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개월 시각발달 환경을 제공하는 ‘초점 그림책’
» 사진 픽사베이.
그림책이 좋다고 하지만, 아직 시각이나 청각이 별로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20페이지도 넘는 이야기책을 보여줄 수는 없다. 아기의 발달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발달에 맞는 그림책을 보여줘야 발달에도 도움이 되고, 아기도 좀 더 집중한다. 신생아는 아직 시각발달이 완전하지 않아 또렷한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 아기의 눈에 사물은 대충 윤곽만 보인다. 이 시기 초점을 맞추는 시각발달을 돕는 그림책이 바로 ‘초점 그림책’이다.
초점 그림책은 생후 0~3개월 아기들에게 적당하다.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빨강, 초록, 흰색의 구별이 가능하지만, 0~2개월까지는 여러 가지 색을 보지 못하므로 흑백의 명암대비가 확실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2개월이 넘어서면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연두색 정도의 몇 가지 원색을 볼 수 있게 되므로 해당 색으로 그려진 컬러 초점 그림책을 보여준다. 대조적인 색 패턴을 좋아하므로 배경과 대조가 되는 단순하고 밝은 색깔의 초점 그림책이 이 시기의 아기들의 시각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3개월 이후 아기는 명암을 구분할 수 있다.
이 시기 아기들은 규칙적인 형태를 더 선호하므로 자유로운 형태보다는 규칙적인 것이 좋다. 흑백 초점 그림책의 경우, 좌우가 대응되게 구성한 것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좌측 페이지가 흰색 배경에 검은색 그림이라면, 우측 페이지는 검은색 배경에 흰색 그림으로 그려진 것을 고르면 된다. 등장하는 도형처리는 반듯한 선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 도형이나 추상적인 그림이 그려진 테두리 선은 3~5mm 정도로 두껍고 명확한 그래픽 선이 적당하다. 이 시기 초점 그림책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색깔이다. 아기들은 노란색은 잘 보나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 등은 잘 보지 못한다. 또한 파스텔색도 생후 6개월은 지나야 볼 수 있다. 해당 색이 많이 사용된 책은 고르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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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그림책으로는 한국의 대표 그림책 작가 중 하나인 류재수가 그린 「하양 까망(류재수/보림출판사)」이 있다. 이 책은 흑백의 명암이 잘 대비되면서도 색감이 표현이 특히 좋은 흑백 초점 그림책이다. 흰색은 노란빛이 도는 부드러운 느낌이 들고, 검색은 매끄러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든다. 「하양 까망」은 2권 세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은 엄마와 아기 동물의 모습이 담겨 있는 작은 책 형태이고, 2권은 동식물의 모습이 담겨 있으며 병풍 책 형태이다. 2권 다 흑백 그림책이지만 담고 있는 소재가 사물인지에도 좋아 12개월까지 보여주기에 적당하다.
컬러 초점 그림책까지 포함된 책으로는 「아기 초점책 세트(애플비)」이 있다. 이 책 또한 흑백초점책 <초점>, 컬러초점책 <색·모양>, 얼굴그림책 <누구일까?>, 사물그림책 <무엇일까?> 등 4권이 1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책 형태는 병풍형이다. <초점>은 생후 2개월 이전, <색·모양>은 생후 2개월 이후, 생후 6개월 이후는 얼굴․사물 그림책을 활용할 수 있다.
그림책 읽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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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그림책은 읽기 책이 아니다. 시각적 환경을 마련해주는 도구이다. 초점 그림책은 유독 병풍형으로 된 것도 그런 이유다. 읽고 내용을 전하는 것에 연연하지 마라. 이런 책은 아기와 눈을 맞추고, 책을 펼쳐 들고 좌우로 움직이거나 아코디언처럼 접었다 폈다 하면서 보여주는 것이 좋다. 읽을 내용이 없어 민망하다면 책 안의 나오는 도형이나 선에 대해서 나름대로 짧은 설명을 붙여도 좋고, 책을 보며 드는 엄마 생각(“어머, 왜 이런 그림이 있을까? 온통 검은색인데 흰 점이 있구나.”식으로)을 대화형식으로 주저리주저리 말해도 된다. 그림책을 계속 움직이며 엄마가 자신 있는 동요를 들려주어도 된다. 아기가 버둥거리며 눈이 동그래진다면, 재미있어 하는 것이다. 초점책 읽기가 잘 된 것이다.
반응이 적다고 실망하지 말자. 이 시기 아기는 많은 시간을 잠에 취해 보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점 그림책이라고 하더라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3개월 전 아기에게는 너무 반응에 얽매이기보다는 그림책을 병풍처럼 놓아 시각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만족하자.
단순하게 책만 보여주는 것보다 아이와 직접 눈을 맞추고 엄마의 다양한 표전을 보여주면서 대화를 나눠 보자. 아이의 시각발달도 물론 중요하지만 책을 매개로 엄마가 목소리를 들려주며 아기와 교감하는 것이 우선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