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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갖고 싶은데, 남편은 오늘도 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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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카페 30~40대 전업주부 59명
절반 이상이 ‘한달 1회 부부관계’
42% “남편 11시 이후에야 퇴근”

141345800076_20141017.JPG» 직원들이 회사에서 야근을 하느라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건물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기 김포 새도시에 사는 안홍연(37·가명)씨는 지난해 결혼 6년 만에 어렵게 첫아이를 얻었다. 더 늦기 전에 둘째를 낳고 싶지만 밤 11시가 넘어 퇴근하는 남편과 부부관계를 갖는 게 쉽지 않다. 배란일을 따져도 한달에 한두번 관계로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

<한겨레>가 김포새도시 주부들이 모이는 포털사이트 카페의 30~40대 전업주부 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절반 가까이가 ‘남편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반응들이 나왔다. 평균 1.6명의 자녀를 둔 이들의 평균 나이는 36.5살이었다. 아이를 더 낳을 수 있는 이들이 대다수지만, 부부관계 횟수를 묻는 질문에 응답한 55명 가운데 25명은 ‘한달에 한번’ 정도 부부관계를 갖는 ‘섹스리스’에 가까웠다.

야근과 장시간 노동은 맞벌이를 하지 않는 전업주부들의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설문에 응한 이들의 남편들은 평균적으로 아침 7시3분에 현관문을 나선 뒤 밤 9시12분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집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평균 10시간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1주일에 남편이 ‘칼퇴근’한 횟수는 평균 1.5회에 불과했다.

수면시간을 빼면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1~2시간에 그쳤다. ‘우리 사회는 가족 간 대화가 부족하다’며 마치 가족 구성원들이 대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처럼 비판하는 것은 늦은 퇴근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부족한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실제 남편이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45.4분에 불과했다. 아내와 남편의 대화 시간은 그보다 적은 39분이다.

특히 서울지역 전셋값이 오르면서 외곽의 새도시로 이주한 젊은 부부들은 통근시간까지 길어져 이중고에 시달린다. 김포새도시에 사는 주부 송윤아(33·가명)씨는 “서울 광화문까지 광역버스를 타고 통근하는 남편이 앉아서 갈 수 있도록 일부러 버스가 출발하는 기점에다 집을 구했다. 남편이 편하다고는 하는데 덕분에 버스에서 보내는 것만 왕복 3시간”이라고 했다.

응답자 가운데 16명(27.1%)은 남편의 평균 퇴근시간이 밤 11시 이후라고 답했다. 자정을 넘겨 집에 들어온다고 답한 이도 9명(15.3%)이나 됐다. 설문에 참여한 주부들이 희망하는 퇴근시간은 저녁 6시51분으로 실제 평균 퇴근시간(밤 9시12분)보다 2시간21분 이르다.
‘칼퇴근’한 남편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상당수는 ‘같이 저녁을 먹고 싶다’고 답했다. ‘설거지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 ‘아이들의 잠자리를 나눠서 봐줬으면 좋겠다’ 등 양육 분담에 대한 요구도 많았다.

남편의 장시간 노동으로 육아와 살림을 전담하는 전업주부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로 낮았다. 가족의 ‘삶의 질’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100점 만점에 평균 59.6점을 줬다. 낙제점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 한겨레 신문 2014년 10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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