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베이비트리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4145

짓고 부수고 만들고, 마법의 본능 깨워라

$
0
0

슈퍼 어썸 실비아(Super-Awesome Sylvia) 웹사이트.jpg

<사진출처: 슈퍼 어썸 실비아(Super-Awesome Sylvia) 웹사이트>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맥가이버의 부활

 

 # 열두 살 소녀 실비아는 오늘도 수천 명을 자신의 유트브 동영상 앞으로 끌어 모은다. ‘슈퍼 어썸 실비아(Super-Awesome Sylvia)’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 시리즈는 실비아가 무언가를 ‘실험하고 만들며 노는‘ 과정을 찍어 올린 것으로 다섯 살 때부터 시작된 실비아의 만들기 쇼는 이미 150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동영상은 유쾌하기 그지없다. 실비아는 자기가 만들고 싶은 ‘어떤 것’에 대해 소개하고 재료를 모은 경로, 그리고 완성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동안 간간히 노래도 하고 스스로 고안한 놀이를 스스럼없이 보여주며 자신의 어드벤처를 더욱 신나게 즐긴다. 시청자들은 실비아의 제안에 따라 직접 만들기에 도전하고 새 방식을 보태기도 하면서 흠뻑 빠져든다. 지난 해에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백악관에 초대되기도 했다.

 

 # 신체의 이상증세를 알려주는 티셔츠, 노래하는 양말, 위기상황에 구조요청 전화를 자동으로 연결하는 재킷,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장착된 운동복……

베를린 대학의 한 연구소에는 아름답고 착용감이 좋으며 갖가지 임무도 수행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 예술, 과학, 컴퓨터 등 전공이 다른 일곱 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해커 레이디’가 천의 가공부터 디자인과 제작까지의 과정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 회사원, 교사, 기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일반인들과 과학자가 함께 ‘워터 카나리아(Water Canary)’ 프로젝트를 가동시킨다. 휴대폰만한 크기의 노란 박스모양인 이 기구는 수질의 오염 정도를 고가의 장비 없이 간단히 측정해 낼 수 있다. 거주지의 수원이 깨끗한지 측정하고 결과를 기록하면 실시간으로 지도에 표시되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유된다. 누군가의 수고가 공동체 구성원 모든 이들에게 물의 안정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여 목숨을 잃는 경우가 100명에 9명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민들이 참여해 만든 이 프로젝트가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날마다 사용의 편리성이 개선되고 가격이 낮아지는 스마트 기기들과 디지털 기술들은 비전문가들이 일상에서 손쉽게 그들만의 실험실을 꾸리고 다양한 만들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과학, 기술, 혁신이 개인의 삶으로 더욱 밀착되면서 DIY, 시민과학자 등의 컨셉이 대두되었고 풀 뿌리 제작, 미세 제조 등으로 불리는 만들기 시도가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결합하면서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라는 현상을 탄생시켰다. 작가이자 기자인 A. J. Jacobs는 이 현상에 대해 “500년 전에 구텐베르그의 활자술 덕분에 정보 혁명이 일어났듯, 인터넷은 개인을 단 한번의 클릭으로 독자 수백만 명을 흡수하는 구텐베르그로 바꾸었고, 3D프린터는 누구든 헨리 포드나 랄프 로렌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요약한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술정보와 재료를 구할 수 있고 전 세계 누구와도 공유할 수 있다.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맨손의 마법사’ 맥가이버가 기지개를 편 것이다. 8,90년대의 맥가이버가 주머니 안에 있던 껌과 종이클립으로 폭탄의 뇌관을 무력화시켰다면 이 시대 새로운 맥가이버들은 주변 사물과 인터넷 코드, 디지털 기기 등 스마트한 재료들을 섞고 융합해 무언가 신선하고 충격적인 것들을 만들어낸다. 만들어내는 행위가 과학자나 발명가, 제조업자 등 특정 직업 군에게만 허락되던 시대가 아닌 것이다.

 

 

미래는 ‘만드는 아이’의 것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Z세대의 미래 교육을 위한 화두로 ‘메이커 에듀케이션(maker education)’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학교들에서는 ‘만들기 공간’을 마련하고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정규 과목으로 만들기 수업을 포함하는 곳이 늘고 있다.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의 Liessin 학교는 수요일을 ‘만드는 날’로 정해 각종 공구, 레고 등으로 가득한 장소에서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혹은 팀을 이루어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들어 내도록 한다. 이 학교에 다니는 13살 로드리고는 집중력이 부족해 중간에 늘 놓아버리던 습관을 ‘만드는 날’ 덕분에 고쳤다고 말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의 작품을 무엇으로 할지 결정하고 직접 완성해내니 컴퓨터 게임보다 더 재미있고 뿌듯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유형, 무형의 교육 맥락 안에서 만드는 것과 배우는 것을 연결시켜 신 인류인 z세대를 위한 교육 쇄신의 일환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연구자들도 늘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며 다중적이기까지 한 환경에서 살아갈 Z세대 아이들에게는 문제해결사로서의 자질을 구축하는 교육이 매우 중요한데, 창의성과 혁신성을 하나로 관통하고 이를 실제 변화로 증명하는 역량으로 요약되는 문제해결역량을 차근차근 강화시킬 교육 툴로 메이커 교육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파울로 블릭스테인 교수는 중고등학교 커리큘럼에 만들기 프로그램을 포함하도록 하는 ‘FabLab@School’ 프로젝트를 고안해 발전 과정을 모니터링 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만드는 아이’들이 자존감이 높아지고 팀을 이루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업능력도 월등히 향상될 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좋아진 것이다. 책상 앞에 앉아 교사의 이야기만 집중해야 하는 환경을 벗겨내고 아이들에게 직접 빚고 부수고 만들도록 했더니 개성과 재능이 빠르게 솟구쳤다는 것이다. 블릭스테인 교수는 “손과 머리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 줄 아는 아이가 자신의 미래도 멋지게 만든다”고 단언한다.

 

메이커 에듀케이션은 과학자나 엔지니어 육성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 공예, 글쓰기 등 모든 형태의 만들어내기를 통해 생각하고 직접 부딪치고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배움과 맞닿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즐거움, 성취감, 함께 소통하고 발전시키는 협업정신이 자연스럽게 내재화된다. 삶과 배움과 놀이의 결합을 통해 배움의 여정이 재미있고 개개인에 맞춤화되며 자기 결정적인 것이 되도록 하는 교육 방식이다. 

 

메이커 교육의 이점은 다양하다.

우선, 학교에서의 배움과 진짜 삶과의 연계를 들 수 있다. 새로운 발견과 발명, 탐험, 협동, 인간을 감동시키는 것들에 대한 헌신을 몸과 마음으로 직접 터득하게 되고, 스스로 각자의 독특한 정체성을 발견할 뿐 아니라 실제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강점을 더 키울 수도 있다. 엉뚱한 발상과 재기 넘치는 도전이 환영 받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저절로 동기부여가 되며 배움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아이들 스스로 정보 창조자가 되는 것이다. 또한, 신체와 두뇌를 동시에 활용하면서 만들기를 경험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잠재되어 있던 투지와 실행력이 발휘되며 실패와 시행착오를 다음 시도를 위한 귀한 자본으로 축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메이커 교육은 배움을 향한 태도에 관한 것이다. 어른들은 습관적으로 이미 제시된 최적의 해결책만을 적용하려 하는데, 실생활의 다양한 문제들은 맥락이 바뀌면 더 이상 최적이 아닌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론과 현실을 내 손으로 연결시켜보고자 하는 시도를 통해 더 이상 남들이 제시한 최적화된 답이 어떤 맥락에서도 통용되는 만능해결책이 아님을 간파한 아이들은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정보를 융복합해 유연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맨손의 마법사’가 된다. 아이들을 단순한 교육소비자로만 묶어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4145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