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교육 정보
“어린이 여러분은 무엇을 믿나요?”
지난 14일 서울 선유도공원 이야기관에서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라는, 독특한 이름의 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회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독일의 공공미술교육단체 리틀아트(little ART)와 함께 진행한 것이다.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프로젝트는 전세계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해 리틀아트에서 기획한 것으로 이미 108개 나라에서 운영한 바 있다.
관악어린이 창작놀이터, 광주시립미술관, 인천문화재단, 청주 스페이스몸,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등 전국 5개 기관에서 초등학생 81명이 직접 작가로 참여해, ‘무엇을 믿느냐’는 공통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술작품으로 표현했다. 아이들은 만화가, 일러스트 작가, 공공미술, 시각예술 분야 등의 예술가 멘토와 함께 10주간 매주 토요일 작품을 구상하고 직접 만들었다.
기관마다 작업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비슷했다.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내가 꿈꾸는 미래는 어떤 건지 생각하는 것이었다. 인천문화재단에서는 동네 고물상을 두 차례 ‘습격’해 구한 재료를 분해하거나 재조합해 자신의 생각대로 변신시켰다. 청주 스페이스몸은 작은 상자 안에 자기 마음속 공간을 꾸몄다. 피겨왕을 꿈꾸는 아이는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다. 로봇과 외계인이 가득한 미래공간을 창조한 아이도 있었다. 인천 부흥초 6학년 이준희군은 빨대와 폐품을 이용해 이중섭 작가의 ‘황소’ 그림을 만들었다. “작품을 만들 때는 ‘내 감정’을 믿고 내 뜻대로 표현했어요.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도 만들었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뭔가를 한다는 게 참 좋았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예술가 멘토들은 아이들에게 몇 번에 걸쳐 ‘무엇을 믿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는 ‘돈’, ‘이 세상’, ‘가족’ 등을 믿는다고 했던 아이들이 작품이 완성될 즈음 대부분 ‘나 자신’을 믿는다고 바꿔 말했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고민했다는 증거다. 또 평소 학교와 학원이라는 틀 속에서 부모의 뜻에 따라 타율적인 생활을 했던 아이들이 본인과 주변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주체적으로 ‘나 자신’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된 셈이다.
최화진 기자
(*한겨레 신문 2014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