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만화축제 8월13일부터
국내 최대 출판만화잔치로 불리는 부천국제만화축제가 2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축제의 개요를 공개했다. 올해 주제는 ‘만화, 시대의 울림’이다.
다음달 13일부터 닷새간 열리는 올해 축제의 방향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으론 <섬과 섬을 잇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7명의 르포 작가와 7명의 만화가가 함께 쌍용차, 밀양, 재능교육, 콜트콜텍, 강정마을, 현대차 비정규직, 코오롱 등 노동권을 회복하기 위한 싸움이 치열했던 현장 일곱곳을 담아냈다.
사실 만화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진솔하고 생생하게 현실을 반영하고 고민하는 매체다. 1948년 발행된 어린이 만화잡지 <소학생>엔 숨죽였던 민족정신을 다시 탐색하는 당시 사람들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유신 시절엔 반공 만화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난 알아요’가 유행하던 무렵엔 신세대들의 분위기를 담아 순정만화 ‘내 멋대로 해라’가 나왔다. <한겨레신문> 그림판에 연재됐던 박재동 화백의 풍자만화도 전시장에 걸린다. 전시는 일제식민지 시대, 한국전쟁과 휴전, 4·19 혁명, 유신 정권 등 시대에 따라 울고 웃었던 사람들의 표정을 펜 선으로 다시 더듬는다.
근대사를 크게 6개 주제로 나눈 전시장 한편에선 <노랑, 희망을 노래하다>전도 열린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일러스트·카툰·애니메이션 작가 50명이 모여 만든 노란빛의 슬픈 그림전이다. 김효은 작가의 <높이 더 높이>, 신미리 작가의 샌드 애니메이션 <부디> 등 작품들도 한데 전시된다. 축제를 총괄하는 이소현 책임 큐레이터는 “만화가 그동안 사회적인 역할을 해온 것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 반공이나 위안부 문제처럼 주제는 다르지만 만화를 통해 지난 시대의 가치를 새삼 돌아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만화박물관(영상문화단지)과 부천시청 등 부천시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선 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실록>전과 원전 문제를 다룬 에마뉘엘 르파주의 <체르노빌의 봄>,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지지 않는 꽃> 등의 특별전도 준비되어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