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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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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꿈에 열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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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에는 행복쿠폰이 있다. 일종의 놀이 쿠폰이다. 이것으로 한 동안 아이들과 놀았다. 그 크기는 명함 정도이며, 거기에 그림과 함께 원하는 내용의 글이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딸이 아빠에게 원하는 것으로 ‘밤에 대형마트가기’, ‘토요일 밤에 과자 파티하기’, ‘자기 전 책 읽어주기’, ‘책상 닦아주기’, ‘찜질방가기’ 등이며 아빠가 딸에게 원하는 것은 ‘설거지하기’, ‘손지압해주기’, ‘안마해주기’, ‘이불펴주기’, ‘집안청소’ 등이 있다. 이것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딸이다. 딸이 5학년쯤, 한 가지를 가지고 와서 “아빠, 우리 행복쿠폰 놀이해요?”라고 제안을 했다. 그것을 보는 순간, 훌륭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즉시 ‘하자’라고 했다. 그렇게 행복쿠폰은 태어났다. 그 후 6개월 정도 아이들과 행복한 쿠폰놀이를 했다.

행복쿠폰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먼저 아빠와 아이가 서로에게 원하는 내용의 쿠폰을 일주일에 한 번씩 상대방에게 제시하고 사용하면 된다. 주로 주말에 제시하고, 그 다음 주중에 실행을 하였다. 주의할 점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행복쿠폰에 적힌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한다. 직접 해보니 서로가 만족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대량으로 만들어서 아빠와추억만들기 회원들에게 배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후 약 6개월간 각종 행사를 하면서 아빠와 아이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빈도수의 내용을 골라서 확정했으며 딸이 6학년이 되던 2월 경에 30여 개의 행복쿠폰을 제작을 했다. 그 후, 회원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딸이 6학년 여름, 출판사에서 책을 쓰자는 제안이 왔다. 그래서 한 동안 목차를 만들어서 출판사에 제공을 하며 뼈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행복쿠폰이 생각났다. 그래서 미팅이 있는 날에 인쇄가 된 행복쿠폰을 보여주며 딸의 아이디어로 그렸다고 생색을 냈다. 그러면서 책에 넣으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검토를 해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다. 회의를 한 결과 모두 좋아해서 넣기로 했단다. 그 순간 ‘앗~싸’가 외쳐진다. 그렇게 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행복쿠폰은 드디어 아빠의 첫 번째 책인 ‘아빠의 놀이혁명’에 부록으로 실리게 되었다.
 
필자의 첫 번째 책은 2005년 3월에 출간되었다. 그 후, 30쇄 정도까지 발간되었다. 그 해, 6월경 문화일보에서 전화가 왔다. ‘좋은 아빠되기’를 주제로 칼럼을 써달라고 한다. 그래서 즉시 하겠다고 동의를 했으며 시작하는 날도 확정을 했다. 그런데 문득, 딸의 행복쿠폰이 머릿속에 맴돈다. 기존의 신문을 봐도 문화 쪽의 칼럼에는 그림이나 사진이 있는 것을 자주 본 기억이 났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딸의 삽화가 아빠의 글에 넣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좋겠다는 판단이 든다. 그래서 그 다음 날,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완곡하게 내용을 전했다. “우리 딸이 삽화를 좀 그리는데 한 번 샘플을 보내도 될까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쓴 책속에 딸의 삽화가 있다는 사실도 말을 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동의를 한다. 그 날 밤, 학교에 갔다 온 딸을 안방으로 불렀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이야기를 하며 함께 하자고 했다. 그러자 아빠가 원하면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1주일에 걸쳐서 삽화 2개를 그리기로 했다. 물론 여기에는 광고회사 오너를 했던 아빠의 노하우가 접목되었다. 바로 썸네일 기법을 전수해주었다. 딸은 수 십 개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리고 함께 의견을 교환하며 최종 2개를 확정했다. 그리고 딸이 삽화를 완성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메일로 삽화를 보낸 다음 신문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담당자는 검토를 해보겠노라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그리고 1시간 후,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중1 따님이 그림을 잘 그리네요. 모두들 좋다고 합니다. 매주 그림도 함께 보내주세요”라고 한다. ‘앗~싸’ 이렇게 딸의 신문사 데뷔는 운명적이었는지, 아빠의 노력인지 몰라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딸과 아빠의 일정은 다음과 같이 정했다. 우선 칼럼은 매주 목요일에 나온다. 그래서 아빠가 글을 써서 목요일에 딸에게 준다. 그러면 딸은 일요일까지 삽화를 완성해서 아빠에게 준다. 그리고 월요일에 삽화와 글을 신문사에 본낸다. 이렇게 딸과의 삽화그리기 작전은 10개월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이 되면 5부의 신문을 구입한다. 그리고 2장은 코팅을 하여 1장은 거실에 붙여놓았으며 한 장은 딸에게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3장 중에 1장은 딸에게 주었다. 그러자 커다란 보너스가 다가왔다.
 
그 해 딸의 그림 실력은 괄목상대할 정도로 늘었다. 시간이 나면 방에서 그림을 그렸다. 주로 A4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 테이프로 붙여놓았다. 그런데 선풍기를 틀면 그림이 춤을 춘다. 그런 광경을 보면 참지 못하는 아빠는 딸을 불러서 코팅을 해줄까라고 제안을 했다. 딸은 환한 얼굴로 환호한다. 그래서 10여 장을 코팅을 해서 딸에게 주었다. 딸은 방의 벽에 가지런히 붙여놓았다. 그런 다음 또다시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서너 번은 추가로 코팅을 해주었다. 그 해, 딸의 방은 온통 일러스트로 벽을 가득 채웠다.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의 꿈은 그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들의 물고기 사랑은 6학년이 되어서 정점에 이르렀다. 집안에 어항이 무려 7개이다. 더구나 민물고기, 기수어, 열대어까지 수 백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러던 아들이 어느 날, “아빠, 큰 어항 사고 싶어요!”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것을 사고 싶냐고 물었더니 대뜸, 4자짜리를 사고 싶다고 한다. 그 말을 다시 들어보니 4자*2자*5자의 초대형 3단 어항을 사고 싶다는 말이었다. 높이가 무려 150센치이며 폭이 120센치이다. 그래서 기존의 어항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모두 팔겠다고 한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즉시 질문을 했다. “물은 네가 다 갈아줄 수 있니?” 그랬더니 그렇게 한다고 답한다. 그래서 다시 어떻게 살것이냐고 물었더니 이미 인터넷에서 중고로 나온 물품을 찜해놨다고 한다. 다시 금액을 물어보니 50만원이라고 하며 신품은 2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하여튼, 아들이 그렇게 큰 것을 사고 싶어하며 또한 구입 비용 모두 자신의 모든 전 재산을 탈탈 털어서 산다고 하니 한 편으론 기특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 불안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들은 아내 역시 반대를 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또한 구입 비용까지도 마련한 아들이기에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아들은 “아빠, 그런데 용달 비용이 모자라니 보태줄 수 있어요?”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모든 결정이 내려졌다. 아들은 매도인과 연락을 하여 구입하는 날을 정했는데 마침 이웃동네였다. 오후 1시쯤 아들과 그곳에 함께 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 집 아들이 대학생인데 도착해보니 이제서야 어항에서 물을 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화가 났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물과 모래와 자갈 등을 모두 빼고 나니 4시가 넘었다. 겨우,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어항을 가지고 집에 도착했다. 사전에 거실에 있던 피아노를 옮겼고, 그래도 공간이 부족하여 소파도 구석으로 치웠다.
  
그 날, 아들은 대형 어항속에 모래와 수초를 채우고, 마지막으로 수돗물을 채웠다. 그런데 그 시간이 무려 3시간 이상이 걸린 듯 하다. 화장실에서 물을 받아서 혼자서 넣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고기는 바로 넣지를 않았다. 물속에 유해한 성분이 있어서 그 다음날에야 물고기를 넣어야 한단다. 이제 아들의 얼굴에는 만면의 미소가 흐른다. 그 후, 한 달 안에 작은 어항 대부분은 인터넷으로 팔았다. 그런데 물고기의 사랑에는 심한 노고가 필요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물을 갈아주는데 그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 당시 아들의 키가 150센치도 채 되지 않았다. 이 말의 의미는 아들에게는 심한 노동이란 사실이다. 물론 어항의 1단은 혼자서 수월하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맨 위 3단에 물을 넣는 일이다. 양동이에 물을 담은 후에 의자에 올라가서 물을 넣어준다. 그런데 그 것을 보면 풍전등화의 느낌이다. 이미 모든 물고기와 관련된 일은 혼자서 하기로 약속을 했기에 도와달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혼자서 3단속에 물을 넣다가 꼭 다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할수없이 아들에게 3단에 물을 넣을 때는 아빠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가난한 집에 제사가 자주 돌아오듯이, 아들은 매주 물을 갈아주는 듯이 보인다. 그래도 혼자서 아무런 군말도 없이 한다. 이 모습을 본 아내는 매우 측은지심을 느끼는 듯하다. 결국, 아내도 더 이상을 보지 못하겠는지 어항을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다. 이것은 아들이 물고기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가 아들에게 유격훈련을 시키는 격이다. 그래서 아내와의 의견조율을 마친 후, 아들을 불렀다. 그리고 아내가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에 중학생이 된 후에 다시 사자고 설득을 했다. 아들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고생을 했다는 눈치다. 결국 아들은 6개월 만에 다시 45만원을 받고 어항을 팔았다.
 
모든 부모들이 내 자식의 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한 꿈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많은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빠의 무관심이 아이가 성공하는 비결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의 꿈은 지금, 이 순간에 수시로 발견되고 있다. 지금, 내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거기에 해답이 있다. 그러면 아빠의 역할이란 아이가 좋아하는 곳에 열광하면 된다. 단지, 잘한다는 칭찬의 말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그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마음보다 더 좋아해야한다. 그러면 아이는 응원부대가 생겼기 때문에 자신감이 샘솟는다. 바로 여기서 아이의 꿈은 확대 재생산이 되고 내공은 깊어진다. 그렇게 꿈은 서서히 익어간다. 또한 그렇게 열광을 해주는 아빠가 있기에 아이의 어린 시절은 행복하다.

글:권오진/아빠학교 교장
삽화:권규리/단국대 시각디자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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