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시작한 열일곱
모리야마 아미 글, 정영희 옮김/상추쌈·1만5000원
“해야 할 건 많은데, 해야 한다는 것도 아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어.”
입시 위주의 교육과 지나친 경쟁으로 한국의 많은 학생은 무기력감을 느낀다. 내가 왜 공부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내 꿈을 찾고 의미 있는 미래 설계를 할 수 있는지 힌트를 제공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이웃 나라 일본 나가노현 후지미고등학교의 양봉부 이야기를 다룬 <꿀벌과 시작한 열일곱>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북 의성 정도쯤 될까. 작은 시골 마을에 자리 잡은 후지미고등학교에 여고생 치하루가 입학한다. 치하루도 처음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 고민한다. 그런 학생에게 “하고 싶은 일은 책상 앞에 붙어 있다고 찾아지지 않는”다며 손을 내미는 선생님이 있다. 실습 담당 기타하라 도시후미 선생님이다. 기타하라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편백 삿갓을 만드는 장인도 만나고, 다래 키우는 농가도 방문한다. 1학년 내내 다양한 현장을 방문한 치하루는 2학년 여름 방학 때 양봉 농가에서 체험을 한다. 이 체험에서 치하루는 꿀벌에 매력을 느끼고 급기야 학교 안에 양봉 동아리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한다.
치하루는 회원들과 함께 학교 뒤뜰에 벌통을 놓고 꿀벌을 치며, 벌꿀을 따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꿀벌을 직접 키우며 꿀벌의 생태계는 물론 생명의 소중함과 덧없음, 가족을 위해 일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바치는 용기까지 많은 것을 배운다. 아이들은 가만히 책상에 앉아 죽은 지식을 외우거나 스마트폰으로 지식을 검색하지 않는다. 직접 벌을 키우며 스스로 알아가고, 전문가를 찾으며 난관을 헤쳐나간다.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과 자연 속에서 성장하고 배우는 아이들,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청춘 영화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초등 4학년 이상.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