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베이비트리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4145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부모도 연습할 시간 있어야"

$
0
0

<한겨레> 육아 웹진 ‘베이비트리’에서 ‘일본 아줌마의 아날로그 육아’를 연재하고 있는 윤영희씨가 최근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 육아>(서해문집 펴냄)를 펴냈다. 일본에서 두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는 윤씨는 일본 사회에 남아있는 아날로그 육아 방식을 국내에 소개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입시 교육 위주의 조급한 한국 육아 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슬로 육아’를 제시했다. 그가 말하는 ‘슬로 육아’가 무엇이고, 지난 10년 동안 ‘슬로 육아’를 실천해온 그의 노하우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babytree_book (1).gif

(29)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 육아  

윤영희 지음Ⅰ서해문집 펴냄· 1만5000원

 

 슬로육아표지-평면.jpg

 


- 20대 때 어린이 독서교육 일과 배낭여행에 빠졌고, 배낭여행 중 일본인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을 했다. 또 딸과 프랑스에서 한 달 살기 등 여행을 즐겼다고 소개했다.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대학 다닐 때 교육학을 전공했고 책을 좋아해 문학동아리 활동을 했다. 졸업 후 독서 관련 회사에서 일을 시작해 나중엔 프리랜서로 독서지도사 강사 일을 했다. 90년대에는 어린이책 분야에서 새로운 작가와 작품들이 등장했고 외국의 우수한 그림책들이 물밀듯이 수입됐다. 그때 좋은 어린이책을 많이 읽어 지금까지 내 삶에 큰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데 당시 학부모들은 어린이책의 가치면보다는 학습이나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책을 대했다. 그런 관점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린이책과 연관된 시민단체나 교육단체 활동에 참여했다. 당시 만난 선배들이 대부분 공동육아나 생협 운동을 했다. 미혼이었던 나는 육아의 이론과 실제를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그 선배들의 영향을 받아 일본에서 나도 생협 친구들과 ‘부엌 육아 모임’을 만드는 등 새로운 육아 문화를 실험하고 있다. 당시 시민단체 활동을 할 때 어린이 여행부서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그때 여행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때만난여행고수들의조언을열심히참고해서배낭여행을꿈꾸고실천에옮기기시작했다. 부모님도움없이자취를하며일하던때라 경제적으론힘들었지만 1정도일중독자처럼일해서돈이모이면훌쩍떠나고, 여행기공모전에투고해서받은상금으로비용을줄이기도했다. 다닌곳은동남아, 유럽, 호주, 일본이었는데관광지보다는남들이가지않는조용하고아기자기한작은도시와마을들을많이다녔다. 그렇게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 결혼 뒤에도 사교육에 쓸 돈을 5년 동안 모아 딸이 유치원 다니던 시절 아는 언니가 사는 프랑스 마을에서 딸과 한 달 살기도 했다. ”

 

IMG_2481.JPG» 저자 윤영희씨와 그의 딸, 아들의 모습.


- 최근 한국을 10년만에 방문했을 때 한국의 조급한 육아 문화에 많이 놀랐다고 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엄마들이 유치원에 입학한 아이들을 위해 천 가방을 직접 만들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아이들이 나팔꽃 씨앗을 선물 받아 오랫동안 식물을 키우는 등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살아있는 것 같다. 두 나라의 어떤 점이 그런 다른 문화를 낳을까?
“일본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변화를 겪으면서도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어떤 의미에선 보수적이고 옛것에 대한 고집이나 향수를 느끼는 문화가 강하다. 정치·역사적인 면은 형편이 없지만, 한국에 비해 자신들의 전통 중에서 남길 것은 남기고 좋은 것을 업그레이드시켜가고자 하는 인식은 훌륭하다. 또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회문화적 기반이 튼튼하다. 반면 한국은 정치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리더들이 전통과 현재를 잇기 위한 노력에 무심하다. 그저 현재 사회가 원하는 것에 충실하게 응답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무한 경쟁에 몰두하도록 분위기를 몰아간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오랫동안 축적되어 안정된 육아 문화가 없으니, 많은 부모가 새로운 정보에 집착하고 남들 하는 것을 따라하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큰아이가아기였던 10전만해도한국에서포대기는그리낯선풍경만은아니었다. 우리의전통육아 문화가체계적으로이어져현대의다양한육아 및 교육이론과조화를이룰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 전통과 우리의 현재 삶을 여유롭게 돌아보는 연습, 더 늦기 전에 다양하게 시도해봤으면 한다.”

 

-한국의육아방식이이렇게도조급해지는이유는한국사회가그만큼불안하고조급하기때문일 것이다. 특히서열화된대학입시체제가핵심에있을것이고, 근본적으로생각해보면임금격차의문제도있을것이다.일본사회에서는이런문제가없나? 임금격차나대학의서열화문제같은 문제가 없나?

 “일본역시초중고를비롯대학입시까지한국과크게다를없다. 초등학교 시기부터 사립학교에보내는가정은아주어릴때부터철저하고전문화된방법으로준비해서교육시킨다.  다양한취미나재능을인정하는분위기이기도하지만여전히공부잘하는아이가어딜가나인정받는비슷하다. 좋은대학을나와좋은직장이나전문직으로높은급여를받아행복하게산다를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다만 한국과다른점은대학진학의비율이한국에비해상대적으로낮은편이고실제주변에도고졸이최종 학력인엄마아빠들이적지않다는사실이다. 모두가그런아니지만, 일본에선학력에상관없이자신의전문 분야에서열심히하면일만으로도기본적인삶의질은유지할있는편이다. 물론최근들어일본사회도경제사정이좋지않아예전과는조금씩달라지고있지만, 지금까지의이런사회분위기가한꺼번에와르르붕괴되거나하는일은없다.  예로  아이가넷인일본인친구의가정을보면아빠는수리와정비일을하고엄마는마트에서아르바이트를하는데얼마전에제법규모의중고주택으로이사를갔다. 20,30년에걸쳐주택융자금을은행에꼬박꼬박갚아야하는부담이있지만그래도부모님도움 없이도사람의힘으로아이를건강하게키우며조금오래되었지만넓은집에서알콩달콩사는모습이좋아보였다. 입시와대학은부모들에게여전한숙제이기도하지만, 직업의여러분야가세분화, 전문화되어있는편이라아이가정말좋아하는, 잘하는것이있다면대학진학과상관없이다른길을가는밀어주는분위기가 있다. 중학교교사로있는일본인친구는, 자기가가르쳤던제자가고등학교를졸업하고바로파티쉐의길로들어섰는데우리 집에 때마다제자가일하는가게에서케이크를 오곤한다. 중학교시절부터케이크에 대한열정이대단한아이였는데만날때마다너무흐뭇하다면서 말이다. 돈을많이받고대우가좋은직업을선호하면서도, 직업의사회적인지위보다는전문성에가치를두고인정해주는분위기가공존하고있어맹목적으로학습에만매달리진않는같다.

 

DSCN1971.JPG» 윤영희씨가 만든 생협 모임에서는 부엌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으며 '공동 육아'실험을 했다.


- 아날로그가 꽃피는 교실, 학력보다는 실력, 마당이 있는 집 등 일본에서의 ‘슬로 육아 문화’에 대해 책에서 짚었다. 당신이 말하는 ‘슬로 육아’를 좀 더 설명해 달라.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만큼 육아와 교육을 둘러싼 상품들이 넘치며 옷이나 가방처럼 유행을 타는 나라도 없다는 것이다. 20대 때부터 많은 아이를 만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앞으로의 시대는(이미 지금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지만) 남들이 다 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구분되는 자신만의 것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그것도 철저하게 상업적인 교육이 우리 아이만이 가진 고유한 어떤 것을 찾아내 줄 수 있을까? 아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것에 가장 원초적으로 반응하는지를 제대로 알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부모도 아이도 충분한 시간과 여유 속에서, 삶을 사는데 기본 뿌리가 될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마음가짐, 음식에 대한 태도, 시간과 약속의 중요함을 연습하는 것. 그것이‘슬로 육아’의 핵심이다.”


-‘슬로 육아’를 흔들림없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가장 먼저 자기가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자. 그 다음에는 육아의 뜻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 또는 모임, 단체를 찾자. 아이를 키우면서 주변 분위기를 따라가기 쉽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육아관을 가지고 있다면 함께 공감하고 정보를 나누며 안심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단 친구나 모임에 무조건 의지하거나 정보 수집만을 목적으로 하지 말고 스스로 참여하고 내 몫의 일을 할 수 있어야 자신과 아이도 성장하고 그 모임도 성장할 수 있다. 또 아이를 키우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보자. 예를 들어 숲에서 놀기, 여행, 요리, 그림책 등등 엄마가 즐거워하고 관심 있는 분야 한 가지를 정해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정기적으로 10년 정도 해본다는 생각으로 뭔가를 꾸준하게 해 보자. 10년 뒤에 내가 육아를 하면서 ‘이것만은 해냈다’‘이것만은 자신 있다’ ‘아이와 함께 너무 행복했다’라는 게 있으면 부모로서의 자신감과 자부심이 높아질 것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4145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