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더 깎아 저출산 대책 빈말
세종·부산 사상구 등은 예산 바닥
내년에나 지원금 지급할 수 있어
‘재입원 지원 불가’ 규정도 고쳐야
지난 9월 지방의 한 중소도시에 사는 한성민(가명·30대)씨의 아내는 임신 25주 만에 쌍둥이를 낳았다. 평균 임신 기간(38주)보다 석 달 가까이 출산이 빠른 ‘이른둥이’(미숙아)였다. 감기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가 양수를 둘러싼 양막에 염증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고 곧장 수술을 해 낳은 아이들이었다. 몸무게는 채 1㎏이 안 됐다. 둘째 아이는 이틀 만에 숨을 멈췄다.
이른둥이나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를 지원하는 예산이 늘 모자라게 편성돼 해마다 예산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건복지부한테 받아 14일 공개한 ‘미숙아 지원 사업 현황’을 보면, 복지부는 이른둥이 지원 등에 써야 할 의료비 부족액이 연말까지 48억3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 명당 1000만원을 모두 지원한다고 가정해도 483명이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세종시나 부산 사상구 등 몇몇 지자체는 이미 관련 예산이 바닥났다. 2009·2011년 결산 때도 계속 지적됐지만 정부는 예산을 늘 ‘과소편성’했다. 지난해에도 모자란 예산이 37억4400만원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른둥이 지원 등에 쓰이는 ‘영유아 사전예방적 건강관리 사업’ 내년 예산으로 올해(174억원)보다 17억원 이상 줄인 157억원만을 편성했다. 이 사업은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의 150% 이하(올해 3명 가족 기준 642만원)를 버는 가정에 의료비와 검사비를 지원하는 저출산 대책의 하나다. 2.5㎏ 미만의 이른둥이 의료비 지원 분야는 체중을 세 구간으로 나눠 500만~1000만원으로 차등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예산 증액은 물론 2005년에 만들어진 이른둥이 의료비 지원의 불합리한 규정도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이른둥이가 한번 입원했다가 퇴원하면 입원 기간에 관계없이 재입원 때 의료비를 추가로 지원받지 못한다. 박은애 이대목동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이런 규정을 그대로 두면 아기한테 큰 문제가 없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호자가 끝까지 퇴원시키지 않으려 할 수 있다. 지원금 한도 안에서는 재입원이나 외래를 이용해도 계속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박태우 기자 suji@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