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살 이상땐 20~24살인 경우보다
분열증 2배·자폐증 3배·조울증 25배
여성의 고령 출산은 자녀의 건강 상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고령 남성이 아버지가 되는 것은 상관없다는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년 이상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정신분열증과 자폐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 정신적 문제를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미국 의학협회지(JAMA)는 26일 브라이언 도노프리오 인디애나대학 교수가 이끈 연구팀의 논문을 실었다. 미국과 스웨덴 연구진 7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1973~2001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어린이 260만명의 의료기록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버지의 나이가 많을 수록 자녀의 정신장애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분명한 패턴’을 발견했다.
20~24살 젊은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아이와 비교했을 때, 45살 이상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아이한테 정신분열증이 나타날 확률이 2배 높았다. 자폐증 확률은 3배, 주의력 결핍장애는 13배, 조울증은 25배 높았다. 나이든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학업과 약물남용 문제에서도 더욱 고전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구팀은 원인과 관련해 한 가지 가설을 내놨다. 제한된 개수의 난자를 가진 여성과 달리 남성은 정자를 보충할 수 있다. 정자의 재생이 반복되며 무작위적인 변이가 축적될 수 있는데, 일부 변이가 정신장애와 관련이 있다는 가설이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패트릭 설리번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유전학 교수는 “이 결과를 ‘나는 43살에 아이를 가졌다. 내 아이는 불운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나이든 아버지한테서 태어난 아이의 대부분은 괜찮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