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745059787_20131220.JPG 138745059787_20131220.JPG]() |
극장가는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꼬마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애니메이션들을 내놨다. 특히 <저스틴>(왼쪽사진)에서 더빙을 맡은 ‘꽃할배 4인방’과 <썬더와 마법저택>의 ‘컬투’가 벌이는 목소리 연기 대결이 볼만하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스마일이엔티 제공 |
[한겨레 문화‘랑’] 성탄절 대목의 애니메이션들
크리스마스 시즌 극장가는 커플 아니면 ‘꼬마 관객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앙증맞은 반려동물부터 용감무쌍한 친구들까지, 올해도 어김없이 가족관객들을 겨냥한 전체관람가의 애니메이션들이 쏟아진다. 아이와 뭘 보나 고심하는 당신을 위한 가이드
1999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낸 보고서에는 “한국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개봉 2~3주 전이나 1~2주 뒤 개봉해야 흥행에 큰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국내 경제연구소가 ‘한국 영화 시장이 외화에 잠식당하지 않는 전략’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할리우드의 영향력이 컸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꼭 10년 뒤, 한국 영화는 관객 점유율과 매출액에서 외화를 넘었고, 이후 점유율 1위를 한번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영화가 맥을 못 추는 부분이 ‘전체관람가’ 영화다. 19일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올해 국내 전체관람가 시장에서 외화가 거둔 성적이 1366만명(매출액 978억3683만원)이다. 한국 영화는 외화의 9분의 1 수준인 164만명(매출액 117억4771만원)에 불과하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도 한국 영화는 어린이 영화를 한편도 내놓지 못했다. 아쉽지만 국내 어린이 관객들은 올해도 ‘한국형 어린이 영화’ 대신 할리우드 영화들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야 할 것 같다.
연말 어린이영화 할리우드 일색
꽃할배 4인방, 애니 더빙 총출동
컬투는 ‘2인 6역’ 목소리연기 나서
산타 영화는 ‘세이빙 산타’가 유일
할리우드는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애니메이션을 앞세워 대대적인 ‘전체관람가’ 시장 공략에 나선다. 크리스마스라면 빠질 수 없는 산타클로스 주연의 영화뿐 아니라 할리우드식 성장 애니메이션, 7000만년 전 공룡 시대를 다큐멘터리와 다름없이 재현한 공룡 영화까지 실로 다양한 영화들이 올해 찾아온다. 19일부터 줄줄이 개봉하기 시작한 올해 가족용 영화들을 만나본다.
![138745065487_20131220.JPG 138745065487_20131220.JPG]() |
세이빙 산타 |
꽃할배 vs 컬투 ‘더빙 전쟁’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목소리 연기 경쟁’이다. ‘꽃할배 4인방’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마이크를 잡은 애니메이션 <저스틴>(31일 개봉)은 단연 볼거리다. ‘시키는 대로 왕국’에서 용감한 기사가 되려는 저스틴이 ‘기사 아카데미’에서 만난 세명의 사부와 한명의 마법사를 만나 진정한 기사로 거듭나 왕국을 빼앗으려는 무리를 물리친다는 내용이다.꽃할배들은 각각 검술의 대가 ‘순블루처’(이순재), 미소천사 발명기사 ‘구야울리오’(신구), 낭만파 지혜의 기사 ‘레그녕티르’(박근형), 예측불허의 엉뚱한 마법사 ‘멜섭이데스’(백일섭) 역을 맡았다. 단호하면서도 사려깊은 검객을 맡은 이순재와 다정함과 엉뚱한 매력의 소유자 신구, 큰 키에 무심한 듯 따뜻한 박근형 등이 영화의 등장인물과 쏙 빼닮아 웃음을 자아낸다. 백일섭은 까다로운 다중인격의 마법사 역으로 “경로를 재탐색합니다잉~” 같은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를 쏟아낸다. 번역 과정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등장인물의 이름마저 ‘꽃할배 4인방’을 연상시켜 모처럼 더빙 영화가 아니면 즐길 수 없는 재미를 맛보게 한다. 이순재가 영화 <업>(2009)에서 더빙 연기를 한 것을 빼면 다른 ‘꽃할배들’은 모두 생애 첫 영화 더빙인데도 열연을 펼친다.목소리 연기자 섭외 1순위들인 개그맨들은 어떨까? ‘컬투’ 정찬우와 김태균은 <썬더와 마법저택>(24일 개봉)에서 ‘2인 6역’에 나선다. 전문 성우 못지않은 ‘천의 목소리’로 알려진 이들은 정찬우가 여성스러운 사진작가 ‘임스’와 허당 치와와 ‘키키’, 수컷 비둘기 ‘카를로’를 맡았고, 김태균은 심술쟁이 토끼 ‘잭’, 풍만한 여인 ‘라산드라’, 암컷 비둘기 ‘카를라’ 등 서로 다른 캐릭터 세개씩을 자유자재로 연기했다. 앞서 영화를 본 누리꾼들은 “두명인데 두명이 아니다”라고 평했다.영화 <세이빙 산타>에서는 개그맨 신동엽이 2006년 <헷지> 이후 7년 만에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에 나서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수호, 여성그룹 ‘에이핑크’ 정은지와 호흡을 맞춘다.산타는 어디 가고, 공룡이 왔지?크리스마스용 영화라면 산타클로스인데, 올해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영화가 <세이빙 산타>(19일 개봉) 단 한편뿐이다. <세이빙 산타>의 각본과 프로듀서를 맡은 토니 노티지는 “많은 아이들이 9~10살이 되면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믿지 않는다. 다시 아이들이 이 기적을 믿게 하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영화는 산타의 아홉번째 사슴 ‘루돌프’의 외양간 청소를 하면서도 산타클로스를 돕는 자부심을 지닌 요정 ‘버나드’가 악당들한테 납치된 산타 구출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특별히 영화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하룻밤새 전세계 어린이들한테 일일이 선물을 나눠줄 수 있었던 ‘특별한 비밀’을 공개한다.![138745059801_20131220.JPG 138745059801_20131220.JPG]()
얼굴 한번 마주할 수 없는 하얀 수염 달린 할아버지보다 요즘 아이들한테 더 인기를 끄는 것은 동물들이다. <썬더와 마법저택>은 어린 관객들을 유혹하는 각종 앙증맞은 동물들이 등장하는 영화다. 영화는 세계적 마술사 로런스의 집에 ‘굴러들어온’ 고양이 ‘썬더’가 로런스의 저택을 뺏으려는 조카 대니얼의 음모를 물리치기 위해 집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동물들과 의기투합한다는 내용이다. 고양이 썬더를 비롯해 애증의 관계인 토끼 ‘잭’ 생쥐 ‘매기’ 외에도 치와와, 비둘기도 등장해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아이들을 위해 어른 관객들마저 감탄할 영상 기술을 적용한 영화도 있다. 19일 개봉한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3D>다. 파키리노사우루스 무리의 어린 공룡 ‘파치’(목소리 이광수)가 흉악한 포식자 고르고사우루스한테 아버지를 잃은 뒤, 거친 야생에서 살아남는 성장기를 다뤘다.영화 전체를 실제 자연에서 배경을 찍고, 그 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공룡들을 덧입히는 방법으로 7000만년 전 후기 백악기 시절 대자연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영국 <비비시>(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원작으로 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공룡의 생김새와 생태계를 하나하나 고생물학자와 물리학자들의 검증을 통해 구현했다고 한다. 특히 파치 일행이 들어간 산에서 거대한 산불이 일어나는 장면은 존 브룩스 촬영감독의 “난롯불에 있는 부피감과 3차원적인 특징을 산불 장면에 그대로 구현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다.이밖에도 픽사의 인기 애니메이션 <카>의 등장인물들을 비행기로 변신시킨 ‘스핀오프’(한 영화의 등장인물이 다른 배경의 영화에 새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 영화 <비행기>와 모처럼 국내에서 개봉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다락방의 토이스토리>도 19일 개봉했다. <다락방…>은 제빵사 인형 ‘버터컵’이 악의 무리한테 납치되자 친구인 꼭두각시 인형 ‘핸섬 경’과 진흙인형 ‘로랑’ 등이 버터컵을 구하고 세계 평화를 되찾는다는 내용이다.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사진 각 회사 제공(*한겨레신문 2013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