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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차에서 아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농어촌 산모들 ‘목숨 건 구급차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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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없어 도시로…의사 구하기도 ‘하늘에 별따기’

26일 오전 10시17분께 전남 함평군 함평나들목 인근에서 30대 남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119에 전화를 걸어왔다. 만삭인 아내가 산통을 호소해 차량으로 인근 광주광역시의 산부인과 병원으로 가던 중 차 안에서 아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남소방본부는 구급대를 급히 현장에 보냈다. 임신부 신아무개(30)씨는 차 안에 앉아 배를 움켜쥔 채 산통을 호소하고, 아기는 머리만 나온 채 몸 중간에 걸려있는 숨막히는 상황이었다. 구급대는 신씨를 구급차에 태우고 광주병원으로 내달렸으나 산통의 주기가 차츰 짧아지면서 분만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구급대는 차 안의 기본 도구만으로 분만을 유도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이날 오전 10시35분께 무안공항~광주를 잇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던 구급차 안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지난 13일 전남 보성군에서도 임신부가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구급차 안에서 출산을 했다. 산부인과 분만실을 찾기 어려운 농산어촌 지역에서 임신부들이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낳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사정은 호남, 영남, 충청, 강원 등지에서도 엇비슷하다. 이는 20~30대의 농산어촌 정착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남도 22개 시·군 가운데 목포와 여수, 순천 등 10곳에만 산부인과가 있다. 나머지 12곳은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까지 가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분만 취약지’다.

정부는 일부 시·군을 분만 취약지역으로 선정해 한해 10억여원 안팎을 지원하고 있으나 인력 부족과 시설 미비 등 한계가 뚜렷하다.
농산어촌 지역에 24시간 분만실을 유지하려면 한해 시설비 12억원, 인건비 5억원 가량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강영구 전남도 보건한방과장은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을 한 팀으로 3교대를 해야 하는데 산부인과 의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며 “공중보건의조차 배치받기 어려워 답답하다”고 말했다.

무안/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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