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7일, 국립민속박물관 합격자 공고문을 보니 아내가 당선되었다. 이것은 2014년도 강사 교육 프로그램 공모으로 5회 이상의 장기 프로그램 부문이다. ‘북아트로 배우는 우리민속’이라는 주제로 상금도 있는 공모전이었다. 공모전 수상자 2명 중 1명으로 아내가 당선된 것이다. 사실 아내는 2년 전에도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비로소 아내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아내가 공모전을 준비하게 된 동기는 바로 사무실이었다. 그동안 수년간 아내는 자신의 사무실을 갖고 싶다고 입버릇 처럼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그 말을 무시했다. 안방에 자신이 사용하는 책상이 2개나 있고 가끔 작업을 하기 때문에 그리 필요성을 못 느꼈다. 더구나 전업주부이기 때문에 낮에는 혼자 있어 조용하게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제공되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그런 아내에게 북아트를 한다면 마땅히 키트 개발이 중요하며 한 달에 한 개만 개발해도 1년 반 만에 책 한 권을 만들수가 있다고 나무라며 강변했다. 그런 말을 듣는 아내는 늘 시무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옥탑방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완곡하게 말하는 아내를 보며 마음이 움직였다. 나름대로 일반 사무실에 비해 옥탑방이라고 하면 저렴하다는 손익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아보라고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일주일만에 건물을 찾았다. 옥상의 면적이 약 60평이다. 거기에 방의 크기는 약2평이며 화장실도 있고 온수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앞에 4평짜리 정원과 4평짜리 통나무로 지은 썬컨 가든이 딸려있었다. 아마 건물 주인이 사무실로 쓰려고 별도의 돈을 들여서 만든 것 같았다. 그곳을 보는 순간, 방의 구조보다 그 앞에 놓인 정원과 가든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알다시피 옥상의 가장 취약점은 여름과 겨울에 너무 덮고, 춥다는 점이다. 이러한 단점을 주장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옥탑방 사무실을 6월 20일에 임대 계약을 했다.
계약을 한 후에 아내에게 정원을 꾸며주기로 약속을 했다. 그래서 1차 공사로 6월말에 양재도 꽃시장에 가서 스피아민트와 애플민트 벌개미취 등을 구입하여 심어주었다. 2차공사는 아들과 복토 작업을 했다. 정원의 외벽 높이는 1미터인데 흙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들과 5번에 걸쳐서 200키로 그램 이상 가져다가 복토작업을 했다. 3차 공사는 맥문동 20개와 비비추 20개를 심었으며 하늘색 사피니아를 사주었다. 4차공사는 2그루의 라일락과 2그루의 작은 단풍나무를 심었으며 아내가 특히 좋아하는 도라지와 목수국도 심었다. 마지막 공사는 이번 장마가 오기 전 날, 장미 2그루를 심어 나중에 아치형으로 만들 준비를 했다. 아내가 사무실에서 바라본 정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풍경이 되었다.
![01옥상정원전경.jpg 01옥상정원전경.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506/202/01%EC%98%A5%EC%83%81%EC%A0%95%EC%9B%90%EC%A0%84%EA%B2%BD_1.jpg)
▲ 옥상 정원 전경
![02스피아민트와 애플민드허브.jpg 02스피아민트와 애플민드허브.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506/202/02%EC%8A%A4%ED%94%BC%EC%95%84%EB%AF%BC%ED%8A%B8%EC%99%80%20%EC%95%A0%ED%94%8C%EB%AF%BC%EB%93%9C%ED%97%88%EB%B8%8C.jpg)
▲ 스피아민트와 애플민트 허브
![03좌측에는 목수국이 있고, 우측에는 라익락과 석류가 보인다.jpg 03좌측에는 목수국이 있고, 우측에는 라익락과 석류가 보인다.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506/202/03%EC%A2%8C%EC%B8%A1%EC%97%90%EB%8A%94%20%EB%AA%A9%EC%88%98%EA%B5%AD%EC%9D%B4%20%EC%9E%88%EA%B3%A0,%20%EC%9A%B0%EC%B8%A1%EC%97%90%EB%8A%94%20%EB%9D%BC%EC%9D%B5%EB%9D%BD%EA%B3%BC%20%EC%84%9D%EB%A5%98%EA%B0%80%20%EB%B3%B4%EC%9D%B8%EB%8B%A4.jpg)
▲ 안쪽에서 바라본 모습:왼쪽에는 베고니아와 목수국이 있고 오른쪽에는 라일락을 심었다.
![04벌개미취.jpg 04벌개미취.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506/202/04%EB%B2%8C%EA%B0%9C%EB%AF%B8%EC%B7%A8.jpg)
▲ 활짝 핀 벌개미취
![05도라지꽃.jpg 05도라지꽃.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506/202/05%EB%8F%84%EB%9D%BC%EC%A7%80%EA%BD%83.jpg)
▲ 아내가 특히 좋아하는 도라지꽃
![06.앞쪽에는 맥문동과 중간에 비비추, 오른쪽에는 포도나무가 보인다.jpg 06.앞쪽에는 맥문동과 중간에 비비추, 오른쪽에는 포도나무가 보인다.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506/202/06.%EC%95%9E%EC%AA%BD%EC%97%90%EB%8A%94%20%EB%A7%A5%EB%AC%B8%EB%8F%99%EA%B3%BC%20%EC%A4%91%EA%B0%84%EC%97%90%20%EB%B9%84%EB%B9%84%EC%B6%94,%20%EC%98%A4%EB%A5%B8%EC%AA%BD%EC%97%90%EB%8A%94%20%ED%8F%AC%EB%8F%84%EB%82%98%EB%AC%B4%EA%B0%80%20%EB%B3%B4%EC%9D%B8%EB%8B%A4.jpg)
▲ 앞쪽에는 맥문동, 상단에는 비비추를 심었고, 오른쪽에는 포도나무가 있다.
![07.바위취.jpg 07.바위취.jpg](http://babytree.hani.co.kr/files/attach/images/72/506/202/07.%EB%B0%94%EC%9C%84%EC%B7%A8.jpg)
▲ 항아리에 심은 바위취
앞서 말했듯이 아내의 재능을 깨운 것은 사무실의 입주에서 시작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공모를 한다는 내용을 찾아서 7월초부터 사무실에서 작업을 한 것이다. 7월 17일, 아내의 전화로 당선 사실을 알았는데 노파심에 먼저 고 3 아들에게 ‘엄마가 이렇게 당선되었으니 너도 공부를 열심히 하라’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 날 밤에도 아내가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아들이 엄마 작업실에 놀러갔다. 아마 자신이 가져온 흙들이 있기에 애정이 생긴 듯 하다. 아들은 그 곳에서 모기장 속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날, 엄마의 당선 소식을 듣고 5번이나 하이파이브를 했다고 한다. 그렇다. 아이들은 따라쟁이다. 중고생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채근을 한다고 공부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지 않는 자식은 없을 것이다.
사실 사무실을 얻어준 결정적인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이기 보다는 이제 아내를 위해줄 시간이 도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내가 고3이니 나는 그동안 아이들과 많은 놀이를 했으며 여러 곳에 여행을 다녔지만 아내는 방콕(방에서 콕박혀서 외출을 싫어하는 사람)이라 별로 함께 한 시간이 적었다. 여기에서 간과한 것이 있으니 바로 환경의 중요성이다. 새로운 환경을 많이 접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강조를 했고, 그런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주장을 했지만 정작 아내를 위해서는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사무실을 얻자마자 아내는 여름 홍수에 뚝빵이 무더지듯이 금방 작품을 만들어서 당선되었고, 5개월치의 임대료를 이미 벌었다.
재능에 관한한 나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가 전부였다. 아내가 팝업북을 처음 시작한 10년 전에도 ‘당신이 제일 좋하하는 것을 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내는 종이를 만지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했으며 그 이후로 팝업북에 전념을 했다. 그리고 백화점이나 도서관에서 종종 강의를 하곤했다. 하지만 나는 아내에게 책을 발간해야 한다고 강변을 했다. 결국 나의 생각이 틀렸다. 목적이 나를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재미있게 했을 때 목적이 나에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결국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또한 아무리 노력을 하는 사람일지라도 좋아서 하는 사람을 당할 수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아내의 얼굴이 밝아졌다. 매일 꽃밭을 바라보며 작업을 하니 그냥 봐도 웃는 모습으로 변한 듯 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실수에도 관대해졌으며 잔소리도 줄어들었다. 요즘처럼 날씨가 더우면 낮에는 가지 않고, 저녁 식사 후에 가서 3시간 정도 놀다가 온다. 사무실 책상에 앉으면 바로 앞에 남편이 꾸며준 자신만의 정원이 보인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꽃들로 가득하다. 심심하면 정원에 풀을 뽑아준다. 또한 화분의 위치가 맘에 들지 않으면 이리저리 옮긴다. 저녁에는 매일 물을 준다. 아내는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매일 행복을 꿈꾸고 있다. 역시 미래는 꿈을 꾸는 사람의 것이다.
글과 사진:권오진/아빠학교장, 인성발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