서양에서 고지베리라고 알려져있는 수퍼푸드다. 간을 보하여 시력에 도움이 되고, 혈압과 혈당을 조절해준다. [동의보감]에서는 구기자가 몹시 피곤하여 숨쉬기도 힘든 증상을 보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양기를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나와있다. 서양구기자는 건포도처럼 샐러드에 토핑을 할 정도로 단맛이 강한 반면, 우리나라의 청양, 진도산 구기자는 색이 거무튀튀하면서 생으로 먹기에는 식감이 좋지 않으므로, 밥이나 죽, 차로 이용한다.
약방의 감초는 여러가지 약초들과 채소들의 독을 중화시키고, 맛과 약효를 조화롭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단맛을 내기때문에 국물맛을 내는데도 좋지만, 과용시 부작용으로 얼굴이 달처럼 붓는 (Moon Face) 증상이 나타나므로, 너무 많이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약으로 사용되는 식물들의 효능뿐 아니라, 오색채소들이 가진 다양한 파이토케미컬 성분들은 항균, 항암, 항산화 작용을 가지고 있어서 대사증후군이나 알레르기 증상, 소화장애를 가진 현대인들에게 필수적인 보약이다. 예전처럼 고기는 일년에 한두번 먹는 문화가 아니라, 저녁마다 치맥을 먹는 문화로 바뀐 요즘, 우리가 고통받는 각종 질병들도 양상이 틀려졌다.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 고콜레스테롤증, 간경화, 심장질환과 더불어 크론병과 장질환, 비염, 천식, 아토피 등의 모든 질환들이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을수록 악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식당의 99%는 고기집이고, 명절때나 복날이면 보양탕을 먹는 음식문화,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약선요리에 쓰이는 재료들이 없다 해도, 단순하게 채수를 만들어 즐겨도 좋다. 디톡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고칼로리, 고지방, 고단백의 넘치는 영양에 집착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섭생법이 또 있을까? 심각하게 고려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