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우리 아빠 재우기는 정말 힘들어!

아이는 아빠를 이해했다, 역할 바꿔본 뒤에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우리 아빠 재우기는 정말 힘들어!
코랄리 소도 글, 크리스 디 지아 코모 그림, 김이정 옮김
그린북·1만1000원

왜 어른들은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걸까? 자기 싫은데 어서 자라고 하고, 배도 안 고픈데 식사 때엔 밥을 먹으라고 한다. 옷도 꼭 불편한 것만 골라 입히고, 장난감 갖고 놀라치면 정리 좀 하고 놀라고 잔소리를 한다. 그렇다고 불평을 늘어놓을 수도 없다. 그래 봐야 눈을 크게 뜨고 노려보는 시선을 받거나, “자꾸 그러면 맴매한다”는 위협을 들어야 한다. 자칫하다, 생각은커녕 그저 화만 나는 ‘생각의자’에 앉아야 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세상의 규칙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강요와 협박이 정당한 권위란 이름으로 행해진다. 그 규칙 중 일부는 아이가 꼭 익혀야 하는 것이지만, 일부는 그저 어른들의 편의나 취향 때문에 강요하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는 결국 적응한다. 어쩌면 좋은 육아란 이러한 사회화의 과정에서 아이가 크게 상처 입지 않게, 아이 처지에서 한번쯤 생각해보는 부모의 자세이다.

가끔은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 “왜 엄마 맘대로만 해. 엄마가 이젠 내 말대로 해.” 그럴 때면 ‘조그만 녀석이 당돌하네’ 하고 무시하기 쉽다. 그런데 바로 그때가 좋은 교육의 기회이다. 입장을 바꿔서 아이가 부모 역할을 하고, 부모는 아이 역할을 해보는 것이다. 아직은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유아기이지만 그래도 놀이처럼 해보면 분명 효과가 있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프랑스 그림책 <우리 아빠 재우기는 정말 힘들어!>는 역할을 바꾼 아빠와 아이의 모습을 재미나게 묘사하고 있다. 아빠는 키도 크고, 힘도 세고, 회사에 다니지만 잠자리에선 매번 투정을 부린다. 아이에게 자기 싫다고 떼쓰고, 아이가 달래도 이 방 저 방을 뛰어다니며 잠자기를 거부한다. 아이는 짐짓 엄격하게 자야 한다고 꾸짖지만 그래도 듣지 않자 회유책으로 이야기를 읽어준다. 아빠는 얼른 달려와 아이 무릎에 앉아 아이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는데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 계속 ‘한 편 더’를 외치며 조른다. 두 편을 읽어준 아이는 더는 안 되고, 계속 졸랐다가는 침대에 묶어 놓겠다고 협박을 한다. 꼭 부모들의 모습 그대로다. 협박에 겁을 먹고 아빠는 잠자리에 들고 그러자 아이는 한마디 한다. “잠도 안 자고 계속 놀기만 하려고 하는 아빠는 나를 아주 지치게 해요.”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아빠의 모습은 평소 아이가 보이던 모습의 판박이다. 아이들은 마치 평소의 자기처럼 행동하는 아빠를 보면서 웃음을 터뜨린다. 자신이 할 때는 너무나 절실했지만 ‘키가 아주아주 크고, 힘도 무지무지 센’ 아빠가 그러는 걸 보니 우습기만 하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저절로 돌아본다. 현실을 뒤집은 설정은 아이들을 웃게 하고, 또 깨닫게 한다. 백마디 잔소리보다 힘이 있으면서도 아프지 않다. 오히려 위로받은 느낌이다. 더 놀고 싶고, 더 이야기를 듣고 싶고, 부모와 같이 자고 싶은 제 마음을 부모가 다 이해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아이들은 위로받는다.

이 책은 아이들 마음을 움직이는 두 가지 비결을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진심으로 이해받았다고 느낄 때 변하려 한다. 비록 내면에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충동이 올라오겠지만 애써 누를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해주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재미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아이들은 규칙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오히려 부족한 것은 아이를 이해하고 재미나게 가르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우리들 마음의 여유가 아닌가 싶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우리 아빠 재우기는 정말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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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우리 아빠 재우기는 정말 힘들어!
코랄리 소도 글, 크리스 디 지아 코모 그림, 김이정 옮김
그린북·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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