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사진 자료
지난 시간에 이어서 두 번째로 쌍둥이 키우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주로 쌍둥이의 인지적 발달에 대해 말씀드렸다면, 이번 시간에는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수 일전 쌍둥이 아기를 키우고 있는 친구에게 실제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제가 물었습니다. 친구는 고맙게도 몇 가지 어려움을 적어서 이메일로 알려왔습니다. 이것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풀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를 보게 될 경우, 두 아이가 동시에 운다. 동시에 둘을 안아 줄 수 없다.
어떤 아이든 한 아이는 안아줬는데, 안아 주지 못한 다른 한 아이에 대한 보상은 어쩌나?”
- “쌍둥이 둘이 한 가지 선호품(책이나 장난감 등)을 놓고 다툰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 “사실 쌍둥이 형, 동생이라고 구분은 하지만, 쌍둥이에서 형-동생 구분이 옳은 것인가?”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에는 유전적으로 50%의 공통점을 가진다는 점에서 형제나 자매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단지, 거의 같은 시간에 태어나서 함께 자란다는 점이 터울을 두고 형-동생으로 자라는 형제 자매와 다른 점일 것입니다. 결국 형제 자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경쟁이 쌍둥이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먼저 두 아이를 동시에 안아주지 못하는 문제는 일전에 말씀드렸듯이 양육의 보조자(조부모나 이모, 혹은 도우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엄마 혼자서 동시에 두 아이의 요구를 한꺼번에 들어줄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경우에 먼저 우리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것은 아이들의 애착 패턴이 ‘불안정’해지지 않는가 하는 걱정입니다. ‘애착 육아’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들어보신 어머님들은 아시겠지만, 양육자의 민감성, 반응성, 일관성 여부에 따라서 아이의 애착 패턴이 안정 애착이 될 수도 있고 불안정 애착이 될 수도 있답니다. 그런데다행스러운 것은 쌍둥이의 경우, 일반 아동에 비해 불안정 애착이 더 많은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입니다. 또한 쌍둥이의 경우 일반 아동에 비해 아버지에 대한 애착이 더 높은 편이며, 부모가 다소간이나마 한 아이를 더 편애하는 경우라도 두 아이 모두에게 애착 불안정이 더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한 가지 선호품을 가지고 쌍둥이가 경쟁하는 문제는 형제 자매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는 일이겠지요. 자주 쓰는 개인적인 물건이라면 동일한 물건을 2개 사주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부득이하게 한 가지 물건을 가지고 싸우는 경우에는 적절한 타협과 협조를 가르쳐야 하겠지요. 인생은 어차피 부단한 경쟁과 인내, 갈등의 연속이니까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쌍둥이 아이들은 평가한 것에 의하면, 일반 아동에 비해서 쌍둥이들이 덜 이기적이고 친구들에게 더 친절하며, 교사를 더 잘 돕는다고 합니다. 요즘과 같이 외동이가 많은 시대에 쌍둥이들은 어려서부터 어려움은 많이 겪었겠지만 의젓하고 사회성이 좋은 아이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은 다소 쌍둥이 부모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습니다.
형-동생의 문제는 어떨까요? 재미있는 사실은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아이들은 완전히 똑같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문(finger print)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쌍둥이라고 해도 확연히 구별이 된다고 하고요, 어머니가 아버지보다 쌍둥이 구별을 더 잘 한다고 합니다. 만 2세경에 조사해보면 약 75%의 경우에서 쌍둥이 간에 ‘이끄는 아이(리더)’와 ‘따라가는 아이(팔로워)’의 구별이 생긴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출생 순서에 의한 형-동생의 서열과는 별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 2세경에 리더가 되는 아이는 주로 언어 발달이 다소 빠른 아이라고 하니까 참고해봐야 하겠네요. 만 9세에 다시 조사해보면 여전히 57%의 경우에서 리더(leader)와 팔로워(follower)의 구분이 가능하지만, 예전보다는 다소 평등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인지적 능력, 신체적 능력, 사회성 등이 좋은 아이가 주로 주도하게 되는 것은 쌍둥이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형-동생의 구분이 쌍둥이에서는 모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사회적 통념상 형-동생의 호칭은 필요하겠습니다. 다만, 무조건 형이 리더가 되어야 하고 동생이 따라야 한다는 역할에 얽매이지 말고, 평등하고 서로 돕는 관계가 되도록 부모들이 배려하면 좋겠어요.
“쌍둥이가 학교에 가게 될 때, 같은 반에 넣어야 하나요 다른 반에 넣어야 하나요?”
독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답은 ‘그때그때 달라요’ 입니다. 실제적으로는 아이들의 요구에 따라서 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요, 통계적으로 66% 정도에서는 같은 반에 넣게 되었고 나머지 33% 정도는 다른 반으로 배정되었다고 하네요. 활달하고 부잡한 남자 아이들의 경우에는 다른 반으로 배정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요, 일란성 쌍둥이나 조용한 여자 쌍둥이의 경우에는 같은 반으로 배정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해요. 또한 쌍둥이라고 해서 친구를 공유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형의 친구는 형의 친구이며, 동생의 친구는 엄연히 동생의 친구이지요. 제가 본 쌍둥이들의 경우,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일찍부터 서로가 다른 점들을 발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되더군요. 부모들도 그런 점을 유념해서 아이 개개인을 개별적으로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타고난 성향에 따라서 '활발한 아이'일 수도 있고, '침착하고 꼼꼼한 아이'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자신들이 쌍둥이라는 사실을 일찍부터 인지하게 되며, 때로는 재미있어하고 때로는 곤혹스러운 경험을 하게도 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어른이 되면 서로 다른 자신만의 ‘정체성’을 획득하게 되고, 쌍둥이끼리는 서로 좋은 친구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참고로 쌍둥이라고 해서 ADHD와 같은 소아정신과적 질환이 더 많은 것은 아니라고 하니까, 쌍둥이 부모님들도 힘내서 행복하게 키워보시면 좋겠네요.
이제 정리할 시간이 되었네요. 쌍둥이 키우기가 일반 아동을 키우는 것과 그리 다른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이 앞설 일은 아닙니다. 조금 더 준비하고, 조금 더 주위의 도움을 구하고, 조금 더 노력한다면, 두 배 이상 더 값진 양육의 기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평등하고 사이좋게 키우면서 또한 서로 다른 가치를 인정해주며 독특한 아이로 키워가는 것, 즉 “따로 또 같이”를 실천하는 좋은 양육의 모범이 쌍둥이 키우기에서도 정답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