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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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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만에 김장 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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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내와 양평군 단월면 석산리에 김장 체험을 떠났다. 그리고 겨우, 2시간 만에 김장 40킬로그램을 완성했다. 보통, 준비부터 완성까지 3일 정도 걸렸었다. 초간단, 초스피드로 김장을 마쳤다. 아내는 세상을 모두 얻은 듯, 환한 얼굴이다. 그러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250킬로미터를 운전한 남편은 파김치가 되었다.

 

10월이 되면 아내의 마음은 늘 무겁다. 김장이 다가 오기 때문이다. 올해도 여느 해와 같이 김장 걱정을 한다. 먼저 고춧가루 걱정을 한다. 그러다가 친정 어머니와 처재와 함께 괴산에 가서 태양초 고추를 구입했다. 전 날, 그런 아내에게 10만원을 보너스로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11월이 접어들면서 김장을 하는 듯 보였지만 차일피일 미루어졌다. 김장을 해야겠지만 선뜻, 일정을 잡지 못한다. 얼핏 보면, 김장을 할 때, 친정어머니와 처제, 그리고 딸도 있기에 별로 쉽지 않을 듯 하지만 또 다른 고민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11월 하순, 아내에게 김장 체험을 하는 곳을 알려주었다. 요즘 뜨고 있는 이영돈 피디의 X파일에서 정보를 얻었다. 아내는 여러 곳에 통화를 한 끝에 양평으로 일정을 잡았다. 또한 만사를 제쳐두고 함께 가기로 약속을 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아내에게 무언가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보너스로 10만원을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마음의 빛을 청산해야 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아내와 오전 8시에 김장을 하러 떠났다. 용인에서 양평까지 가까운 거리인 듯 하지만 1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였다. 아침은 일부러 이천휴게소에서 먹었다. 국도 주변의 식당은 좀 썰렁하기 때문이다. 용인의 기온은 6도인데 그 근처에 가니 기온은 1도로 곤두박질했다. 또한 길이 얼마나 험한지 옛 강원도 미시령 고개를 넘어가는 구절양장으로 가파르며 체험 장소는 산골 동네로 해발 400미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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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체험 장소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아담하고 동네 분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이곳은 25년간 분교였으며 180명을 졸업시켰단다. 그리고 지금은 폐교가 되어 김장 체험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6년 전부터 동네에서는 가을이 되면 김장체험을 하고 있었기에 이장, 사무장을 비롯하여 동네 아주머니들이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배추는 이미 전날 다듬고 절여서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무도 깨끗하게 있다. 또한 각종 채소 등도 준비되었다. 김장은 커다른 플라스틱 통에 채칼로 썰은 무를 왕창 넣으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고춧가루와 액젓, 소금, 파 등을 대량으로 넣었다. 그리곤 나이든 사무장이 힘찬 손놀림으로 버무린다. 그러자 이내 맛있는 양념 속으로 변했다. 자, 이제 참가자들은 김장을 담그면 된다. 이미 사전에 예약된 양 만큼 배추와 속을 가져와서 버무리기 시작했다. 함께 하자는 아내의 채근에 마주보며 김장 속을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10초 만에 아내의 잔소리가 서 너 번이 날아온다. 그동안 거의 해본 적이 없기에 난감했다. 그래서 결국 강퇴를 당하고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아내가 배추를 통에 채우면 차에 실었다. 비닐하우스 속은 좀 쌀쌀했지만 시골풍경은 넉넉했다. 화로를 만들어서 밤과 고구마를 올려놓았다. 더구나 막걸리는 따뜻하게 데워지고있다. 누구나 먹으라는 인심이다. 2시간 만에 김장을 마치고 식당으로 변한 교실에 들어갔다. 이미 동네 아주머니들이 식사준비를 끝낸 것이다. 점심메뉴는 시골밥상으로 돼지고기 수육과 김장 속, 그리고 시원한 배추국이 준비되었다. 점심을 먹고 2시쯤, 집으로 출발했다.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 유산으로 등재됐다고 한다. 김치를 주 반찬으로 살아온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런 일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김장을 담그는 집이 점점 줄고 있으며, 그 양도 소량으로 변하고 있다.  사실, 김장문화도 소득의 증가와 산업의 변화와 함께 아내에게 많은 부담으로 다가가고 있다. 먼저 체력적인 면이다. 사실, 한 세대 전에는 노동의 측면에서 김장을 담그는 것보다 논이나 밭에서의 일이 더욱 고된 시기였다. 하지만 요즘은 맞벌이가 대세다. 서로가 바쁘다. 그리고 육체적인 노동보다 정신적인 노동을 더욱 많이 한다. 주말은 아내와 남편이 재충전을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김장을 하려면 주말을 반납해야 한다. 더구나 김장에 익숙하지 않으며 도와줄 사람도 많지 않다. 그래서 김장은 해야겠지만 김장을 하려고 생각을 하는 자체로 부담감이 밀려온다.  다음은 김장 재료의 구입문제다. 이젠, 재료를 믿고 사기가 어렵다. 농업사회에서는 밭에서 직접 배추와 무를 키우고, 김장을 하였으며, 동네 이웃들이 상부상조를 하는 동네의 작은 축제였다. 그리고 김장을 담그는 재료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 배추와 무는 물론 고추, 마늘, 파, 야채 등도 거의 자급자곡을 했다. 그러므로 김장 날만 잡으면 쉽게 마무리를 했다.

 

요즘 이영돈 피디의 먹거리 파일에서 연일 음식에 대하여 방송을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재료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져간다. 이제, 김장을 하기 위하여 쉽게 재료를 사기가 어렵다. 중국산 소금을 국내산으로 포대갈이를 하여 판매를 하거나, 제주도 옥돔 명인 조차도 원산지를 위반하여 구속되었다. 배추도 유명한 산지의 것이라고 해도 쉽게 믿기 어렵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에서 대형 마트에서 모두 태양초라고 고추를 팔지만 믿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아내는 그 고추를 사기 위해서 괴산까지 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좋은 재료를 사용하려는 지극히 정상적인 마음이다. 그런데 김장을 하려면 고추만이 아니다. 소금이나 액젓 등 각종 재료도 좋은 것을 사려고 애를 써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배추와 무를 비롯하여 수많은 재료를 구입하기 위하여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발품과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김장도 하기 전에 이미 진이 빠지며 심리적인 공황상태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고 김치를 사다 먹기에는 뭔가 찝찝하다. 그래서 아내들은 가을이 되면 김장 소리에 긴장한다. 이미 진퇴양난이요, 백척간두에 선 기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그동안 사회의 변화에서 IT의 변화만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니다 가족 문화도 동일한 속도로 변했다. 또한 김장문화도 같은 속도로 변했음을 알아야 한다. 여반장(如反掌)! 손바닥을 뒤집은 것처럼 쉽다는 말이다. 이제 김장도 쉽고 즐겁게 해보자. 김장 체험을 떠나보자. 재료도 믿을 만 하며 내가 직접 만들기에 더욱 신뢰와 애착이 간다.

 

김장을 마치고 석산리에서 출발하자 높고 낮은 미로의 길이 이어진다. 아내는 미시령을 떠올린다. 이어서 홍천강을 끼고 달리자 강이 멋있다며 보라고 채근한다. 그러나 어제부터 중국에서 불어온 황사로 하늘은 온통 회색빛이다. 그럼에도 아내는 하늘이 멋있고, 풍경이 멋있다고 한다. 내 마음이 행복하면 세상이 온통 천국처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난다.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시스템으로 10여 가족이 함께 김장을 담그는 것을 상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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