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디지털 세대의 부모들 대부분은 정반대되는 두 가지 태도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괴물과 같은 디지털로부터 자녀를 보호해야 한다는 태도다. 니컬러스 카의 최신작인 <유리감옥>에 나오는 말처럼 ‘스마트폰이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기’ 때문에 자녀들이 디지털에 빠지는 것이 걱정되고 그래서 디지털이 싫다는 것이다. 또다른 부모들의 태도는 디지털에 대한 자녀의 판단을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한다는 태도다. 돈 탭스콧의 책 <디지털 네이티브>처럼 자녀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로 인정한다.
두 가지 모두 올바르지 않은 태도다. 중립을 지키는 것이 가장 좋다. 디지털화는 큰 흐름이다. 하지만 디지털의 역기능으로부터 자녀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순기능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쉽지 않지만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그런 노력을 필자도 부단히 한다.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아들에게 늘 접속의 기회를 준다. 출발점은 늘 아들이 흥미와 관심을 갖는 지점이다. 피라미드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본 아들과 태블릿피시를 이용해 피라미드 앱을 내려받는다. 같이 앱으로 피라미드 구석구석을 누비며 고대 이집트 문화를 느낀다. 왕산악의 거문고와 우륵의 가야금에 대한 책을 읽은 아들에게는 거문고와 가야금 앱을 실행해 연주를 해보도록 한다. 어떤 악기의 음이 남성적인지, 줄이 6개인지 굳이 암기할 필요가 없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겨레 신문 2014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