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케익사려고 하는데 어떤 것이 좋아?”라고 하자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묻는다. 그래서 중국어 독학 1주년 기념이라고 하니 그제서야 수긍을 하며 피칸파이를 사오라고 한다. 밤 9시에 케익을 사서 집에 왔다. 그리고 아내와 둘이서 1개의 초에 불을 붙이고 1주년 기념노래를 생일축가에 맞춰 불렀다.
10시 반이 되자 아들이 집에 왔다. 대뜸 “엄마, 먹을 거 없어요?”라고 한다. 그러자 아내는 피칸파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 말에 아들은 왠 파이냐고 되묻는다. 그러자 아내는 아빠의 중국어 독학 1주년을 설명해준다. 아들은 맛있게 먹는다. 11시 반이 되자 딸이 들어왔다. 그리고 냉장고를 뒤지면서 파이를 발견한다. 그러자 큰 소리로 왠 파이냐고 묻는다. 아내는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딸은 맛있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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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의 독학은 작년 11월 20일에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달 11월 20일이 1주년이 되었다. 그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중국어를 20~30분씩 공부했다. 사무실, 집, 자동차 안, 휴게소 등에서 공부했다. 때와 장소를 가지리 않았다. 그 결과 이젠 상황에 따라서 중국말이 툭툭 튀어 나온다. 중국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해도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그리고 1주년이 지나면서 변신을 시작했다. 중국어 노래와 중국 동요를 텍스트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중국어를 하기 시작한 이유는 작년 11월 17일 중국에 강의가 결정된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11월 초에 중국어 책을 구입하여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고 가슴만 답답했다. 나름대로 한자에 대하여 자신이 있었지만 낮선 외국어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중국에 다녀왔다. 물론 강의를 하거나 방송 인터뷰를 할 때, 통역사가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 또는 상황에 맞는 말을 하고 싶을 때는 말을 하지 못해서 영 불편했다. 그래서 중국에 다녀오면서 바로 시작을 했다.
중국어 독학을 하면서 4가지 원칙을 세웠다.
1.문법은 무시하고 회화 공부를 한다.
2.매일 10~20분을 한다.
3.중국어 강의가 목표다.
4.돈을 들이지 않고 한다.
먼저 공부를 하는 컨셉이 중요했다. 중국어는 문법이 아니라 회화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영어의 경우, 중학교, 고등학교와 대학까지 10년을 넘게 공부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람만 만나면 주눅 들고, 반 벙어리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왜 그럴까? 그것은 교육 현장을 보면 주로 문법 위주로 배운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문법 위주로 한다. 하지만 정작 회화 공부는 소흘히 한다. 그 결과 10년을 공부를 하고도 외국인과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중국어를 하는 방법이란 단순하게 정리를 했다. ‘크게 듣고 크게 말하기가 전부다’라는 원칙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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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동기부여는 지난 4월에 중국에서의 강의였다. 독학 5개월 차에게 중국인과의 대화를 어려웠지만 쉬운 대화는 알아들었고, 간단한 말은 표현을 했다. 중국어 독학을 한다는 말에 중국인들도 놀라워했다. 6개월이 지나면서 듣는 속도를 100%에서 150%로 상향 조정했다. 아마 이 속도가 정상적인 대화의 속도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50개의 상황에서 100개의 상황으로 그 양을 늘렸다. 이 때부터 포청전, 삼국지, 조조 등 중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이 빠르기에 동사와 명사만 드문 드문 들렸다. 다시 9개월이 접어들면서 150개의 상황으로 늘렸다. 결국 150개의 상황이란 500~600개의 문장을 공부하는 셈이다. 그것을 1/6로 나누었고, 하루의 중국어 분량은 1/6을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제 듣는 속도 역시 180%로 더욱 빠르게 들었다. 이 때의 방법도 크게 듣고, 크게 말하기가 전부였다. 그리고 이제는 중국어에 녹아들었는지 가끔, 꿈에서도 중국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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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중국어를 한다는 것은 꿈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단지, 매일 하루에 10분 정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중국어로 말을 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꾸준함이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주위의 수 백 명의 아빠들에게 중국어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1년이 되었다는 사실과 결과를 말하자 모두 놀라워하고 또한 감동한다. 그러면서 자극을 받았는지 자신도 목적을 갖고 꾸준히 하려고 시도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얼핏, 우리는 목적에 대하여 누구나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작심삼일에 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이유는 바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꾸준하게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알고 있다는 나 자신이 마치 실천하고 있다는 듯한 환상을 갖기 때문이다.
요즘도 매일 중국어를 한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약간의 긴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내가 나와의 약속이기에 나 스스로 지키려고 한다. 이것은 곧 내가 스스로 나태해지는 것을 예방하는 마음이기도 한다. 또한 이런 긴장은 스트레스가 아니라 몸의 모든 세포를 깨우는 자극이기도 하다. 이는 몸과 마음이 합치가 되는 언행일치이다. 꿈이란 젊은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며 늙었다고 꿈을 꾸지 못하란 법은 없다. 오히려 꿈이 없는 젊은이가 노인이며, 꿈이 있다면 누구나 청춘이다. 청춘이란 설레임이요, 그 설레임이 있다면 곧 청춘이다. 꾸준함이 주는 가장 큰 이득이란 내가 목적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물이 나에게 저절로 배달되어온다는 사실이다.
가장 큰 보너스는 아이들이 항상 이런 아빠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들이란 항상 부모의 그림자를 밟고 자란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하라’ ‘노력하라’ ‘목적을 가져라’라고 한 적이 없다. 그저 항상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라고 말했다. 단지, 아빠는 그동안 벤치마킹의 샘플로서의 그 역할을 해왔다. 아이들에게 외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얘들아, 너희들의 꿈을 온 세상을 향하여 마음껏 펼쳐라”
글 권오진:아빠학교장/인성발달연구소장
삽화 권규리:단국대 시각디자인과 4년