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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어느 현자의 의미있는 예언 - 미셸 세르와의 대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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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라는 애칭을 가진 83세의 프랑스인이 있습니다. 1930년 뱃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젊은 시절 해군 장교로 세계 이곳 저곳을 여행했습니다. 수에즈 운하 재개통에도 참여했고 알제리 전쟁에도 참전했습니다. 발길 닿는 곳, 눈길 닿는 곳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그는 철학에 심취하게 됩니다. 일련의 경험을 뒤로하고 다시 공부로 돌아온 그는 이후 반세기 동안 미셀 푸코 등과 더불어 족적을 남기는 연구자가 되었으며, 프랑스 한림원 소속불명의 지성’ 40인 중 한 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83세 노 철학자 미셸 세르의 현재 여행중인 인생항로의 과거부분을 조금 적어보았습니다. 그에게 여행자라는 애칭이 따르는 것은 실제 그가 다양한 삶을 경험한 사실과 더불어, 자연과 과학, 그리고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전공분야를 섭렵한 시선으로 각각의 지류의 오밀조밀한 흐름뿐 아니라 이들이 하나의 줄기를 이루는 거대한 맥을 짚어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그는 프랑스와 미국을 오가며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스탠포드 대학, 그의 강좌에는 학생들뿐 아니라 테크놀로지 개발의 온상 실리콘밸리의 영향력자들도 청강을 하러 옵니다. 인류의 미래상에 대한 통찰과 혜안이 넘치는 그의 강의를 통해 기술과 인간을 아우르는 가치를 사업분야에 접목시키고 아직 속살을 다 보여주지 않는 미래 엿보기를 자양분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로 늘 북적입니다.

 

미셸 세르 교수는 변하는 세상에 변화를 추동하는 인간세상의 작동원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미래의 주인공인 새로운 세대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또 그러한 변화가 어떻게 아이들의 미래와 상호작용할 것인지 그 만의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엄지세대라는 별칭을 붙여주었습니다. 신인류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사용이 너무나 당연한 환경에서 자라났기에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인식, 타인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이 기성세대와는 다르며 이전에는 상상도 못한 특징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르 교수는 이들이 만들 세상이 지금 어른들이 꾸려놓은 세상보다 훨씬 나은 곳이 될 거라 단언합니다. 메소포타미아 점토 판에 쓰여 있었다는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이 오랜 세월 동안 수도 없이 회자되었다시피 언제나 어른들은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세대 간 간극은 항상 존재했지만 지금이야말로 어쩌면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이 틀렸고, 어른들이 만든 시스템이 틀렸을지 모른다고 진단합니다.

 

세르 교수와 올 1월과 2월에 걸쳐 필담을 나누었습니다. 신인류의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과 제언에 대한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시작된 필담이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맡아 줄 아이들을 허망하게 잃은 부끄러운 어른으로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어른들이 짜맞춰놓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아이들의 그것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세르 교수의 충고이자 경고가 새삼 떠올라 다시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주제에 걸쳐 많은 질문과 답, 그리고 의견이 오갔으나 미래세대와 교육을 중심으로 세르 교수의 제언 중 몇 가지를 두 편에 걸쳐 옮기고자 합니다. 그의 예언이자 제언 중에는 기술의 발달이 아이들의 지력과 인성을 재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독특한 해석도 있었지만,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하려 한 사실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후자에 대한 그의 의견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 부분이야 말로 지금 더욱 반추와 숙고가 필요한 부분일지도 모릅니다.

1. 세르 교수는 신인류에 대한 다양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특히 부모 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무통분만, 계획임신을 통해 세상에 태어난 이들은 죽음을 앞두면 임종 때까지 완화 치료를 받으므로 생로병사조차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돌연변이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그가 평생 해온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통찰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어떻게 인간이 자라고 배우면서 변형되는가, 그리고 기술은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 삶과 관계를 맺는가에 대해 직접 겪고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반세기에 걸쳐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쳐 오면서 그들의 변신을 직접 목격해 왔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늘 서로 생각을 묻고 궁금해하는 자식들, 손주들, 증손주들이 있지요. 또한 날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태어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서 35년간을 가르치며 기술과 인간과의 관계 및 이것이 형성할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심도 있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2.신인류에 대한 어른들의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연일 끊이지 않고 언론에 등장하는 폭력성향에 관한 것입니다. 친구를 따돌리며 폭행하고, 따돌림 당한 친구는 자살하며, 때로 부모를 살해하기도 하는 사건이 하루에도 몇 건씩 기사화되는 요즘, 이러한 폭력성이 신세대의 돌연변이적 특성이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묻자 세르 교수에게선 오히려 그 반대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올해 83세입니다. 세계 제 2차 대전을 겪었고 온갖 폭력을 자행하는 전체주의 정권아래서 살았던 적도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편찬한 자료만 들춰보아도 오늘날 세계적으로 사망의 원인 중 폭력과 전쟁은 리스트의 하단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폭력은 지난 80년에 걸쳐 상당히 감소했습니다. 폭력성향이 신 세대의 특성이라고 보는 것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모두 기성세대가 확산시킨 미디어에 의해 포맷되었습니다.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이 미디어는 하나의 이미지가 지속되는 시간이 7초를 넘지 않도록 철저하게 계산하고, 자극에 반응하는 시간을 15초로 제한합니다. 미디어에서 가장 자주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단어는"죽음"이며,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미지로는 시체를 꼽을 수 있지요.”

 

세르 교수의 이와 같은 주장은 지난 달 미국 뉴햄프셔 대학 연구진이 2세부터 17세 사이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폭력사건을 분석한 결과로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각종 폭력 및 폭행 사고가 빈번한 것으로 언론 보도 되고 있지만 실제 발생률은 줄었는데, 이에 대해 연구진들은 아이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소통하는 시간이 많아진 것과 휴대폰 등의 사용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기 쉬운 환경이 되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세르 교수는 아이들의 웅성거림을 지지합니다. 이제까지는 관료제도, 언론, 정치계, 대학, 행정조직 등 모든 거대 조직들이 대중을 구경꾼에 위치시키고 이들을 대상으로 침묵을 강요한 채 자신들의 엄청난 권력을 행사해왔지만, 촘촘하게 연결되고 소통하는 신세대의 수다와 웅성거림이 전통적으로 답습해 온 권력관계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온라인을 넘나들며 세상 저편의 다른 사람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른들보다 더 잘 이해하고 연대와 공유를 통해 문제에 접근하므로 기성세대처럼 극단적인 폭력과 양극화를 지지하지 않으리라는 주장입니다.

 

구경꾼 사회인 부모세대에는 역사책들이 앞 다투어 피로 얼룩진 영광을 상세하게 기록함으로써 소속감이나 끝없는 희생을 강요했다면, 아이들은 더 이상 남을 제거하고 그것을 토대로 집단의 세계, 곧 자신의 세계를 건설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상의 세계를 적절히 이용함으로써 피와 혈맹이라는 이름으로 의제를 공고히 할 필요가 없기에 부모들이 살아온 역사와는 달리 죽음을 전제로 하는 권력이 아닌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다음 편에서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의 뇌 발달과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 교육을 걱정하는 부모가 해야 할 일, 그리고 공교육의 새 패러다임 등에 관한 대화내용을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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