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너 빈둥빈둥 뭐 하는 거니?” 부모는 아이가 시간을 허비할까 걱정이다. 시간 허비의 주범은 늘 변한다. 20년 전에는 텔레비전(TV)이었고, 10년 전엔 피시(PC)였다. 편리하고 즐겁고 똑똑한 기기이지만, 아이들이 가까이하기엔 부모들 눈에 유해한 기기였다.
하지만 그런 기기들도 ‘공부’를 붙이면 부모 눈길이 달라진다. <교육방송> 티브이 과외 열풍이 불었을 때 바보상자란 별명을 벗고 티브이가 아이들 방에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유명 강사들의 인터넷 강의가 인기를 끌면서 부모는 자녀들에게 휴대용 멀티미디어재생기(PMP)를 사줬다.
지금은 어떠한가? 부모의 고민거리는 바로 스마트폰이다. 다른 기기들처럼 학습에 도움이 될 수는 없을까? 스마트폰은 사용자를 수동적으로 만들었던 기기들과 다르다. 내 몸의 일부처럼 사용할 수 있고, 능동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것이 메모 기능이다. 어른들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렵겠지만, 아이들은 노트 필기 대신 스마트폰을 사용하기도 한다. 학원 강사들은 필기 양이 꽤 많아도 학생들은 손글씨보다 빠르게 입력을 한다고 말한다. 또 필기를 하지 않고 있다가 마지막에 칠판 사진을 찍기도 한단다.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가 이유다. 두툼한 영어사전을 가뜩이나 무거운 가방 한쪽에 늘 넣고 다녔던 부모세대는 전자사전도 낯선데 이젠 스마트폰이 가장 똑똑한 사전임을 인정해야 한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겨레 신문 2014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