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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본질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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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14211_P_0.JPG» 한겨레 사진 자료 <정용일 기자>

"이번 여름이 지나면, 어떤 양육 방법이 유행할지 모르겠네요! 전문가들이 쓴 육아서도 많고, 양육 방식도 각기 다르고... 또한 아이 발달에 좋다는 육아 용품들도 넘쳐나서 선택도 어렵고 어리둥절합니다. 아이 키우는 것이 고시공부 만큼 어려워 보입니다. 게다가 몇 년 후에 닥칠 학교교육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아찔합니다. 세 아이의 교육 때문에 작년에 해외 이민을 떠난 고향 친구가 과감하다고 생각과 부럽습니다."
 
영유아기의 육아에 이어지는 자녀교육이 한국의 부모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의 변화무쌍한 육아 트렌드는 분명 자녀교육 열풍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동기 이후 다가올 학교교육의 성공을 위해, 그 이전 단계인 영유아기 부터 최고의 양육을 시도해보려는 의도는 한국형 교육열을 너머서 대단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초중고생 시기의 공부 경쟁을 고려하여 영유아기의 양육 스타일을 정하는 것은, 내 아이를 심약하게 만들고 내면의 힘을 약화시키는 지름길 입니다.

따라서 소중한 내 아이를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의 육아정보들을 찾기보다, '무엇을 위해 내 아이를 키우며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긴요한 시대입니다. 아이를 진정 사랑하는 부모라면, 디지털 시대의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한 최신 육아 트렌드를 쫒거나 소위 교육 전문가들의 조언 등에 귀 기울이는 대신, 육아의 본질을 파악하여 내 아이에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녀의 본성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따뜻한 눈으로 아이를 관찰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양육에 주력해야 합니다.
 
육아는 본래 주 양육자인 부모의 내적 자세에서 출발합니다. 부모인 내가 결정한 양육 방식으로 내가 소망하는 아이를 만들려고 애쓰는 것은 위험합니다. 아이는 어릴수록 실제 필요한 것은 단순합니다. 생존을 위해 어린 아이에게 일상의 돌봄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이 부분을 일반적으로 소홀하게 채웁니다.
 
육아의 질을 결정하는 다음 네 가지 요소는 발도르프 영유아 교육학의 관점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며, 동시에 헝가리 소아과 여의사로서 세계 (영)영아 보육학의 기초를 만든 에미 피클러 (1902-1984)가 아이와의 신뢰를 강조한 양육법과 일맥상통합니다. 이것은 건강한 육아법을 찾고 있는 부모들에게 보편적이며 구체적인 실천 사항입니다.
 
첫째, 아이는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온기를 필요로 합니다.

모태 안의 성숙과정에서 태아는 따스한 보호막에 둘러싸여 최적의 상태를 경험하고 탄생합니다. 출생 전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갓 태어난 생명체는 엄마의 친밀한 관계를 무의식적으로 요구합니다. 양수 안에 들어있는 페르몬 물질이 뇌 안에 이미 각인되어 있으므로 아기는 엄마의 호르몬 향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엄마 냄새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끼고 엄마의 품안에서 최고의 안정감을 얻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유 수유는 아이와 엄마와의 관계 맺음을 위해 가장 효과적입니다. 아이의 이런 기본 욕구는 주변 어른들 모두에게서 채워져야 합니다. 아기는 자신의 이런 기대 충족을 이룰 때, 벙끗 웃는 미소로 반응합니다.
 
둘째, 어른의 손길과 눈길은 무언의 따스한 언어입니다.

어린 아이는 일상의 돌봄에서 양육자로부터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하루에 몇 번씩 기저귀를 바꿀 때, 어른은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행동하기 쉽습니다. 특히 바쁠 때 손동작 안에 마음의 서두름을 담고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기저귀를 갈고 몸을 씻길 때 어른 입장에서 목표를 향해 빠른 속도로 '일처리'를 하면 아이에게 쾌적함이 줄어들고, 경우에 따라서 불안함과 불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질적 돌봄은 어른 입장에서 서두름 없이 자신의 행동에 집중하며 아이에게 눈길이 머무를 때 가능합니다.
 
셋째, 다정한 말씨의 대화 기술이 필요합니다.

생후 2년까지 어린 아이의 말은 유창하지 않지만, 일상생활의 돌봄에서 어린 아이와 대화는 중요합니다. 엄마의 이런 시도에 아이는 다정하게 반응하며 안정감을 느낍니다. 예컨대 기저귀를 바꾸고 옷을 입힐 때나 물을 먹일 때, 아기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면서 부드러운 말씨로 엄마 행동의 시작을 말하고 아주 잠시 기다려 줍니다. 아이는 엄마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그 상황의 분위기 속에서 행위 직전의 말을 감지하므로 내적으로 준비하여 '협조적'으로 반응합니다. 즉, 몸에 힘을 주어 버둥대거나 울지 않으며, 이어지는 일련의 동작을 알아차리고 엄마에게 편안히 자신을 맡깁니다. 이런 과정의 긴밀한 순간에 아이는 편안함과 신뢰감을 느끼게 됩니다.
 
넷째, 여유로운 몸짓을 위해 조용한 발길을 유지해야 합니다.

영아가 누워있는 공간에서 어른들의 행동은 천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빠른 발걸음과 몸동작은 공기의 흐름을 빠르게 만들기 때문에 지구 적응에 예민한 신생아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짓 중에서 분주한 분위기는 특히 발길로 표현됩니다. 분주함은 서두름은 사람의 마음을 재촉하므로 불안감을 만듭니다. 아이의 내적 안정감을 위해 어른은 자신의 몸동작에 순간순간 주의하며, 특히 내면의 여유를 가지고 걸음걸이를 천천히 옮기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육아의 왕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내 아이의 이상적 발달을 위해 양육의 정도(!)를 지켜나가야 합니다. 육아의 본질은 아이의 근본적인 욕구, 즉 관계 맺기에서 출발합니다. 결국 양질의 육아는 부모의 진정한 사랑을 토대로 일상의 사소함에서 시작됩니다. 이것은 부모의 욕심과 서두름을 버릴 때 가능합니다. 많은 부모가 아이의 신체 발달 뿐 아니라 정서 부분과 지적 발달의 촉진을 위해 다양한 자극을 주려고 시도합니다. 특정한 양육 방식에 따라 영유아기의 발달이 한쪽으로 치우쳐 '웃자라기'를 부추기면, 아이는 자신의 타고난 재능과 역량을 펼치는데 오히려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잔디를 잡아당긴다고 빨리 자라지 않는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을 음미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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