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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놀이의 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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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800865_P_0.JPG» 한겨레 사진 자료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례1. 
엄마~ 심심해! 이 말을 달고 사는 초등 1학년 큰 아들 진수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나요? 이에 비해 둘째 아이 진호는 30개월인데 혼자서 놀이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첫째 낳고 남편 직장 때문에 이산가족이 되었어요. 주말에만 아이들이 아빠를 만나 신나게 놉니다. 이런 재미를 그리워하듯, 주중 큰 아이는 저에게 놀아달라고 자주 조릅니다. 남편 부재를 채우기 위해 아빠 대신 놀아주려고 늘 노력해 왔지만, 아이가 너무 어른에게 의존적인 것 같아서 은근히 걱정입니다. 유치원 시기 부모 상담에서 들은 내용이 문득 떠오릅니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놀이 상황을 방해하거나, 선생님 근처만 맴돌고 있다고 원장님이 알려주셨어요. 그 당시는 아이가 어려서 그렇다고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 심상치가 않아 보입니다." 

사례2. 
"큰 아이 취학을 앞두고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남아인데 또래보다 표현력이 좋아 말을 잘하고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여럿이 어울리는 놀이 활동이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친구들 놀이를 구경하다가 갑자기 끼어들어 자주 싸우고, 또는 친구들의 놀이 장면을 선생님에게 수시로 전달할 뿐 자신은 집중하여 놀지 못하고 주의 산만해 보인다고 우려 섞인 말씀을 하시네요. 
집에서 동생과 놀 때 역시 행동보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이 두드러집니다. 여동생은 혼자 잘 노는데, 큰 아이는 주로 어른들 틈에 있기를 좋아합니다. 주말 마다 시부모님 댁을 방문하면, 주로 시동생과 놀기를 좋아합니다. 삼촌이 아빠 보다 더 재미있게 놀아준다고 금요일부터 환호성을 올립니다."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어른들이 “놀이의 짝”이 되어 아이를 위해 놀이를 주도한 경우 겪게 되는 전형적인 부작용입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 등장한 다양한 자녀 양육법을 통해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눈에 두드러집니다. 이를 활용한 텔레비전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인기입니다. 물론 어린 자녀 뿐 아니라 아동기 성장을 위해 아빠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아이들과의 놀이 문화로 쏠리고 있습니다. 이것의 문제가 무엇이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유아교육학에서 놀이의 비중을 강조한 결과, 누구나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여깁니다. 아이들을 위한 전래 놀이를 찾아내고 전통 놀이방법을 새롭게 조명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또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가능한 다양하고, 이색적인 놀이를 제공하려고 애씁니다. 유아를 위한 '놀이학교'가 성행하고, 부모를 위한 성인 ‘놀이교실’ 역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맞벌이 가정은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이 적어서 자주 마음아파하며, 주말이라도 아이와 함께 놀이시간을 확보하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즉, 어른이 주중에 바빠서 못 놀아 준 것을 충족시키느라, 주말에는 특히 아빠가 충분히 놀아주는 것이 바람직한 양육이라고 간주하는 분위기입니다. 

영유아기를 거쳐 아동기 발달에 이르기까지 놀이는 교육학적으로 왜 중요한 것일까요? 아이들에게 놀이를 충분하게 보장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독일의 고전주의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 (Friedrich von Schiller 1759-1805)는 놀이를 이렇게 강조합니다: "사람이라는 단어가 온전한 의미를 지니는 곳에서만 사람은 놀이를 하며, 놀이를 할 때만 온전한 사람이 된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진지하며, 적극적인 활동입니다. 자유 놀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혼자 또는 여럿이 어울려 놀면서 집중력과 창의력 및 사회성을 최대한 발휘합니다. 아이 스스로 전개하는 다양한 놀이 상황을 주도하면서 자아 존중감과 자립심을 쌓아갑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자신의 내면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대부분 어른들과 노는 것을 재미있어하는 이유는 이와 다른 차원입니다. 어른과의 놀이 상황을 지켜보면, “놀이의 짝”이 된 어른이 대개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놀이를 이끕니다. 어른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놀아주더라도 아이가 놀이를 주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요컨대 어른이 놀이의 짝이 되어 유도한 놀이는 아이를 아무리 고려한다 해도, 성인이 유아의 생각을 능가하기 때문에 혼자 노는 것 보다 더 즐겁고 신나는 놀이가 됩니다. 아이는 어른에게 의존하여 수동적으로 그 놀이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Q. 5.5세와 3세 두 딸을 둔 부모입니다. 직장 맘이라 늘 분주한데, 다행히 아빠가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줍니다. 그래서인지 평소 아이들이 저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큰 딸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유치원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아이가 식사 시간에 말 수가 많아서 밥을 제대로 못 먹고, 또래와의 놀이 연결도 어렵다하네요. 대체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행동 대신 말만 하는 ‘재잘 쟁이’라고 해요. 그런데 큰 아이는 걸음마 배울 때, 둘째와 비교해 보면 혼자 걷지 않고 늘 잡아주어야 했어요. 영아기의 이런 발달의 특징이 현재의 놀이 모습에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하네요! 
 
A. 아빠가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면밀하게 관찰해 보세요. 혹시 아빠가 말수가 많은 유형인지... 그렇다면 딸아이는 그것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 일 수 있습니다. 엄마 역시 생활 속에서 아이에게 설명을 많이 하는 편인지 자신을 살펴보세요. 말 수가 많은 가정 분위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말하기를 즐기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영유아기의 건강한 자녀 발달을 위해 어른들은 아이에게 던지는 말수를 조금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는 것은 설명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이해하려면, 아이는 행동을 통해 그것을 구체적으로 경험해야 비로소 파악합니다.  
영아기 발육의 두드러진 특징은 환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걸음마를 배울 때 어른의 마음이 그대로 반영됩니다. 걸음마 습득 시기에 아이가 넘어질까 해서 양육자 스스로 불안해하며 잡아주기를 자주 해주면, 아이는 소심해집니다. 즉, 혼자 걸으면서 넘어지는 모험을 아끼게 됩니다. 이런 습관이 결국 의존적 성격을 만드는 토대가 되므로 훗날 성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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