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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원하는 가을선물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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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얼굴이 매우 밝다. 명랑하다. 발걸음이 새털처럼 가벼우며, 걸을 때는 콧노래를 부르는 듯 하다. 그것은 이번 가을에 아내가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을 주었기 때문이다. 바로 김장 선물이다. 아내는 24년차의 주부이지만 결혼 후 매년 김장 전에 컨디션이 좋지 않다. 이는 스트레스로 연결되기에 땅이 꺼져라 한 숨도 쉬고, 밥맛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의 김장은 3시간 만에 모두 끝냈다. 더구나 배추나 사거나 절이거나 혹은 옮기는 노고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눈 앞에 있는 절인 배추에 양념을 넣으면 완성이 되었다. 3시간 만에 무려 72키로그램의 김장을 획득했다. 한 해 우리 집이 먹는 김치의 양이다. 그 날은 김장이 끝나고서야 만날 수 있었다. 아내는 만나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김장을 다했다고 하며 자동차로 안내한다. 그리고 트렁크를 열어 보인다. 거기에는 김치통으로 가득하다. 마치 고생 끝, 행복 시작을 알리는 비쥬얼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절반의 성공이었다. 아내와 양평의 한 마을에 가서 김장을 해서 30키로 정도를 가져왔다. 그러나 기본 양념이 부족했고, 김치를 먹어보니 계속 쓴 맛이 났다. 아마 좋은 소금이 아닌가보다. 그래서 다시는 그 곳에 가지 않겠다고 아내는 결심했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면서 벌써 김장 걱정을 한다. 매년 아내의 김장 걱정을 알기에 그 이전에 해소할 방법을 찾았다. 바로 아빠학교에서 김장을 할 때 함께 하는 것이다.

 

올해 3월 중순, 용인 양지면 대대리에 있는 나눔도예교실 사장님에게 부탁을 하여 땅을 빌렸다. 그리고 도자기반의 17가족 50명이 모여서 4월 중순, 감자를 심었다. 물론 이곳의 프로그램은 단순히 도자기를 만들고, 감자만 심는 것이 아니다. 버들피리를 꺾어서 피리도 만들어보고, 가마솥에 밥도 해먹고, 고구마도 구워먹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6월 중순 감자를 수확했다. 그리고 밭은 다시 빈 땅이 되었다. 그래서 도자기반의 반장과 상의하여 배추 모종을 심고 김장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201410DSC09795.jpg201410DSC09824.jpg2014108DSC09771.jpg20140412_123909.jpg20140823_151039.jpg20140905_105003.jpg20141018_105813.jpg

 

8월 하순, 도자기반에서 배추 모종을 구입하여 심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이름표를 만들어서 구분해주었다. 아빠들은 이것이 자라서 배추가 되고, 김장을 한다고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나 그 말을 믿지를 못했다. 겨우 5센티의 모종이 어떻게 커다란 배추가 되는지 알아들어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이 때는 아직도 늦은 더위가 있기에 옆의 냇가에서 족대로 송사리도 잡고, 메뚜기와 방아께비도 잡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0월 초, 다시 도자기 행사가 열렸다. 이 날은 볏집으로 새끼를 꼬아서 배추를 묶어주는 날이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심봤다’를 외친다. 지난 달에 아주 작은 배추 모종이 자신의 몸집과 같은 크기로 대 변신을 했기 때문이다. 양팔을 벌려서 배추를 안아보면서 감탄을 연발한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새끼로 배추를 묶어주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연날리기다. 반장이 조립식 연을 구입했기에 아빠들은 풀이나 테이프로 붙이며 완성을 했다. 하지만 연은 제대로 날지 못했다. 그 때, 필자가 도착했다. 그리곤 연을 수선해주어 날 수 있게 했다. 이어서 아빠팀과 아이팀이 나누어서 논에서 축구를 했다. 울통불퉁한 논에서 공을 차보면 예측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강아지처럼 몰려다니면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11월 15일, 드디어 김장을 하는 날이다. 아내는 전 날, 김장을 한다는 마음에 들떠있다. 김장에 대한 설레임이다. 아내는 정오에 그곳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3시 반에 모두 마쳤다. 그런데 뒷 소식이 너무 재미있다. 6살 영욱이는 10시에 엄마와 아빠와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배추밭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배추는 그곳에 없었다. 아이는 “아빠, 배추가 없어요”라며 얼굴이 일그러지며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아빠는 친절하게 “배추가 저기 누워있잖아”라며 손가락으로 배추가 절여져서 누워있는 곳을 가르켰다. 배추는 이미 2일 동안 낮은 염도로 절여져서 한 편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그제서야 아이는 마음이 놓였을 것이다. 이 날은 12가족이 참여를 했다. 우선 아빠들은 10시에 도착하여 무채에 고춧가루 등을 넣어서 버무렸으며 아이들은 절인 배추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날랐다. 그리고 어른과 아이는 모두 앞치마를 두르고 함께 김장 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전에 자신이 원하는 김치의 양을 결정했고, 무게를 달아서 금액을 조정했다.

 

이곳에서 김장을 하기로 결정한 결정적인 원인은 그 품질에 있다. 그동안 13년 동안 이 집의 김치를 해마다 먹어봤다. 그런데 이 집의 김치는 다른 점이 있다. 김장 김치를 하면 다음해 10월까지 먹는다. 보통의 가정이라면 5~6월이면 거의 다 먹는다. 혹은 김치에 군내가 나서 먹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집은 다른 집이 흉내 낼 수 없는 영업 비밀이 있었다. 바로 최고의 양념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신안 천일염을 구입해서 2년 동안 간수를 빼낸 것을 쓰고, 까나리 액젓은 섬에 사는 친척집에서 직접 공수를 해서 사용하고, 고추는 동네에서 구입한 태양초를 사용했다. 모두 국산이며 자연산이다. 역시 좋은 음식이란 좋은 재료에서 나오는 것이 틀림없다.

 

사실, 이번 김장은 아내에게 가을 선물이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선물로 전달되었다. 올해 이곳에서 6번의 도자기 만들기 행사를 했다. 그런데 점심은 모두 가마솥을 이용했다. 때론 아이들이 직접 떼어서 만든 수제비를 먹거나 혹은 산양산삼을 넣은 닭죽을 먹거나 혹은 필자가 직접 지은 가마솥 밥을 먹기도 했다. 또한 이곳에서의 놀이는 옛날 시골에서의 놀이를 방불케했다. 봄에는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었으며, 냇가에서 수영을 하거나 혹은 족대로 물고기를 잡았고, 메뚜기를 잡아서 구워먹기도 했다. 또한 연날리기와 축구도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놀이다. 또한 가장 큰 소득은 이웃커뮤니티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처음 만날 때는 아이들끼리 서먹서먹했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서 수차례 만나면서 아이들끼리는 정이 들었다. 그래서 때론 우르르 몰려다니기도 하고, 어께동무를 하고 걷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헤어질 때는 섭섭함과 그리움도 알게 되었다. 행복을 몸으로 체득을 할 수 있었다.

 

 그렇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아이들에게 많은 지식만을 많이 집어 넣으려고 애를 쓰는 듯 하다. 영어 단어를 외우지 못하면 무슨 큰 일이라도 일어나는 듯 애를 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것은 다 부질없는 일이다. 아이들은 강아지다. 강아지는 풀어주어야 한다. 그러면 마당에서 마구 뛰어다니며 행복하다. 그러면서 잘 큰다. 그동안 6번의 행사를 통하여 아이들은 친구를 만들고, 자연을 많이 접하면서, 생태계의 순환과 자연을 온 몸으로 알게 되었다. 더구나 장작으로 가마솥 밥을 할 때의 연기와 족대로 송사리를 잡을 때의 설레임, 논에서의 축구를 할 때, 바닥의 푹신푹신함이란 아이들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감성을 일깨워주는 선물이 되었다. 이래저래, 올해 도자기반은 아빠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행사를 진행한 듯하다.

 

아쉬운 것은 필자의 아들이 올해 수능을 보는 고3이라 이곳에 참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는 필자의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수하고자 여러 개의 반을 만들었고, 그중에 하나가 도자기 반이다. 이로 인해 아내에게도 큰 선물을 했고, 많은 아이들에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이 늦은 가을,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역시, 사랑이란 받는 것이 아니라 마구 퍼주는 것이다.

 


권오진:아빠학교장/인성발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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